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골프 용품 규제 속에 숨어 있는 '무서운 진실'

김인오 기자 2023. 12. 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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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왜 골프 용품에 대해 규제와 허용을 반복하고 있는걸까.

양 협회가 이번에는 골프볼 거리 제한을 가지고 나왔다. 스윙스피드가 시속 125마일(약 201㎞), 발사각 11도, 백스핀 2200rpm으로 공을 쳤을 때 볼의 거리는 317야드(오차 3야드 허용)를 넘기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남자 프로는 약10야드, 여자 프로는 7야드, 아마추어골퍼는 5야드 정도의 거리가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호사가들은 2028년부터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일부는 그래도 규제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할 것이라는 측의 시선엔 그동안 양 협회와 용품업체의 비즈니스 포인트가 맞아 그동안 꾸준하게 진행돼 왔기 때문이란 시각이다.

1995년도 중반에 USGA가 규제하기 시작한 쇠징 골프화 금지를 국내 A골프장에서 시작했다. 처음엔 모두가 부정적이었지만 쇠징은 그린 훼손은 물론 그린에 전염병까지 옮긴다는 이유로 A골프장이 시작하자 모든 골프장에서 입장을 불허하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 골프장 일부에서 쇠징 골프화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만 해도 보수적인 R&A는 쇠징 금지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5년 만에 전세계 골프화들이 쇠징이 아닌 고무징으로 모두 교체됐다. 멀쩡한 쇠징 골프화는 하루아침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그 당시 골프화가 10만 원대이었고 새로운 고무징 골프화로 국내 골퍼 100만 명이 바꾼다면 10만 원씩만 해도 1000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전 세계 골프인구를 1억 명으로 잡는다면 1조원이 된다.

2006년엔 그렇게 엄격했던 GPS 거리측정기를 대회에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R&A 마저도 USGA가 주장한 GPS 거리측정기를 묵인해 협회가 상업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또 하나의 규제는 드라이버 반발계수(COR)가 0.830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각 용품 업체들은 앞 다퉈 반발계수가 0.830을 넘지 않는 새로운 규정의 드라이버를 양산했다. 사용 안하던 거리측정기는 새로 구입해야 했고, 이미 사용하던 드라이버는 허용 한도의 드라이버로 바꿔야 하니 용품업체로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이 모두 우연의 일치일지 의문이다.

2010년엔 양 협회가 그루브((헤드 페이스에 가로로 나 있는 홈)를 제한했다. 이 그루브로 인해 임팩트 순간 강력한 백스핀이 걸린다며 로프트 25도 이상 아이언의 그루브 폭을 기존보다 좀 더 좁고 얕게, 가장자리는 보다 둥글게 만들도록 했다. 당시 로리 매킬로이는 "그루부 규정 제한보다 골프장의 그린 경사나 러프 길이에 대한 규정을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랬던 매킬로이가 지금은 골프볼 제한에 대해 긍정적인 것을 보면 상황(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골프볼 거리 제한을 양 협회가 들고 나온 것이다. 잊을만하면 들고 나오는 규제와 허용은 시각을 조금만 비틀어보면 그 이면엔 우리가 모르는 무서운 진실 바로 상술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규제를 통해 선수는 물론 아마추어들까지 용품을 대거 바꿔야 한다면 그 이득은 누가 볼 것인지.

한동안 골프 변별력을 위해 골프장 길이를 늘이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잠잠하다. 대부분의 일반 골퍼들은 "스코어가 좋아지고 거리가 늘고 코스 공략이 쉬워지는 것은 과학이 발전한 이유이고 골퍼들은 더 좋아하는데 이를 굳이 제한해야 하는가"라는 부정적 시각이 더 많다. 

그러나 양 협회와 용품사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규제와 허용을 진행할 것이다. 30여 년 동안 진행해온 용품 규제와 허용을 보더라도 이를 방증한다. 이것이 타깃 마케팅이다. 만약 거리가 많이 나서 변별력이 없어지고 공략이 쉬워 진다면 왜 GPS 거리측정기는 허용하는 것일까.

골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골프용품이 잘 팔려야 한다. 그러니 몇 년 후엔 다시 고반발, 그루브 ,헤드 크기 460CC 이상 드라이버, 골프볼 제한 허용이 다시 이뤄질 수도 있다. 이외에도 샤프트와 퍼터 길이 제한 등의 규제도 계속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순수 골퍼들은 골프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좋은 사람들과 공기 좋은 곳에서 라운드 할 수 있는 내년 봄을 기다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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