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사건’ 담임 역할 물었더니…학부모·교사, 엇갈린 답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담임교사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물은 결과 교사는 ‘예방·감지’를, 학부모는 ‘초기 대응·조치’를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학회지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에 따르면 안태용 부산교육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지난달 논문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 담임교사의 역할에 대한 교사, 학부모간 기대 차이’를 공개했다.

안 교수는 지난 7월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학부모 각각 200명씩 총 400명을 온라인 방식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교사와 학부모는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담임교사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관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교사들은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 담임교사가 ‘예방·감지’ 역할을 해주기를 가장 많이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초기 대응 조치 실행 ▲관련 학생·학부모 보호 조치 ▲사안 처리 협조 요청 ▲상담·교육 ▲사안 조사 ▲관계 개선 프로그램 운영·사후 지도 ▲심의 결과 집행 ▲중재 ▲심의위원회 보고·의견 진술 순이었다.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에게 가장 많이 기대하는 역할로 ‘초기 대응 조치 실행’을 꼽았다. ‘사안 처리 협조 요청’, ‘예방·감지’, ‘관련 학생·학부모 보호 조치’, ‘사안 처리 과정 관리’, ‘심의 결과 집행’ 등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 역할의 경우 ‘사안 조사’, ‘상담·교육’, ‘심의위원회 보고·의견 진술’, ‘관계 개선 프로그램 운영·사후 지도’, ‘중재’ 순으로 나타났다.

안 교수는 담임교사의 세부 역할과 관련해 “예방·감지, 학생·학부모 보호 조치, 상담·교육에서는 교사의 기대 수준이 학부모 기대 수준보다 높았고 중재, 심의위원회 보고·의견 진술, 심의 결과 집행 역할에서는 학부모의 기대 수준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사는 담임교사의 역할로 ‘예방·감지’를 가장 중요한 역할로 기대한 반면, 학부모는 ‘초기 대응 조치 실행’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며 “이러한 결과는 담임교사의 역할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 간 기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담임교사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립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생 간 갈등을 넘어 학생·학부모·담임교사 간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과 교육부의 ‘학교폭력예방 및 사안 처리 가이드북’은 담임교사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주로 학교장과 학교폭력 전담기구 역할만 규정돼 있을 뿐이다.

안 교수는 “담임교사의 역할은 단순히 법률이나 지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자기 인식과 학생·학부모의 기대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학교폭력 사안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간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 해소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