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그래프만 보고 추측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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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의 제빵사 고용 형태가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삽입된 그래프를 보도록 하자.
단순히 그래프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둘 사이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함부로 추측하는 기사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지난 7일 단독 기사는 그래프 사이에 외적인 연관성조차 없지만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감하게 주장하고 이를 1면 톱기사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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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국경제신문 특종기사다. <모두가 루저 된 '직고용'… 제빵사 일자리 25% 감소>라고 한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정규직화를 무리하게 하다 보니 파리바게뜨 제빵사 임금이 오르게 되었고 임금이 오르니 점주가 직접 빵을 굽게 되었다고 한다. 점주가 직접 빵을 굽게 된 것이 신규 채용을 1/3로 줄었다는 원인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의 제빵사 고용 형태가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있다. 당시 제빵기사들은 형식적으로는 도급업체 소속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사실상 직접 업무를 지시한 실질적인 사용주였다. 즉, 근태관리, 업무지시 모두 파리바게뜨 본사가 수행하면서 본사가 고용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있었다.
이후, 불법 파견되던 제빵사가 일부 직고용이 된 바 있다. 그런데 한국경제신문은 이러한 직고용으로 급여가 올라가서 점주들이 스스로 빵을 굽느라 오히려 일자리가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삽입된 그래프를 보도록 하자. 일단 그래프가 좀 이상하다. 연도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2018년이 있고 2019년, 2020년 2년이 생략되어서 2021년 수치가 있다. 그리고 2022년 1년이 생략되고 2023년 수치가 있다. 그래프를 그릴 때 이렇게 연도가 들쭉날쭉하면 안 된다. 모든 연도가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긴 하다. 다만, 지면 등 제약이 있어서 생략하고자 한다면 같은 간격으로 생략해야 한다. 2개 연도를 생략했다가 1개 연도를 생략하는 식으로 그래프를 그리면 안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따르면 2018년 점주가 직접 빵 굽는 매장은 전체 3366개 가맹점 중에 단 283개밖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2021년에는 무려 619개로 폭증하고, 2023년에는 918개로 증가한다. 일단, 직고용에 따른 임금상승이 원인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점주가 직접 빵굽는 매장이 늘어났다는 것 자체는 사실로 보인다.
그런데 신규 채용 제빵사 그래프와 매치해 보도록 하자. 2019년 신규 채용 제빵사 수는 630명이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543명으로 감소한 이후 2021년 604명, 2022년 62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즉, 점주가 빵굽는 매장수가 283명에서 619명으로 급증하는 동안에도 신규채용 제빵사는 2020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신규 채용 제빵사가 급감한 것은 단 2023년 올해에만 적용되는 특이한 일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감춘 2022년 직접빵을 굽는 매장의 숫자는 알 수 없어도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는 점주가 직접 빵을 굽는 매장과 올해만 유달리 줄어든 신규 채용 제빵사 사이에서 논리적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통계의 오류를 전하는 유명한 그래프가 있다. 바로 니콜라스 케이지가 영화에 출연한 회수와 익사자 수의 연관성을 그리는 그래프다. 그래프를 보면 니콜라스 케이지가 영화에 많이 출연할 수록 익사자는 증가한다. 상식적으로 니콜라스 케이지가 영화에 출연하는 것과 익사자가 증가하는 것에는 논리적 연관성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단순히 그래프가 비슷하게 나온다고 함부로 둘 사이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짐작하면 안 된다는 유명하고 재미있는 사례다.
대한민국 언론에 이런 그래프는 무수히 많이 나온다. 단순히 그래프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둘 사이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함부로 추측하는 기사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지난 7일 단독 기사는 그래프 사이에 외적인 연관성조차 없지만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감하게 주장하고 이를 1면 톱기사에 싣는다. 독자들은 제목만 보고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면 안 된다. 기사에 담은 데이터가 기사가 주장하는 바를 제대로 증명할 수 있는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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