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모두가 행복한 연말 와인파티를 위한 제안 : 라끌렛 그리고 그뤼너 벨트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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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가워지고 송년모임이 많아지는 시기가 되면 라끌렛 그릴을 꺼내어 정비를 해 둔다.
프랑스에서 일하던 시절, 친구가 주최한 라끌렛 파티에 초대되어 맛있고 포근한 치즈 요리를 경험한 이후에 라끌렛에 홀딱 빠져, 8인용 라끌렛 그릴을 사가지고 와서 지금껏 겨울만 되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지인들과 와인모임에서 라끌렛을 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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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가워지고 송년모임이 많아지는 시기가 되면 라끌렛 그릴을 꺼내어 정비를 해 둔다. 프랑스에서 일하던 시절, 친구가 주최한 라끌렛 파티에 초대되어 맛있고 포근한 치즈 요리를 경험한 이후에 라끌렛에 홀딱 빠져, 8인용 라끌렛 그릴을 사가지고 와서 지금껏 겨울만 되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지인들과 와인모임에서 라끌렛을 해 먹고 있다.
라끌렛은 스위스 남서부 발레(Valais)지역에서 유래되었고 치즈 자체를 일컫거나 녹인 치즈를 긁어먹는 요리 형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은 알프스 접경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즐기는 겨울요리가 되었는데, 어원은 '긁어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Racler에서 왔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눈이나 빗물을 긁어내는 와이퍼를 라끌렛이라고 부르기도.) 16세기부터 발레 지역에서는 치즈를 녹여서 먹었으나, 목동들이 추운 겨울, 화로에 치즈를 녹여서 먹었던 것이 라끌렛의 시초라는 주장도 있고, 발레 지역의 한 와인메이커가 손님 초대 요리로 개발했다는 설도 있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호스트가 거창하게 요리를 준비할 필요가 없고, 누구 하나 주방에서 또는 그릴 앞에서 정신없이 요리하며 희생(?)할 필요 없이 치즈와 간단한 식재료만 있으면 언제든지 모두가 한 자리 앉아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기특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친구들은 각자 라끌렛에 어울리는 와인을 한병 들고 오기만 하면 된다. 와인러버들이 모인 자리이니 각자 들고 온 와인들을 쭉 세워두고 산미와 당도, 색상, 품종 등을 고려하여 마실 순서를 정하는 성스러운 의식을 필수. 나는 이런 자리에는 꼭 오스트리아 화이트 그뤼너 벨트리너를 한병 들고 가는데, 그 이유는 그뤼너 벨트리너라는 품종이 가진 특별함 때문이다.
그뤼너 벨트리너는 오스트리아 와인생산량의 약 1/3을 차지하는 토착품종으로 스파이시한 풍미와 깔끔한 산도가 매력적이다. 산미를 드러내는 방식은 품종마다 다 다른데, 특히 그뤼너 벨트리너의 산미는 차분하지만 산뜻하고, 균형감이 아주 좋다. 식재료 자체의 맛은 끌어올리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육류와 해산물을 가리지 않고 잘 매칭되고, 기름진 치즈 요리에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오죽하면 소믈리에의 비밀 병기라고 불리겠는가.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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