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싸가지없는` 예외주의 청산해야 정치회복[한기호의 정치박박]

한기호 2023. 12. 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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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참모 만난 明 "거부권 탓" 또 정쟁
예산 탈법국회 반복…국정 예외세력인가
與는 이준석發 "싸가지" 오발탄 난무
이정현·손학규·김기현 대접도 내로남불
金체제는 전체주의 毒樹 심어 난 毒樹
상향식 여당 돼 民心·黨心에 숙이길
이재명(왼쪽 두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을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22년 5월9일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6·1 지방선거 상임선대위원장(오른쪽)과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경기도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 연석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지난 3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회의실에서 김기현 신임 당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과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을 갖고 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지난 14일 국회에서 거대야당 대표와 대통령 핵심 참모들이 마주앉았지만 '정치 실종'만 재확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입법한 법안들이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되고있는데 국회도 국민이 뽑은 대표기관"이라며 '존중'을 요구했다. 관심사업인 지역화폐 예산 부활도 거론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다수당의 협력'을 당부하면서도 "여야 간 정책노선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며 "저희들은 가급적이면 자유시장경제 기조에 맞게 경제를 운영해 갔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맞섰다.

앞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노조 파업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법안과 공영방송 3사 지배구조 변경법안 국회 재투표가 부결되자 "방송 3법, 노조법은 물론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기존에 거부된 법안까지' 모두 합쳐서 다시 준비하고, 다시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재표결 버튼이 식기도 전에 소모적 논쟁을 '타임루프'하듯이 다시 시작하겠단 선언"이라며 사회적 합의 부재로 민주당 집권기에도 폐기된 입법들임을 상기시켰다.

야당 대표는 '거부권만 행사하는 대통령' 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정쟁을 택했다. 1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국민이 뽑은 대표기관'의 것이라고만 하면 대리인의 주인(국민) 기만으로 보인다. '재적과반 출석, 출석과반 찬성'이면 대통령탄핵안·개헌안·재의요구법안만 빼고 다 마음대로 처리하는 법기술자 행태는 '총선 룰' 선거법마저 처음으로 교섭단체 합의를 깨고 개정한 20대 국회 말부터 4년간 넘치게 봐왔다. 이런 반(反)법치 기득권을 두고, 헌법 53조가 보장한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을 독선이라 말할 근거가 있나.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매년 12월2일)은 두해째 위반했고, 정기국회 마지막 날(12월9일)마저 훌쩍 넘겨버린 탈법국회 아닌가. 절대다수의 민생을 어떻게 이롭게 할지 구체적 복안은 내놓지 않고, 말초적인 진흙탕싸움 소재만 찾고 있기엔 너무도 '한가한' 모습 아닌가. 국민 혈세(血稅)에서 나온 녹은 공직자의 당적(黨籍)을 가리지 않는다. 집권여당이 소수의석이라고 책임이 가벼울 수 없지만, 단독 국회 과반의 거대정당이 '야당이라서' 책임이 없는양 '예외주의' 태도를 보이는 건 국민에 예의가 아니다.

거야(巨野)의 단독 감액예산안 통과를 견디지 못하겠다는 여당이 국민 눈에 양심적으로 보일지도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기발한 예산운용 기대를 받아 집권한 건 아닐 터다. 애초 '긴축·건전재정' 기조 아닌가. 극단적 가정이지만 준예산이 도래하면 예산 원안의 2.8%의 총지출 증가도 오히려 없어질 것이다. 다수의 폭거 그 자체가 문제라면 준예산도 감내하고, 책임을 묻겠단 결기가 여권에선 보이지 않는다. 현역의원들이 '쪽지 예산'과 같은 이익집단 지대추구 근성을 버리지 못한 건 아닌가.

민생 위기에 입을 모은 게 허언이 아니라면, 여당 자체도 한가하다. 국민의힘에선 탈당을 기정사실화하는 이준석 전 대표가 아무렇잖게 "싸가지없는 사람들"을 찾는 '아노미 상태'가 방치되고 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로도 김기현 대표가 임명직만 교체한 2기 지도부를 꾸리자 '사상누각'을 넘어 "푸딩위에 집을 짓는다"거나 '김기현 체제 2주 시한부' 예언만 두번을 했다가 빗나갔다. 최근에야 윤심(尹心)이 '김장연대'를 떠나자 돌변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을 '외국인 취급' 면전박대하고, '영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로 말한다'거나 '다문화가정 이중정체성'까지 입에 올린 '정체성 차별'의 과거도 멀지 않다. 측근들은 정작 "슈퍼 K-꼰대"를 운운했다. 2021년 6·11 전당대회 직후 "당무우선권(당헌 74조, 후보자의 지위)으로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제가 그 아래에 놓인다"던 입장은 5달 만에, 훨씬 많은 책임당원 표로 뽑힌 대선후보를 상대로 "당무우선권이란 걸 쓸 정도면 당대표랑 대선후보가 치고받는 것"이라고 뒤집었다.

"싸가지"의 종주권을 적어도 이 전 대표에게서 찾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게다가 김 전 대표 사퇴론의 주축은 당정관계를 비판해온 비주류, 옹위한 쪽은 친윤 주류·텃밭 의원들이었다. "김 전 대표에게 린치하는 당신들은 정말 싸가지가 없다"는 말은 오발탄 아닌가. 퇴직 대표에게 감사인사도 없냐는 드잡이로 선회했지만, 대선 두달 전 "나는 (바른미래당 대표직 사퇴 않고 버틴) 손학규에게 단련된 사람"은 누구의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론전을 벌이던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 이준석'은 어땠나.

그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제3당 대표에게 "충성충성" 추임새 넣은 문자를 했다고 진박(眞朴) 지도부 퇴진론 근거로 삼았다. 그달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이정현은 즉각 사퇴하라"는 당협위원장들과 만난 이정현 대표는 "내가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라며 맞섰는데, 이준석 노원병 위원장은 "(대통령보다) 당이 먼저 책임을 져야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그저 "싸가지"를 예삿말로 치부한다고 잊힐 문제인가.

장제원 의원의 총선 용퇴와 김 전 대표 직 사퇴 속, 민심과 윤심 전부 오판한 여당 기득권세력도 '예외주의'를 보여왔다. 국회의원 선거구만 3곳인 강서구 보선에서 17%포인트대 참패했는데, 한 주류 초선은 "대패라고까진 할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 감찰 무마 폭로' 때문이라지만 대법원의 유죄 확정으로 직을 상실한 김태우 전 구청장을 석달 만에 사면·복권시킨 윤 대통령 책임론은 당연하지만, 공천을 막지도 않고 망설이다 예비후보 치부만 노출하고 야당만 전국선거를 치르게 만든 건 당이다.

'용산 독주'를 불식시킨 것도 아니고, 입주민 정서 고려 없이 "빌라를 아파트로"만 외치던 선거운동은 두고두고 실책으로 거론된다. 지도부가 안철수 의원을 강서 보선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려 접촉한 게, 3·8 전대 닷새 뒤 과학기술특위 위원장을 제안한 회동으로부터 '반년 만'이라고 한다. 당정일체론, 지지율 박스권에 도취된 기간과 같다. 참패 수습 방식도 전대미문 수준이다. 임명직 당직자만 교체하고 "사실상 비대위"를 외치거나, "전권 혁신위"를 띄워놓고 "대통령과 프리토킹" 과시로 누르려 했다.

김 전 대표는 혁신위의 희생 압박이 강해질수록 조기 공천관리위 구성을 외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로 출국 전후 김 전 대표에게 총선 불출마만 요구했단 보도까지 '묘한 구석'이 있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이런 대화 유출 유인이 과연 누구에게 컸을까. 하지만 누구의 억울함을 따지기 이전에, 지도부 태생 자체가 문제였음을 알아야 한다.

2022년 7월부터 조기 전대를 요구한 김기현 의원이 '김장연대'를 연출하고, 11월쯤 윤 대통령과 윤핵관 4인방(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관저 만찬 후 '2말3초 전대설'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관철됐다. 책임당원 투표 70%·여론조사 30%였던 경선 룰도 8대 2, 9대 1을 넘어 '당원 100%'로 기습 개정됐다. 100% 당심마저 능멸 대상이 됐다. 당해 11·12월 두차례 윤 대통령-김기현 의원 관저 만찬 보도가 나온 데다, 유력주자군을 다 배제한 채 '김기현 1위'가 도출됐다는 일부 여론조사까지 수혜자는 정해져있었다.

여론 추세상 당대표 출마가 유력하던 나경원 전 의원에겐 대통령실이 앞장서 흠집을 냈다. 윤핵관 정점은 그를 "반윤의 우두머리"로 낙인찍고, 공천 눈치를 봤을 초선 50인은 "대한민국에서 추방"하라는 연판장에 연명했다. "분열의 씨앗"을 말하던 후보는, "질서정연한 무기력"을 경고한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한 뒤엔 초선의원들을 대동해 가서 지지를 요청했다. 출마한 안철수 의원에겐 윤핵관 일원이 종북몰이를 했다. 이런 여당이 소위 '개딸' 비난으로 정당성을 찾으려 했다니.

여태 '진짜 종북'도 '진짜 반윤' 등뒤총질도 어쩌지 못한 무능을 반추하면 한층 한심하다. '독수'부터 뽑아내고 당원·여론을 대하는 "싸가지"를 되찾아야 자생하는 여당이 될 것이다. 여당 정치판에 발 담근 적 없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같은 '새 가지'도 급하다고 독나무에 접 붙여봐야 독든 열매를 맺을 뿐이다. '독수'를 심었던 쪽은 정당의 자생적 의사결정을 전면 부정하거나, 선출된 적 없는 자의 권력자 행세에 관대해도 정권이 유지되리란 예외주의부터 버리시라.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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