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적으로 배운건 없다"고 말했지만…"태어나 보니 바람의 손자" 이종범 코치 향한 이정후의 존경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태어나 보니 바람의 손자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이정후의 입단식을 개최했다. 오렌지 색상의 넥타이를 메고 등장한 이정후는 '51번'의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으며 활짝 웃었다.
지난 13일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73억원)의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했다. 데뷔 첫해부터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 삽입된 것은 물론 샌프란시스코에서만 4시즌을 뛴 후에는 새로운 행선지와 계약을 물색해 볼 수 있는 '옵트아웃'까지 포함된 엄청난 규모의 계약이었다.
이정후는 그동안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악의 제국'으로 불리는 뉴욕 양키스, '억만장자 구단주'를 보유한 뉴욕 메츠는 물론 최종적으로 이정후를 품에 안게 된 샌프란시스코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 등 외야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이정후의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붙으면서 이정후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됐고, 지난 15일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최종적으로 샌프란시스코행이 확정됐다.
이정후의 입단식에 앞서 파한 자이디 사장은 시종일관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오늘은 자이언츠 역사에 남을 대단한 날이다. 이정후는 우리가 몇 년 동안 지켜본 선수로 KBO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많은 사람들이 선수 뿐만이 아닌, 사람으로서도 이정후를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우리 팀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공격적인 면에서 컨택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이정후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었다"고 이정후를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자이디 사장의 소개가 끝난 뒤 이정후는 서툴지만 미리 준비해온 인삿말을 건넸다. 이정후는 "Hello Giants, My name is Jung hoo Lee. 'Grandson of wind(바람의 손자)' from korea"라며 "난 이기러 왔다. 항상 동료들과 팬들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렛츠 고 자이언츠!"를 외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51번의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뒤에는 "핸썸?"이라고 말하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이정후는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시청한 팬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역사도 깊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선수들도 많다. 그리고 최근에는 우승도 많이 했다. 역사적인 팀에서 선택을 해주시고, 나도 역사가 깊은 구단에서 뛰게 돼 기쁘다"며 "올해 스프링캠프 때 미국에 있는 야구장을 견학했는데, 그때 이후 처음으로 온 구장이 오라클파크다. 모든 구장이 처음인데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뛰게 되는 것이 기대가 된다"고 활짝 웃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게 되면서 이정후만큼 현지 언론에서 자주 이름이 거론된 이가 있었다. 바로 이정후의 아버지이자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종범이었다.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는 KBO리그 레전드 출신으로 199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1차 지명을 받은 후 통산 1706경기에 출전해 1797안타 194홈런 730타점 110득점 510도루 타율 0.297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미국 언론에서는 이정후가 '바람의 손자'로 불리는 이유로 이종범 코치가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라는 닉네임을 달았던 것을 집중 조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종범 코치는 이날 아들인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입단을 지켜보기 위해 직접 오라클파크를 찾았다. 그리고 시종일관 이정후의 입단식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아들이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모습.
이종범 코치가 이정후의 입단식에 참석한 만큼 아버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종범 코치는 특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면서 이미 해외 야구 팬들에게도 알려져 있는 만큼 '아버지가 선수로 뛰는 것을 봤을텐데, 무엇을 배웠는가'라는 질문에 이정후는 "야구적으로 배운 것은 없다"고 답해 현지 취재진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정후는 "아버지께는 인성과 좋은 사람으로서 클 수 있는 것들과 항상 선수가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웠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에도 '바람의 손자'로 불렸는데, 이 닉네임을 현지 언론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계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SNS에 이정후의 사진과 함께 '바람의 손자와 만나다(Meet the Grandson of the Wind)'라는 문구를 올리기도 했다.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라고 불린다'는 말에 "아버지의 현역 시절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었고, 나는 태어나 보니 자연스럽게 바람의 손자가 됐다"고 웃으며 "한국에서는 바람의 손자라는 말이 오글거렸는데, 영어로 보니 멋지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정후에게 이종범 코치는 아버지인 만큼 애정 섞인 장난이 섞였지만, 존경심도 드러냈다. 이정후는 '아버지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누가 더 빠른가'라는 질문에 "아버지는 정말 빠르셨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긴다"면서도 "만약 같은 나이대에 뛰라고 한다면, 못 이길 것 같다"고 이종범 코치를 치켜세웠다.
이정후는 "나는 어리다. 어리기 때문에 내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팀에 항상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팀의 승리를 위해서 모든지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것을 쏟을 준비가 돼 있다. 내년 오프닝데이 때부터 보여드리면 팬 분들이 평가를 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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