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클라이번 심사위원 “임윤찬 재능은 이 세상 재능이 아니다”… 임윤찬 “음악이 꽃을 피울 때 가장 행복”

이강은 2023. 12. 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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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이 역대 최연소 우승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 다룬 영화 ‘크레센도’ 오는 20일 CGV 개봉
영화 속 콩쿠르 관계자들, “임윤찬에게만 저런 재능 불공평해”, “전설로 남을 무대” 등 임윤찬에 찬사
임윤찬, “(결선 무대에선) 하늘에 계신 위대한 예술가들을 위해 연주”
“음악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건 모든 예술가의 사명”
“콩쿠르 우승 이후 달라진 거 없다. 계속 연습하고 노력할 뿐”

“제 평생 최고의 모차르트 (음악) 연주였어요. (신이 임윤찬에게만 저런 재능을 주다니) 너무 불공평합니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당시 18세)이 당시 전 세계 388명 지원자 중 본선에 오른 30명의 1라운드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9번을 치고 나자 콩쿠르 생방송 진행자인 그레그 앤더슨(피아니스트)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이렇게 말한다.    

영화 ‘크레센도’ 속 피아니스트 임윤찬(오른쪽)과 지휘자 마린 알솝. 오드 제공
심사위원 9명 중 한 명인 앤 마리 맥더멋(미국)도 임윤찬이 준결선에서 고난도 기교와 남다른 해석을 요구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완벽하게 연주하자 감탄한다. 고작 18살 소년인 임윤찬이 쉽지 않은 경연 과정을 거뜬히 소화하면서 9명 심사위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연주력을 보이자 맥더멋은 인터뷰에서 “이 세상 재능이 아닌 거죠”라고 찬사를 보낸다. 두 사람 외에도 임윤찬에 대해 ‘어떻게 저 어린 나이에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환상적인 연주를 할 수 있을까’라는 식의 깜짝 놀란 반응이 잇따른다. 

CGV가 오는 2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60주년 기념 다큐이기도 한 이 영화는 임윤찬을 포함해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피아노 유망주 30명이 지난해 콩쿠르에서 겨루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화면에 담았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미국과 소련 간 냉전 시기인 1958년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대회다. 1962년부터 그의 고향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4년마다 개최되며,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제16회 대회는 당초 2021년 개최돼야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한 해 미뤄졌다. 2017년 열린 직전 대회에서는 선우예권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선우예권도 반갑다. 그는 자신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체험담 등을 들려준다. 

임윤찬(앞줄 가운데) 등 지난해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진출자들. 반 클라이번 재단 제공
영화는 결선 무대에 오르기 직전, 지휘자 겸 심사위원장인 마린 알솝이 “매우 떨린다”는 임윤찬에게 “맘껏 즐겨라”고 격려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후 영화 전반부는 결선(6명)에 오른 안나 지니시네(31·러시아), 일리야 슈무클러(27·〃), 드미트로 쵸니(우크라이나), 클레이튼 스티븐슨(23·미국) 등 다른 주요 참가자의 인터뷰와 생활 모습이 나오고 임윤찬의 분량은 적다. 임윤찬은 2라운드 진출자 18명에 뽑힌 뒤 진행한 인터뷰 도중 “피아노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음악이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음악이 꽃을 피우게 하려면 혼자 고립돼야 한다. 고민하고 외로운 순간에 음악의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 역대 최연소 우승과 함께 국내외 클래식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임윤찬의 경연 모습 등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앳된 얼굴의 임윤찬이 준결선과 결선에서 각각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장면은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그의 결선 연주 장면이 나올 때 반 클라이번이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 당시 같은 곡을 연주하던 장면도 나오는데 전율을 일으킨다. 영화 제작진이 마치 반 클라이번이 임윤찬으로 환생한 듯한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고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임윤찬이 신들린 듯 연주하다 마지막 타건과 함께 정지하자 현장 관객은 물론 협연한 포트워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무대 밖에서 한 단원은 임윤찬에게 “리허설 때와 달리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절대 보지 못할 연주였다”며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다른 단원들도 “전설로 남을 무대였다”는 등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잇따라 같이 사진 찍자는 요청을 했다. 임윤찬은 결선 무대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마음을 다해, 하늘에 계신 위대한 예술가들을 위해 연주했다”며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하나가 돼 연주했다. 단원들도 그렇게 느낀 듯하다”고 결선 무대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앞서 예선 기간 인터뷰에서 콩쿠르에 도전한 이유로 “어떻게든 1등 하려고 나온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깊은 음악을 하는지 보여주고 제 스스로 검증하기 위해 이 콩쿠르에 참여한 것이다. 내 음악을 확인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한 임윤찬은 결국 1등을 차지했지만 들뜨지 않았다. 그는 “제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세상에서 음악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것을 이 현실 세계에 꺼내는, 그런 어려운 일도 음악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이어 “제 스승(손민수 교수)은 ‘훌륭한 사람이 되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하셨다”며 “저는 아직 (훌륭한 사람이) 아니지만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건) 모든 예술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콩쿠르 우승으로 무엇이 변했느냐’는 질문에도 “계속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며 지낸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며 “미국엔 대자연이 있지만 (즐길) 시간이 없다. 위대한 피아노 작품들을 배우려고 계속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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