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준금리 16%…전쟁 탓 펄펄 끓는 경제 버텨낼까
전시 돈잔치가 원인…'공급역량 웃도는 수요' 만성문제로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지속하는 러시아의 전시경제가 고물가 위협에 시달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러시아 정부의 과격한 재정지출 확대 속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발생하는 '위험한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6%로 인상했다.
이는 지난 7월부터 5개월 연속 인상 행진이며 이 기간 상승 폭은 무려 8.5% 포인트에 달한다.
중앙은행은 우크라이나전을 언급하지 않은 채 기준금리 인상의 원인으로 물가를 지목했다.
러시아에서 올해 말까지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약 7.0∼7.5%에 근접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를 초과해 지난 10월 예측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급격히 개입하지 않을 경우 자국 경제가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꺼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가 자동차라고 생각해보라"면서 "성능보다 빠르게 달리려고 하면 엔진이 과열돼 멀리 가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전 때문에 위험한 수준으로 과열되고 있다고 더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전쟁 직후부터 고물가에 대처해왔으나 이제는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전쟁 때문에 비롯된 러시아의 물가상승에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일단 작년 물가상승은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달러 대비 15% 떨어지면서 수입물품 가격이 오른 데 기인한다.
그러나 올해에는 루블화 가치가 러시아의 자본통제로 안정되면서 수입품의 가격은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올해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리는 더 큰 요인은 돈이 너무 많이 풀리고 경기가 너무 좋다는 데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정부는 전시경제를 떠받칠 목적으로 국방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국방비 예산은 전체 공공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2011∼2022년 전체 예산 대비 국방비 비율이 13.9∼23%에 그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러시아는 내년 국방비로도 전체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조8천억 루블(약 155조5천200억 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국방 예산 9조7천억 루블(약 139조6천800억 원)에서 1조 루블 늘어난 수준이다.
러시아 정부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사자 가족에 30년 치 평균임금을 지급하고 복지지출도 늘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러시아의 경기부양용 재정지출이 GDP의 5% 정도로 코로나19 대유행기를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계속 풀면서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발생한 호황을 버텨낼 수 있을지다.
현재 고물가는 과열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기준 러시아에서 계란 가격은 전년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닭고기 가격도 29.3% 올랐다.
모스크바 리츠칼튼 호텔의 하루 숙박비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225달러이던 것이 지금은 500달러인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국내 수요가 "상품과 서비스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을 초과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전쟁 때문에 공급역량 자체가 감소해버린 상황을 주목하기도 한다.
러시아 내 고학력 근로자 다수가 해외로 도피하고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위축된 점 등도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이어간다면 러시아 경제가 완전히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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