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해운사도 홍해 피한다…예멘 반군 잇단 민간 선박 공격

류재민 기자 2023. 12. 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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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 머스크의 컨테이너선/로이터 연합뉴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인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겨냥한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수송 안전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홍해 운항을 일시 중단하는 등 가자지구 전쟁의 여파가 국제 교역과 물류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AP 통신은 15일(현지 시각)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이날 후티가 장악한 예멘 영토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홍해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선박이 해상운송 회사 MSC의 팔라티움 3호로, 라이베리아 선적의 다른 화물선 알자스라호가 공격받은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또 공격받았다고 전했다. 팔라티움 3호에서는 피격 이후 화재가 발생했으며 사상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보안업체 암브레이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MSC의 모기업이 이스라엘과 협력해 왔다”며 “이것이 공격받은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날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던 화물선 알자스라호가 예멘의 후티 점령지에서 날아온 발사체에 맞아 선상에 불이 난 일이 있었다. 암브레이는 알자스라호의 왼편이 드론 또는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의 공격을 받아 컨테이너 1개가 바다로 떨어졌고, 선박 데크에 불이 났다고 전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와 관련, “화재는 진화됐으며 현재 선원과 선박은 안전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암브레이는 이 배의 선사가 독일에 본사를 둔 하파그로이드라며 이 회사가 이스라엘 아슈도드·하이파·텔아비브에 사무실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예멘 반군 후티의 대변인 야흐야 사리는 이날 성명에서 “미사일로 선박 2척을 공격했다”며 “가자지구의 우리 형제들이 필요로 하는 식량과 의약품을 들여올 때까지 이스라엘 항구로 가는 모든 배들이 (홍해를) 항해하는 것을 계속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해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 메이슨호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우리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할 예정인 모든 선박에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운항을 일시 중단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머스크는 “어제 ‘머스크 지브롤터’와 오늘 또 다른 화물선에 대해 공격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라며 해당 선박들을 아프리카 주변 우회 항로로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 지역에서 상선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선원의 안전과 보안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머스크는 선박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기준 세계 2위 해운사다.

이날 소속 선박이 공격당한 독일 컨테이너 해운사 하파그로이드 역시 홍해를 통한 운항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티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보복하는 차원에서 이스라엘 소유 선박이나 이스라엘로 향하는 민간 선박 공격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쟁과 상관없는 선박도 홍해상에서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날에도 이 해협을 지나던 홍콩 선적 화물선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됐으나 빗맞았고, 지난 13일에는 미 해군 구축함 메이슨호가 홍해를 지나는 마셜제도 선적 유조선의 요청으로 후티가 발사한 무인 항공기를 격추했다.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와 이어져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주요 해상 수송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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