“한 생명이라도 더”…떼까마귀 집단폐사 막은 구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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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한 밭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 무리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장진호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는 "움직이지 못하고, 과도한 침 흘림 증상을 보이는 전형적인 농약 반응"이라며 "해독제를 이른 시간 안에 놔야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떼까마귀는 뾰족한 부리로 땅을 쪼고 농작물을 파헤친다는 이유 등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의해 '유해 야생동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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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한 밭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 무리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 까마귀들.
대부분 움직임이 없고, 일부 의식이 있는 까마귀마저도 동공이 풀린 채 날갯짓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인근 도로와 과수원, 가정집 마당에서도 비슷한 시각 100여 마리 넘는 까마귀가 지상으로 추락했습니다.
까마귀 집단폐사 신고가 들어온 건 어제(15일) 낮 12시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남성이 도로에 까마귀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신고자는 "오전 9시쯤 전깃줄에 까마귀 200여 마리가 있었는데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며 "그러더니 11시쯤부터 한두 마리가 도로에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길가에 까마귀 수십 마리가 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로에도 까마귀 수십 마리가 떨어져 일부는 차 바퀴에 깔려 죽으며 한때 교통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경찰과 제주도자치경찰단, 소방당국까지 출동해 인근 일대 교통을 통제하기도 했습니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주변 도로와 밭, 과수원 등에서 까마귀 140여 마리를 수거했습니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들은 집단 폐사인 줄 알았지만, 현장에서 대부분 개체가 살아있는 걸 확인하고 곧바로 긴급 처치에 나섰습니다.
장진호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는 "움직이지 못하고, 과도한 침 흘림 증상을 보이는 전형적인 농약 반응"이라며 "해독제를 이른 시간 안에 놔야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원들은 구조한 까마귀 140여 마리를 한 마리 한 마리 분류해 해독제(아트로핀 황산염)를 주사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도 까마귀가 발견됐다는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라 일부 직원들은 재차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습니다.
윤영민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센터장은 "약물을 이렇게 많이 쓸 줄 몰라 다른 병원에서 빌려와 급하게 주사하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까마귀가 집단 증세를 보인 건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해독제를 맞고 새장으로 옮겨진 까마귀들은 조금씩 움직이더니 하루가 지나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집단폐사로 신고됐지만, 구조사들의 노력 덕에 구조된 148마리 가운데 108마리가 목숨을 건졌습니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건강을 회복한 까마귀들을 오늘(16일) 오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현재까지 8마리는 죽은 것으로 파악됐고, 회복이 덜 된 4마리는 추후 방사할 예정입니다. 까마귀 30마리에게는 위치추적기를 달아서 생태 조사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떼까마귀는 텃새인 까마귀와 달리 몽골 북부와 시베리아 등지에 살다 매년 10월쯤 우리나라를 찾은 뒤 6개월 정도 머무르고, 이듬해 3, 4월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는 철새입니다.
김원진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는 "이렇게 많은 양의 야생동물이 한 번에 구조돼 치료받은 건 처음"이라며 "자연에서 다시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떼까마귀는 뾰족한 부리로 땅을 쪼고 농작물을 파헤친다는 이유 등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의해 '유해 야생동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우도 등에서 해마다 떼까마귀를 포획해 소각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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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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