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화에 비단 옷을 입히다 [밀착취재]
이제원 2023. 12. 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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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봉명동 주택가에 위치한 배첩 전수교육관.
홍종진(73) 배첩장(褙貼匠)이 전승교육사인 아들 홍순천(45) 박사와 함께 병풍 테두리에 비단선을 붙이는 외선작업을 묵묵히 하고 있다.
배첩(褙貼)이란 글씨나 그림에 종이, 비단 등을 붙여 족자, 액자, 병풍, 전적(서화첩, 두루마리, 책 등)으로 만들어 아름다움과 실용성, 보전성을 높이는 우리나라 전통 서화처리기법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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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배첩장 홍종진씨
충북 청주시 봉명동 주택가에 위치한 배첩 전수교육관. 홍종진(73) 배첩장(褙貼匠)이 전승교육사인 아들 홍순천(45) 박사와 함께 병풍 테두리에 비단선을 붙이는 외선작업을 묵묵히 하고 있다.
배첩(褙貼)이란 글씨나 그림에 종이, 비단 등을 붙여 족자, 액자, 병풍, 전적(서화첩, 두루마리, 책 등)으로 만들어 아름다움과 실용성, 보전성을 높이는 우리나라 전통 서화처리기법을 가리킨다. 새로운 작품을 꾸밀 뿐 아니라 원형을 복원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요즘엔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표구(表具)라는 말이 익숙하다.
중국 한나라 때가 기원으로 알려진 배첩은 우리나라에 어떻게 전해졌는지 기록이 없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병풍 그림으로 보아 삼국시대 때 한국 배첩의 기초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배첩은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쳐 꾸준히 발전했다. 조선시대에는 배첩장이라는 전문가가 등장할 만큼 중요 직종으로 떠올랐다.
배첩장은 조선 초기에 도화서(圖畵署) 소속으로 궁중의 서화처리를 전담했다. 1377년 발간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에도 서적의 오른쪽 언저리에 오침안정법(五針眼訂法)이 사용된 흔적이 있다. 오침안정법이란 책 한 쪽에 5개의 구멍을 뚫고 붉은색 실로 묶어 세월이 지나도 원형이 쉽게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배첩 기술이다.
홍종진 장인은 충북도 무형문화재 7호이고, 홍순천 박사는 2020년 배첩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국내 첫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종진 장인은 15세 때 우연한 기회에 배첩을 시작했다. 배첩 기술을 배워 보라는 동네 어르신 권유로 청주의 한 표구사에서 운명처럼 스승 고(故) 윤병의씨를 만나 50여년 배첩 인생이 출발했다.
“처음에는 고생이 많았어요. 5년 정도는 풀 쑤고 칼 가는 심부름만 하며 작품에는 손도 못 대고 작업 과정은 눈으로만 익혔지요.”
어려운 배첩의 길에서 전통 기법을 고집하며 문화재 1000여점을 작업했다. 전통공예기술로 문화재적 가치와 노력을 인정받아 1999년 충북 무형문화재 7호 배첩장으로 지정되었다.
배첩의 제작 형태는 액자, 병풍, 족자, 전적, 고서화(古書畵) 처리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액자는 비단 재단, 그림 초배(初褙:처음 한 지에 물을 뿌려 활짝 핀 뒤 작품을 덧붙임), 재배(再褙:건조한 뒤 한지를 다시 덧댐), 건조, 액자 틀 의 5배접 과정을 거친다. 병풍의 한 폭 처리도 액자 제작 방법과 유사하다. 위아래로 길게 늘어트려 거는 족자의 작업 과정은 비단재단, 초배(작품 배접), 재배(작품과 비단 연결 후 배접), 건조, 삼배(전체 배접), 건조, 축목(軸木:족자 하단에서 축으로 쓰는 나무)·상축(족자 상단의 나무 ) 부착으로 이루어진다.
장정(裝幀)은 선장, 포배자, 서화첩, 두루마리 등 책의 형태로 제작하는 기법을 말하는 것이다. 고서화 처리는 손상된 고서화를 되살려 내는 작업이기에 높은 안목과 세밀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우리 전통 방식의 배첩 기술은 누군가는 계속 이어나가야 해요. 우리 것을 지킨다는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소중한 문화재를 보존해 후손에 온전하게 전해야죠. 다행히 아들이 배첩에 대해 열성으로 이론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있어 고맙고 자랑스럽죠.” 홍종진 장인이 말했다.
홍종진 장인은 10년 넘게 일주일에 두 번씩 100㎞ 떨어진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노구에 장거리 운전이 힘들 법도 한데 어렵고 고단한 배첩의 길로 들어서는 기특한 제자들을 만날 생각에 기쁜지 환하게 웃으며 자동차에 오른다.
청주=글·사진 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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