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오일 머니'가 지구에 내린 "사망 선고"

CBS 오뜨밀 2023. 12. 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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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만 5천 년만에 가장 뜨거운 해
과학자들 "지구 온난화는 100% 인간 때문"
화석연료 줄이지 않으면 기후위기 심화돼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 '석유 살리기' 총력
석유기업 대표가 UN 기후총회 의장 맡아
화석연료 퇴출·감축, 아닌 '멀어지자' 합의
침수 위기 섬나라들 "우리에겐 사망진단서"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이번주 전세계가 주목한 이슈, COP28 관련 소식인데요. 이 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요즘 날씨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12월이 너무 덥다고 하잖아요. 지난 주말은 서울 낮 기온이 15도까지 올라가고요. 일부 지역이 20도까지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 조석영> 12월 초인데 부산에 벚꽃 폈다는 사진도 SNS에 올라왔죠.


◇ 채선아> 이러다 이번 주말부턴 갑자기 확 다시 추워진다고 하죠.

◆ 신혜림> 올해 내내 날씨가 덥다, 롤러코스터다, 그런 얘기 많이 했잖아요. 실제로 3월에 102년 만에 벚꽃이 가장 빨리 피었다는 얘기부터 해서 5월에 벌써 한여름이다, 열대야다, 그리고 9월에 역대급 9월이었다,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11월에도 역대급 11월 더위였다고 얘기했죠. 올해 기온이 얼마나 높은 상황이었냐면요. 유럽연합 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가 이번 달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니까 올 1월에서 11월까지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46도가 높았어요. 사상 최고치입니다.

◇ 채선아>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이런 약속을 했다고 그랬잖아요.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해야만 큰 재앙이 닥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탄소 배출을 좀 급감시켜야 한다.' 근데 지금 말씀하신 건 1.46도니까 이미 너무 높은 거 아닌가요.

◆ 조석영> 특정 시기만으로 보면 넘었다는 얘기도 있고요. 올해가 좀 더울 수밖에 없는 게 엘니뇨 때문이라고 하죠.

◆ 신혜림>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수온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현상이죠. 원래 몇 년에 한 번씩 등장하곤 하는 자연 현상인데 올해 오랜만에 찾아온 거였고요. 지구가 계속 더워지는 기후위기 상황과 맞물려 올해 지구가 가장 뜨거운 해였는데, 무려 12만 5천 년 전에 있었던 마지막 간빙기 이후 가장 뜨거운 해입니다. 아직 12월 중순이지만 이미 거의 확정 상태죠.


◇ 채선아> 12만 5천 년 전이라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옛날인가요?

◆ 신혜림> 농사가 시작된 신석기 시대가 1만 2천 년 전이거든요. 신석기 시대에는 사람이 살았잖아요. 12만 5천 년 정도라고 하면 현생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잖아요. 호모 사피엔스가 아직 한반도에 없을 때예요. 이렇게 가장 뜨거운 해 막바지에 열린 COP 28.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얘길 해보겠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에 각 나라 정상이나 대표단, 전문가 기후 단체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온실가스 줄여서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하기로 하자' 이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도 하고, 또 새롭게 대응할 것도 논의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런 회의입니다.

◇ 채선아> 기후위기 관련해서 지금 말씀해 주신 것도 그렇고 무슨 협정이 되게 많아요. 이걸 좀 정리하고 가면 좋겠어요.

◆ 신혜림> 회의가 되게 많죠. 조약 많고. UN에서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과학적 사실을 종합해서 발표하는 사실상 과학자 집단인 IPCC가 있고 그거에 대해서 실제 해법을 논의하는 UNFCCC가 있는데 여기는 사실상 정치적 대응을 논의하는 곳인 거죠. COP는 이 UNFCCC에 따라서 회의를 매년 여는 기구인 거예요. 그러니까 기후변화협약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매년 여는 회의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 채선아> 그래서 우리가 주목하는 거고요.

◆ 신혜림> 그리고 COP 뒤에 28이라고 숫자를 붙였잖아요. 올해 28번째이기 때문입니다. 근데 IPCC 같은 경우는 과학자들이 모여서 기후가 진짜 변화하고 있나 원인이 뭔가 이런 최신 논문을 싹 다 검토를 해요. 그래서 5년에서 7년 동안 한 번씩 보고서를 내놓거든요. 1988년에 처음 만들어져서 1990년에 1차 보고서를 내놨을 때는 '지구가 확실히 더워지고 있는데 인간의 영향은 확신할 수 없어'라고 했는데, 점점 '인간의 영향이 맞는 것 같아', '90% 이상인 것 같아'. '95% 이상인 것 같아'해서, 올해 6차 보고서에는 처음으로 '지구는 완전히 전적으로 인간 때문에 더워지고 있다'라고 확정합니다. 그래서 올해 당사국 총회 회의가 정말 중요했는데요.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파리 협정에 따른 전 지구 이행 점검이라는 걸 했어요.


◇ 채선아> 저번에 약속한 거 잘 지켰는지 한번 따져보고 다음 목표는 우리가 어떻게 세울지 그걸 좀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될 텐데. 그게 두바이에서 열렸다는 거예요. 근데 폐막이 지체됐다는 걸 보니까 회의 중에 뭔 일이 있긴 있었나 봐요.

◆ 신혜림> 올해 핵심은 뭐였냐면 바로 화석연료를 어떻게 할 거냐였어요. 어린이 환경운동가가 들고 있는 팻말이 있는데 '화석연료 END,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지켜주세요.' 이렇게 쓰여 있거든요. 기후위기가 산업혁명 때 석탄이랑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거잖아요. 그게 탄소 배출을 하니까. 근데 지금도 화석연료가 탄소 배출량의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하거든요. 그럼에도 이제껏 화석연료를 퇴출하자는 정치적 합의가 확실히 없었어요. 없었으니까, 이번에는 해보자 했던 거예요. IPCC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화석연료 인프라를 유지만 해도 우리 목표 달성 못 한다.'


◆ 조석영> 사실상 계속 줄여야 한다는 거죠.

◆ 신혜림> 그래서 이번 회의에서야말로 '퇴출'이라는 문구를 넣어보자, 이런 공감대가 조금 형성이 된 상태에서 회의가 시작이 된 거예요. 그 결론이 담긴 최종 합의문을 의장국이 도출해야 됩니다. 의장국은 아랍에미리트고요. 이 합의문은 198개 참가국의 동의를 만장일치로 얻어야 채택되는데요. 며칠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8일에 나온 초안까지도 그 퇴출이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해요. 단계적 퇴출이라고, 언제까지 퇴출할 건지 구체적으로 시기도 적혀 있었고요. 2030년까지 석탄 발전에 조속한 퇴출과 신규 석탄 발전 허가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는데요. 하지만 막바지에 가면서 표현을 감축으로 바꿀까 하는 논의도 있었어요, 퇴출이냐 감축이냐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었다는 거죠.

◇ 채선아> 그런데 결정적으로 뭐가 문제가 된 거예요?

◆ 신혜림> 퇴출도 아니고 감축도 아니고 폐막 직전 날에 공개된 초안에는 구체적인 시기도 완전히 사라진 채 이렇게 갑자기 이런 표현이 나타납니다.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공정하고 질서 있게 공평한 방법으로 줄여 나가자'

◆ 조석영> 줄여나가자? 이렇게 표현이 추상적이면 사실 하나 마나 한 얘기가 되는 거죠.


◆ 신혜림> 왜 이렇게 됐냐면, 배후에는 대표적인 석유 생산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내용이에요. 'COP28의 초점을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와 가스에서 벗어나도록 아랍에미리트에 압력을 가했다'는 거예요.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에 싹 다 공문을 보냈대요. 이 화석연료를 겨냥하는 문구를 배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라고요. 원래는 화석연료 옹호론자들이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저항을 해왔어요. 왜냐하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석유를 딱 직접적으로 찍지 않았거든요. 근데 올해 총회에서는 강력하게 나선 거예요. 어느 정도로 강력하게 나섰냐면 로비스트가 이번 총회 현장에 엄청나게 붙었는데 그 인원수가 무려 2,400명, 회의 참가자 40명당 1명꼴 수준이래요.

◇ 채선아> 그럼 로비스트 2,400명이 여기에 참석한 거예요?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어요.

◆ 신혜림> 2년 전에는 화석연료 중에 석유 말고 석탄만 따로 떼서 단계적 감축하기로 했었고요. 작년에 이집트에서 열렸을 때는 감축 대상을 석유 가스로 확대하려고 했는데 불발됐어요. 그래서 이때부터 열심히 해보자고 지금 다짐한 것 같아요. 석유 국가들이 석유는 건드리지 말라고.

◆ 조석영> 석유를 건드리는 순간 그 나라들의 수입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의장국도 석유로 먹고 사는 아랍에미리트인데.

◆ 신혜림> 이 행사가 3년째 산유국에서 열리고 있거든요. 내년에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이번 COP28 의장인 아랍에미리트의 술탄 알 자베르는 계속 논란의 중심이 된 인물인데요. 이분이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 대표예요. 근데 이분이 의장이었던 거예요.

 
◆ 조석영> 석유 회사 사장님이 석유 쓰지 말자는 협정문을 주도할 수 있을까요?

◆ 신혜림> 그리고 COP가 열리기 직전에 어떤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이런 얘기를 했대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내로 억제하는데 화석 연료의 감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거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 채선아> 과학자들이 모여서 내놓은 내용인데 그게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거는 뭐 안 믿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거 아닌가요.

◆ 신혜림> IPCC 자체는 화석 연료 감축을 해야 한다고 못 박지는 않아요. 하지만 필요하다고 사실상 말하고 있는 아주 많은 통계가 있죠. 기후운동가이기도 한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완전히 실패 직전이다. OPEC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고요, 또 지금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잠길 위기에 처한 섬나라들이 있어요. 진짜 10년, 20년 안 남은 섬나라들의 집합체가 있거든요. 여기 의장은 '이번 초안이 우리의 사망진단서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고요. 또 EU의 협상 의원인 에이먼 라이언 아일랜드 환경부 장관이 있는데 '이 합의가 이렇게 되면 세계가 원하는 결과가 아닐 거고 유럽연합이 협상에서 아예 이탈해 버릴 수도 있어' 이런 식으로 경고까지 했어요.


◇ 채선아> 이 협정문이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채택되는 거라면서요. 좀 답답하게 돌아가네요.  

◆ 신혜림> 계속 줄다리기 하다가 극적으로 최종 결과가 나왔어요. 합의문이 어떻게 나왔냐면 제가 읊어드릴게요. '정의롭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시스템을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하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 탄소 중립을 2050년까지 달성하기 위해 이 중요한 10년 동안 행동을 가속화 하겠다.' 이렇게 나왔습니다.

◆ 조석영> '줄이다'도 아니고 '멀어진다'네요.

◇ 채선아> 아까 초안을 들고 들어갔을 때는 퇴출이라는 용어였단 말이에요. 근데 지금 표현은 막 급박해 보이지도 않고 '이거 안 하면 우리 다 죽어' 이런 것도 아니어서 이게 과연 통할까 싶네요.

◆ 신혜림> 맞아요. 각국 정부가 사실 석유 포함한 탈화석연료에 공식 합의한 건 처음이긴 하거든요. 근데 표현이 조금 그렇죠. 사우디 반응이 방금 나왔는데 '성공적이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 채선아> 사우디는 성공했네요. 산유국들은 어쨌든 이익이 얽혀 있으니까 로비는 하지만 그래도 온실가스 감축을 하긴 해야 하잖아요. 방법이 있나요?

◆ 신혜림> 이번 당사국 총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가 탄소 포집이라는 거예요.  CCS라고 탄소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이걸 하겠다는 건데요. 이게 뭐냐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탄소가 있겠죠. 그 탄소를 공기 중에서 포집해서 땅속 깊은 곳이나 해저에 보관하겠다는 거예요.

◆ 조석영> 탄소 배출을 줄이기 싫으니까, 배출은 그대로 하고 그 나온 탄소를 잘 처리하자는 거죠.

◆ 신혜림> 이게 사실 논란이 좀 많은 기술인데 이 CCS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 봐서 좀 자세히 다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서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산업들이 있잖아요. 기업들이 있고. 거기서도 사실상 산유국과 비슷한 탄소 포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한테도 되게 중요한 기술입니다.

◇ 채선아> 정리를 해보면, 두바이에서 기후 총회가 열렸는데 산유국들이 로비를 벌이면서 애초에 넣고자 했던 문구가 아주 순한 맛으로 변경돼서 나왔고 그 논쟁 때문에 조금 늦게 끝났다는 거였고요. 이상 기후를 우리가 몸으로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총회의 목표가 이렇게 순한 맛으로 잡히는 게 과연 괜찮은가 하는 우려가 생기기는 하네요. 여기까지, 신혜림 PD, 조석영 PD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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