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오인사살에 가족들 분노…비판 여론에 석방 협상 재개될까
하마스와 휴전 연장을 거부하고 가자지구 지상전을 밀어붙이던 이스라엘군이 자국인 인질 3명을 오인해 사살하면서 인질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마스 소탕을 위한 강경 일변도의 군사작전을 이어온 이스라엘의 기조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환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현지 시각)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은 전날 밤 이스라엘군의 인질 오인 사살 소식이 전해진 뒤 텔아비브에서 인질 가족과 지지자 등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지난 10월 7일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가 70일째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시간이 촉박하다. 그들(인질들)을 집에 데려오라. 인질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승리는 없다”고 외쳤다.
이스라엘 남부 나할 오즈 군기지에서 하마스 대원들에게 납치된 병사 리리 알바그(18)의 아버지 엘리 알바그는 “힘든 날이다. 인질이 관속에 누운 채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힘겨워한다”고 말했다.
조카가 인질로 잡혀 있는 오리 씨는 현지 신문 하레츠에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안중에 인질은 없는 것 같다”면서 즉각적인 인질 석방 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인질들이 폭격과 실패한 구출 작전 중에 죽는다. 심지어 하마스 손아귀에서 벗어난 인질은 이스라엘군의 오인 사격으로 죽었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며, 인질 석방을 우선 과제로 삼아라”라고 했다.
앞서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가자 북부 세자이야 교전 중 이스라엘 병사가 인질 3명을 적으로 오인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하가리 소장은 “비극적인 사건이며 이스라엘군의 책임”이라며 “이 지역은 병사들이 자살폭탄 테러범을 비롯한 많은 테러범과 마주친 지역”이라고 해명했다.
인질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협상을 되살리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달 초 휴전 연장 협상을 거부한 이후 최근까지도 협상 불가 방침을 유지했는데, 최근 마음을 바꿨다고 현지 최대 뉴스 포털인 왈라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를 받은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은 이번 주말 유럽 모처에서 협상 중재역을 맡아온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왈라는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여성 인질 전원의 석방을 조건으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지난 10월 7일 무장대원들을 이스라엘 남부에 침투시켜 학살을 자행하고 24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을 인질로 잡아갔다. 이 가운데 지난달 일시 휴전 기간 등에 105명이 풀려났고, 8명은 주검으로 돌아왔다. 가자지구에는 여전히 129명가량의 인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스라엘군은 이들 중 20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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