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권력'은 왜 '새로운선택'에 합류했을까?[인터뷰]
"노동 문제, 복지 등에 있어 겹치는 부분 많아"
"최소 120~150 지역구 후보자 내는 정당 지향"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정의당 내 정치모임 ‘세번째권력’과 금태섭 전 의원 주도로 창당한 ‘새로운 선택’ 간 공동 창당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들은 오는 17일 국회에서 공동창당대회를 열고 제3지대 정당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이념적 지향이 다르다고 평가받는 이들은 어떻게 공동 창당까지 가게 됐을까. 세번째권력은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하고 새로운선택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성향 정당에 가깝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깝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았다고 본다. ‘정치모임’이 아닌 정당으로 활동하기 위해 세번째권력은 정당 플랫폼이 필요했다. 새로운선택은 정치 활동에 익숙한 당원·활동가 필요했다. 서로 간의 이해가 맞았다는 얘기다.
다만 각자의 정당 색깔이 불분명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자기 지지층 결집을 통해 선거 승리를 획책하는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 불리하다. 제3지대 정당에게 늘 지적되는 약점 중 하나다.
이데일리는 세번째권력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던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 대표를 만나 그의 의견을 들었다. 조 공동대표는 지역구에서만 120~150명 이상의 지역구 후보를 내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가능하다면 전국 지역구에 다 후보를 내고 싶어했다.
-새로운선택과 왜 함께하게 됐는지?
△기본적으로 지금 한국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한국 정치가 기초에서부터 와해되고 있다고 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식의 포퓰리즘과 윤석열 대통령의 신권위주의가 기본적이면서 기초적인 정치질서를 와해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통적이었다.
두 번째는 금태섭 전 의원이 합리적 기초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경제적인 영역, 특히 노동 문제나 복지정책에서 세번째권력이 주장하는 바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신진보 노선이라고 할까. 이 부분에 대한 공감을 많이 했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유연한 진보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
-세번째권력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면?
△진보정당에 있는, 상대적으로 젊은 활동가들이다. 진보정당에 국한되지 않고 제3지대 등 새로운 신당에 합류해야한다는 주장을 한다. 일종의 정치 그룹이다. 이번에 120~130명 정도가 (새로운선택에) 합류했다.
기존 정의당과 다른 부분을 꼽으라면 ‘노동 중심성’에 있다. 노동 중심성은 ‘한국의 노동자들을 대표한다, 대변한다’는 지향점이다. 민주노동당, 정의당 초기 시절 지향했던 바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가 변했다. 노동 중심성의 주요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은 15% 정도다. 상대적으로 처지가 괜찮은 대기업 노동자다. 이렇게 해서는 정말 어려운 노동자들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들었다.
두 번째는 전투적인 방식으로 약자들을 대변하는 방식을 넘겠다는 점이다. 기존 진보정당은 “우리가 약자다” 이것을 대변하고 보여주는 데 그쳤다. 문제 해결을 하지 못했다. 정의당이 여전히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산업전환과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노사관계라는 게 적대적이고 전투적인 관계만이 아니라고 본다. 좀 더 좋은 노사관계를 만드는 대안적 노사관계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의당이 위기를 겪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의당은 절반의 성공을 했다. 우리들의 문제의식이 이제 주류화됐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는 덜해졌지만, 박근혜 정부 때까지만 해도 ‘경제민주화’가 주된 화두였다. 노동과 복지에 대해 보수도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절반의 성공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는 위기로 이어졌다. “그러면 우리는 뭘 하지?” 이 지점에서 정의당이 실패했다고 본다. 절반의 성공에만 안주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아닌 것을 찾아야 했다. 정책 영역도 있겠지만 정치 영역도 있다고 본다.
민주당하고 다른 세계관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은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을까. 87년식 세계관이라고 본다. ‘세상에는 거대한 악이 있고 그 거악을 척결해야 세상이 좋아진다.’ 이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 항상 선과 악의 대결로 이뤄지나?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 문제는 명확하게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선과 악만으로 이뤄진 문제는 없다. 현실에 복잡한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정치가 필요하다.
-정의당을 포함해 제3지대 정당의 지분을 거대 정당이 잠식한 게 큰 원인 아닐까?
△제3지대 정당이 주목받고 있다. 제3지대에 있는 우리가 엄청 열심히 한 결과가 아니다. 양당이 너무 못해서 생기는 반사 이익도 있다고 본다.
원래 양대 정당은 굉장히 안정감이 있었다고 본다. 그때는 양당이 계속해서 중도를 잡기 위해 중간으로 수렴하는 노력을 했다. 튼튼한 양당 체제였다. 그런데 이제 스스로 무너지게 됐다. 중도가 아니라 포퓰리즘으로 양극단을 향하고 있다. 다들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휘둘리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시민의 유권자 층이 생겼다. 이런 맥락에서 제3신당은 가운데 넓은 연합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개혁적보수에서 합리적 진보까지. ‘빅텐트 신당론’이 지금 필요한 이유다.
-중도를 지향하다보면 고유의 색깔을 잃을 것 같은데.
△딜레마다. 중도를 지향하게 될 경우 색깔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신당을 중도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지개 정당이 맞을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지금은 진보나, 보수나 이런 이념을 갖고 설명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시민들 각자가 선거 때 각자의 이념 정당을 찍겠지만, 나의 모든 가치관을 진보냐 보수냐로 놓고 설명하기에는 힘들다. 과거 80년대와 90년대와 다르다. 지금 유권자들, 시민의 삶도 훨씬 복잡해졌다.
중도를 지향할 경우 색깔이 없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금 신당의 색깔은 다원성과 공존성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못하고 있는 게 바로 다원성과 공존이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너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모인 데 있다고 본다. 그 중에서 세게 주장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대변된다. 게다가 다른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면 쳐내지 않나. 양당을 포함해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총선 계획은 어떻게 될 것인지?
△될 수 있는 많은 지역구에 후보자를 내야한다고 본다. 최소 120~150명 이상의 지역구 후보를 출마시킬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잘하면 250여개 지역구에 다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최대 연합이 꾸려지면 가능하지 않을까. 최소 30석 이상을 노리는 신당으로 가야 한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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