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문외한에서 마스터스 최강자로…“90세까지 달릴 겁니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초등학교 운동회 달리기에서 상품으로 공책을 받는 마지노선인 조 3위안에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부터 운동하고는 담쌓고 지냈던 그가 23년 전 우연히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서 달리기의 맛을 알았고, 이젠 대한민국 마스터스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12월 12일 열린 ‘2023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서울 강동구청 환경미화원 최진수 씨(53) 얘기다.
최 씨는 올 한해 한마디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0km와 42.195km 풀코스 개인 최고 기록을 모두 올해 세웠다. 10km는 32분 37초, 풀코스는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기록한 2시간31분34초. 하프코스 최고 기록도 지난해 세운 1시간 11분 45초다. 마스터스마라톤계에선 이렇게 50대에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는 것은 “꾸준한 관리가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 5km를 완주한 뒤 매일 동네 아파트를 혼자 약 20분쯤 달렸습니다. 혼자 달리다 보니 재미가 없었어요. ‘아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지나가다 집 근처 ‘강동마라톤동호회’를 보게 됐고 가입해 달렸습니다. 함께 달리니 정말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풀코스 입문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풀코스는 쉽지 않았다.
“혼자는 훈련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함께 달리려고 집 근처 동호회에 가입해 풀코스 완주 준비를 했죠. 그런데 2003, 2004년 풀코스를 달린 뒤 ‘이것도 아니다. 전문가에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 2005년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들이 지도하는 ‘러닝 아카데미’를 찾게 됐습니다.”
“엘리트 출신 지도자들은 매일, 주 단위로 규칙적인 패턴을 가지고 지도했어요. 매일 달리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우리 몸도 휴식이 필요하다며 주 1, 2일은 꼭 쉬라고 합니다. 그리고 훈련 전후 확실하게 몸을 풀어줍니다. 특히 훈련이 끝난 뒤 스트레칭 및 마사지로 몸을 완전하게 풀어주게 하고, 다양한 보강 운동을 시켜줍니다. 예를 들어 발바닥, 발목, 무릎, 허벅지, 복근 및 상체까지 체계적인 근육운동을 시켜줍니다. 10km, 20km, 30km, 40km 등 장거리 달리기는 우리 몸에 큰 부하를 주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몸에 이상이 올지 모릅니다. 그런 모든 것을 감안해 몸을 만들어주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최 씨는 그때부터 부상 당하지 않는 훈련법을 실시하고 있다.
“저는 대회에 출전할 때 준비 기간을 3개월로 잡습니다. 첫 1개월은 근육보강 위주로 훈련합니다. 그다음부터 25~30km 이상 달리는 거리주, 2~3시간 달리는 시간주, 페이스주(1km를 일정한 시간을 유지하며 긴 거리는 달리는 훈련), 마지막엔 인터벌 훈련을 합니다. 부상을 당하지 않게 트랙만 고집하지 않고 흙길과 야산도 달립니다. 트랙에서는 스피드와 페이스 감각을 유지하는 훈련을 합니다. 흙길에서는 다양한 지형을 경험하면서 근력과 지구력을 키울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야산에서는 천천히 조깅으로 쌓인 피로를 풀어주며 체력도 키웁니다.”
훈련을 마친 뒤에 쿨링다운(정리운동)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훈련을 마친 뒤에는 스트레칭 체조로 몸 곳곳을 풀어주고 마사지까지 합니다. 그리고 달리기만 할 경우에도 부상이 올 수 있어 대체 훈련으로 자전거 타기와 수영을 번갈아 하는 크로스트레이닝으로 몸의 근육을 균형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특정 부위만 발달해도 부상이 올 수 있습니다. 더불어 몸 상태에 따라 냉찜질과 반신욕도 병행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입니다. 전 월요일과 금요일엔 휴식을 합니다. 우리 몸도 피로를 회복해야 더 잘 달릴 수 있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제일 강조하는 게 부상 없이 달리는 것입니다. 아무리 달리기가 좋아도 다치면 달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상에 신경 쓰지 않고 무리하게 달립니다. 그러다 발목 무릎 등에 부상이 오면 평생 달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평생 즐기면서 달릴 수 있게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하는 것도 마라톤을 잘하는 큰 덕목입니다.”
2007년 ‘풀뿌리 마라톤’ 발전을 위해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는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고, 가을철 동아일보 주최 대회(공주, 경주국제)에도 참가한 선수들 중에서 성적과 마라톤 이력을 종합해 선발된다. 마라톤 발전을 위해 노력한 모습과 자원봉사, 기부 등 사회 활동도 수상자 선정의 주요 평가 요소다.
최 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뒤 평생 소원이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 MVP였는데 드디어 이뤘다. 이젠 60대에도 연령대별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90세까지 달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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