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1300만달러 SF행' 이정후,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다[스한 위클리]

이정철 기자 2023. 12.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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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이정후(25)의 최종 행선지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약 1484억원)에 계약했다. 당초 5000만달러에서 6000만달러 사이에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었지만 이를 훌쩍 넘는 대형 계약을 터뜨렸다.

이정후. ⓒ스포츠코리아

이정후의 선택은 샌프란시스코

이정후는 2022시즌 KBO리그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과 MVP를 차지했다. 이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고 원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와 2023시즌을 마친 뒤, 빅리그 문을 두드리기로 합의했다.

2023시즌 이정후에게 가장 관심을 드러낸 팀은 샌프란시스코였다. 지난 10월10일 키움 히어로즈-삼성 라이온즈전에 샌프란시스코 피트 푸틸라 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는 이정후의 부상 복귀전이었다.

푸틸라 단장은 8회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를 향해 기립박수를 쳤다. 메이저리그 단장이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향해 노골적인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적극적인 러브콜이었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품는 데 성공했다. MLB.com과 CBS스포츠 등 다수의 언론들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86억원)에 4년후 옵트아웃(계약 파기 후 FA선언)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1억1300만달러의 엄청난 계약 규모부터 4년 후 옵트아웃 조건까지.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으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폭스스포츠

1억1300만달러, 얼마나 큰 금액일까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도전한 선수 중 가장 큰 금액을 받은 선수는 투수에서 류현진, 야수에서 김하성이었다. 류현진은 6년 3600만달러, 김하성은 4+1년 3900만달러(4년 보장액 2800만달러)였다. 이정후의 1억1300만달러 계약은 류현진과 김하성의 계약 규모에 약 3배였다. 압도적인 차이로 코리안리거 역대 최고 포스팅 금액을 경신한 이정후다.

이정후는 일본의 기라성같은 타자들도 제쳤다. 센가 코다이의 5년 7500만달러, 스즈키 세이야의 5년 8500만달러, 요시다 마사타카의 5년 9000만달러를 모두 앞지르며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 포스팅 금액을 세웠다.

포스팅 외에 한국인 선수 FA 계약으로 기준을 넓혀도 이정후는 역대 총액 2위다. 1위는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에 계약한 추신수다. 시선을 달리해서, 연평균 금액을 비교하면 1883만달러의 이정후가 1857만달러인 추신수를 넘어선다. 코리안리거 FA 계약으로 비교해도 이정후는 톱 수준이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팀 내에서도 가장 비싼 선수다. 연평균 금액에서도 1위고 총액에서도 1위다. 2위는 우완 에이스 로건 웹(연평균 금액 1800만달러, 총액 5년 9000만달러)이다. 팀 내 에이스 투수보다도 이정후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오라클파크. ⓒAFPBBNews = News1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1억1300만달러를 투자한 이유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이정후에게 왜 거액 1억1300만달러를 안겨줬을까.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부실한 외야진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치 해니거(타율 0.209), 마이클 콘포토(타율 0.239), 루이스 마토스(타율 0.250), 마이크 야스트렘스키(타율 0.233)가 외야에 섰지만 타율 0.250을 넘기는 타자가 없었다. 정교한 타자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선수였다. KBO리그에서 7시즌 통산 타율이 무려 0.340이었다. 콘택율은 90%를 상회했고 삼진율은 2022시즌(5.2%)과 2023시즌(5.9%) 5%대를 기록했다. 아무리 KBO리그가 하위리그여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압도적인 수치였다.

여기에 이정후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시속 150km 후반대 패스트볼과 뚝 떨어지는 포크볼, 정교한 커맨드를 자랑하는 일본 투수들의 공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더불어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에 가장 적합한 선수였다. 오라클파크의 타석부터 우측 폴대까지의 비거리는 94m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측 펜스의 높이는 무려 7.4m다. 여기에 우중간 펜스까지의 거리는 126m다.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의 중앙 담장이 125m, 펜스 높이가 2.6m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넓은 우중간과 높은 담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좌타자들이 좀처럼 오라클파크에서 홈런을 때리지 못하고 있다. 배리 본즈의 2004시즌(45홈런) 이후 샌프란시스코 좌타자들 중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없다. 오라클파크는 '좌타 거포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이다.

이정후는 좌타자다. 오라클파크에서 홈런을 뽑아내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정후는 애시당초 콘택터 선수다. 홈런보다 안타, 2루타, 3루타를 터뜨리는 자원이다. 오라클파크는 높은 담장과 넓은 우중간 외야로 인해 홈런을 신고하기 어렵지만 2루타와 3루타를 기록하는 데 유리하다. 실제로 오라클파크의 우중간 외야는 '3루타 골목'으로 불리고 있다.

이정후는 2019시즌과 2022시즌 KBO리그 3루타 1위를 기록했다. 2020시즌엔 2루타도 1위를 차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와 찰떡궁합인 이정후에게 거액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왼쪽)-김하성(가운데)-이정후. ⓒMLB.com-연합뉴스-스포츠코리아

오타니-김하성-이정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역대급 한일전' 예고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 이전에 오타니 쇼헤이의 LA 다저스행도 확정됐다. 오타니는 역대 프로스포츠 최대 규모인 10년 총액 7억달러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로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아시아 야구스타들의 최고 무대로 떠올랐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최초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오타니의 다저스가 수많은 한일전을 만들 예정이다.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정후와 김하성의 맞대결도 관전포인트다. 이정후와 김하성은 각각 한국을 대표하는 외야수와 내야수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2024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싸움, 와일드카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국내팬들에게 최고의 맞대결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정후. 아시아 야수 역대 포스팅 최고액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빅리그에 입성했다. 팀 내 가장 비싼 선수로서 이미 주전을 보장받았다. 이정후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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