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700만의 심박수 올린 '서울의 봄', 이 사람 손끝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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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의 감동은 때때로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주형 논설위원의 '이 순간[The Moment]'은 영화 등 예술 작품 속의 인상 깊은 장면을 통해 작품이 관객과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다양한 앵글로 들여다보는 스토리텔링 콘텐츠입니다.
"흥행 숫자를 말하기는 참 부끄럽지만 한 천만 정도 찍어주고, 이 영화가 한 10년 후에도 모든 사람들이 '아 옛날에 '서울의 봄'을 봤는데...' 이야기하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참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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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편집이 없었습니다. 편집은 영화의 탄생과 동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발명된 거라는 얘기입니다.
최초의 영화로 일컬어지는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895)"은 열차에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한컷에 담은 게 영화 내용의 전부입니다.
스틸 사진을 이어 붙인, 말 그대로 '활동 사진'에 불과했던 영화는 몇 년 뒤 편집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비로소 영화로, 예술로 재탄생했습니다. 숏의 사이즈와 앵글을 달리해 숏과 숏을 이어 붙이자 편집에서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고 영화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는 풍성해졌습니다.
12.12. 군사 쿠데타 9시간을 오늘날 두 시간의 영화로 압축해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편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700만 관객을 돌파한 화제작 "서울의 봄"을 편집한 김상범 편집 감독은 "미술관 옆 동물원"부터 "서울의 봄"까지 200편 가까운 영화를 편집했고, 특히 "왕의 남자"와 "베테랑" 등 천만 영화 네 편과 "올드보이"와 "헤어질 결심" 등 박찬욱 감독의 모든 영화를 편집했습니다.
김상범 편집 감독과 만나 "서울의 봄" 편집 과정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흥행 숫자를 말하기는 참 부끄럽지만 한 천만 정도 찍어주고, 이 영화가 한 10년 후에도 모든 사람들이 '아 옛날에 '서울의 봄'을 봤는데...' 이야기하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참 좋겠죠."
#교차편집
"사실은 그 작업을 할 때 굉장히 어려웠어요.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거는 첫째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쉬운데 처음 본 사람은 같은 군복과 같은 아군이고, 이거를 처음에 직관적으로 느끼지를 못하거든요."
"정총장 찾아갔을 때와 뒤에 헌병대 들어오고, 전두광은 국무총리를 찾아가고, 이태신은 연희동으로 가고, 영화 속에서 얘네들이 차지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굉장히 한정이 되고, 한정이 됐다는 거는 아차 잘못하면 관객은 구분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그 부분 할 때 참 시간도 많이 걸리고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던 것 같아요. 정총장 찾아가도 2명은 응접실에 앉아 있고, 2명은 보안대 애들은 또 저쪽에 앉아 있고, 이런 것까지 다 신경을 쓰면서 시간 배분을 해야 하거든요."
#복도 씬
"감독님은 이 신을 꼭 찍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던 신이고, 굉장히 단순하게 찍었는데 그만큼 더 효과가, 아마 나는 굉장히 효과를 봤다고 봐요. 하나회 떼거리로 뭐 전두광을 양쪽 보좌하면서 왔었던 것과 앞으로 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혼자 모든 걸 대면하듯이 오는 그런 이미지가 마지막 부분과 같이 연관이 되잖아요. 그래서 저 신은 제가 참 좋아하는 신 중에 하나예요. 그러면서 힘을 주고 찍은 씬도 아니고."
"그리고 정 청장은 바로 앞 씬에서 인사 부분에 개입하지 말아라 하니까 이쪽에 연결감이 복도 씬에 의해서 굉장히 좋아질 것 같아요. 그 복도 씬이 없어도 드라마는 연결감은 괜찮거든요. 왜냐하면 전두광이가 노태건을 추천하는데 "인사권은 총장 나 본인한테 있지 않냐" 하고 나서 이태신한테 이야기해도 흐름은 굉장히 좋거든요."
#편집점
"저는 편집점을 잡기 위해서 더블 액션이라든가 그러니까 액션을 맞추는 거는 영화를 시작하면서까지 해 본 적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그 샷이 갖고 있는, 이 샷이 제일 중요한 때까지 써요. 액션 연결은 뭐 거의 그렇게 신경을 안 쓰고 하는데 그래도 아마 살짝 살짝 점프적인 느낌이 있을 텐데 그거는 의도적으로 한 거거든요."
"제가 못된 버릇이 하나 있거든요. 굉장히 열심히 만들고 나는 참 열심히 하는데… 관객이 물론 대단하죠. '시간을 내서 표를 사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등 기대고 편안하게 느긋하게 보는 거를 저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뭔가 순간 순간 깜짝깜짝 이렇게 화면에 좀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하는 그런 바람으로 이제 약간 좀 거칠게 느껴지지만 '이게 뭐지 어 왜 이렇게 되지' 이러면서 보게끔 하는, 그건 아마 편집 감독들마다 스타일인데 저는 이런 게 과연 좋은가 반성도 하면서 근데 '아 내 성향은 이건데 뭐' 하는 경우가 있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주형 논설위원 joo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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