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내년 중 핵 전략 지침 완성…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 포함”[일문일답]
한국과 미국이 내년 중반까지 핵 전략 기획·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완성하기로 했다. 양국은 내년 한·미 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하고, 핵 위기 시 한·미 정상 간 즉각 통화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회의 이후 워싱턴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가이드라인은 북한의 핵 위협을 어떻게 억제하고 또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지침”이라며 “내년 6월까지 한·미 확장억제 체제의 실질적 기반을 공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특히 “내년도 자유의방패(UFS) 훈련 등 한미 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해서 함께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한국 당국자들에 대한 ‘심화 핵 교육 프로그램’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 측의 ‘핵 IQ’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 정상이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미를 계기로 합의한 NCG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전력 전개 계획 등을 논의하는 상설협의체다. 미 국방부에서 열린 이날 2차 NCG회의에는 한국측은 김 1차장, 미측은 마허 비타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국방정책 조정관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협의는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수석 부차관보가 주도했고, 양국 NSC·국방·외교·정보·군사당국 관계자 60여명이 참여했다.
양국은 공동 언론성명에서 한·미 간 핵 억제 협력이 보안 및 정보 공유 절차, 위기시 및 전시 핵 협의 절차, 핵 및 전략 기획,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CNI), 전략적 메시지, 위험감소 조치 등의 분야에서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성명에는 김 차장이 밝힌 한·미 핵 전력 기획·운용 가이드라인이나 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한다는 내용은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다. 미측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역량으로 뒷받침되는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 확고함을 재확인했다”며 “미국 및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음은 김 차장과의 일문일답.
-총체적인 지침이 만들어지면 위기 상황 발생시 미국의 대응에 대해 우리가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나.
“지금 양국이 준비 중인 핵지침, 가이드라인에는 평시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한·미 간 모든 노력이 기술된다. 특히 핵 위기 발생시 양국이 어떻게 신속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취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 절차도 기술돼 있다. 위기가 발생하면 토론할 시간이 없다. 따라서 양국 정상이 즉각 통화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미 양국 대통령에게 문제가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 수시로 통화할 수 있는 전용 휴대장비가 전달된 상태이다. 휴대장비를 더욱 안전하게 전자파 공격에서도 보호하고, 위기 상황에서 문제 없이 통화하도록 보완해나가는 상황이다.”
-미국의 핵 자산과 한국의 비핵 자산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합치되고 작전에 사용된다는 것인가.
“우리나라에 핵을 배치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하면 미국의 핵무기가 언제라도 쓰여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확장억제 개념이다. 그렇다면 평상시에 핵 훈련이 필요하다. 미국 핵 자산이 한반도에서 혼자 활동하는 게 아니고 우리의 군사자산과 함께 합동훈련을 해야한다. 핵 자산과 비핵 자산이 결합한 훈련을 의미한다. 실제로 핵 전쟁이 발생해도 미국 핵무기와 한국 비핵무기, 그리고 전략자산이 함께 어우러져야 서로 보호하면서 군사활동을 하게 된다. 공중, 해상, 육상 다 그렇다. 이것을 구체화하고 실제화하는 중이다.”
-핵IQ가 높아진다는 설명은 핵 교육에만 국한되는 것인가. 미국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됐을 때 우리의 어떤 자산으로 같이 훈련하는지에 관한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나.
“미국 전략폭격기가 동원되면 우리 전투기가 이를 엄호하고 호위하면서 분담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핵우산 운용 시뮬레이션(TTS)나 핵우산 운용 연습(TTX)에 모두 반영돼 있다. 그러려면 비핵 국가인 우리나라 군사 당국자들이 당국자들이 핵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평소 핵을 갖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핵 작전을 펴고 기획, 운용하는지에 대해 그동안 개념을 갖고 있을 수 없었다. 이를 차차 하나씩 매우 상세하게 교육받고 또 서로 공유하면서 같이 실전 훈련에 임하는 것을 두고 핵IQ라고 말씀드린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그런 표현을 쓰고 있지는 않다.”
-12월중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했나.
“오늘 논의에서도 북한의 12월 추가 도발 가능성을 포함해서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폐기한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국내 정치 일정을 전후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의로 증가시키려는 여러 행동들에 대해서 함께 토의했다. 백악관 측과도 별도로 한반도 안보 문제와 지역 안보 상황에 대해 한·미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구상하고 손발을 맞출지에 대해서 상세 토의했다. 일체형 확장억제란 한·미가 한 몸통이 되어서 핵에 대해 기획하고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정보도 한 몸으로 공유하면서 유사시 함께 행동해 나서는 체제를 구축해 놓는다는 의미다.”
-내년 6월이 NCG 마지막 회의라는 것은 미 대선 일정을 고려한 것인가. 한·미 외에 일본, 호주 등 역내 국가들과 확장억제 논의 틀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하나.
“지금까지는 준비형 NCG를 운용했다. 세번째 회의가 내년 6월 근처에 열리게 되면 한·미 간 핵작전 수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완성을 위한 모든 준비는 1차적으로 완료가 된다. 내년 6월이 가이드라인 완성 목표 시점이다. 그리고 한·미 간 일체형 확장억제체제가 구비되는 동시에, 일본을 포함한 호주 등 인태지역의 다른 국가들도 북한을 비롯한 역내 핵 위협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자 차원에서 한·미가 확장억제 체제를 운용하는 것과 별개로, 일본을 포함한 다른 역내 국가들과 함께 다수가 별도의 확장억제 대화를 갖는 것도 가능하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같은 계기에 북한의 핵에 대응한 훈련이 실시될 수 있는건가.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 보유를 하지 않아도 미국이 가진 막강한 능력과 자산을 언제든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확장억제 체제다. 내년 자유의방패(UFS) 훈련 등 한·미 간 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해서 함께 훈련할 계획이다.”
-지침에 담기게 되는 ‘북핵 위기 상황 발생시 위기관리와 감소에 관한 내용’ 부분과 핵 전략 기획·운용 가이드라인과의 관계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네탓 하거나 원인을 놓고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거나 또 위기 고조가 일어나면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위기 발생시 위기의 본질에만 집중해 해결하고 불필요한 오해나 역작용이 없도록 위험 감소나 정치적 메시지 관리도 동시에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을 했는데 그 이전에 3000~4000번을 위반해놓고 합의 깨진 것은 남한 탓이다고 주장한다. 위기 고조 과정에서 이런 불필요하거나 오인을 일으키는 메시지는 대한민국이나 한미동맹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ICBM 등 추가 발사시 NCG 협의에 따라 달라지는 대응방안이 있다면.
“정찰위성이나 ICBM에 핵탄두가 탑재되지 않았다면 핵 시나리오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오늘 말씀드린 내용과는 별개 사안이다. 다만 12월에 북한이 다른 종류의 탄도미사일이나 ICBM을 발사한다고 할 때 핵탄두를 실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문제를 포함해서 앞으로 한미가 모든 가능한 대응조치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한·미가 연합훈련에서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시키면 이전 도상훈련에서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지게 되나.
“그 전에는 ‘북한의 핵 공격이 발생하면 미국이 알아서 핵 보복을 해줄 테니까 안심하라’는 것이 미국의 핵우산이었다. 지금은 미국이 그렇게 책임져주는 게 아니라 한미가 처음부터 같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연습을 해 놓고 함께 핵 대응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믿을 만하고 담보가 돼 있고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는 확장억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가이드라인과 작전계획의 연관성은.
“작전계획 존재 자체가 비밀이다. 준비가 잘 되면 모든 것이 한미 간 작전상 계획에 자연스럽게 다 녹아들어갈 것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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