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강원도민 아프면 서울 간다…강원 의료인프라 열악 '원정진료' 불가피

신정은 2023. 12. 16. 09: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상용 강원연구원 연구보고서
인구 1000명당 의사2.61명, 전국평균3.03명
춘천·원주·강릉 제외 상급병원 없어
근무여건·의사 수급 확대 절실
비대면 디지털 의료플랫폼 활용 시급
▲ 서울 강남 일대 대형 종합병원의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 등 지방에서 올라온 이용객들이 고속철도 수서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병원 셔틀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해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59)씨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급격히 악화돼 주기적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드나들고 있다.

지방 중소 의료기관을 찾을 수도 있지만, 서울의 병원이 더 신뢰가 간다는 이유 때문이다.

의료 인프라가 확실한 수도권이 믿을만 하다는 그는 어김없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4시간 가량을 달려 병원에 도착한다.

이처럼 수도권과 지방간의 의료격차 문제는 공공의료 측면에서 여전히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다.

강원연구원의 ‘강원특별자치도 의료인프라 개선을 위한 특례발굴’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강원도내 의료인프라 현실 조명과 도민들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안에 관해 들여다본다.

▲ 도 의료기관과 의사 수 현황.

◇강원 평균 의료기관 수 167개·의사 수 2.61명…전국 평균 대비 적어

강원도내 의료인프라 문제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원연구원 박상용 연구위원이 공개한 ‘강원특별자치도 의료인프라 개선을 위한 특례발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강원도의 인구 10만 명 당 평균 의료기관 수는 167개다. 이는 전국 평균(186.7개)에 비해 적은 수다.

의사 수 역시 마찬가지다. 강원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1명으로, 전국 평균치(3.03명)보다 적다.

또 강원 지역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의 정도를 나타내는 ‘연간 미충족 의료이용률’도 전국 대비, 전년 대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강원도의 연간 미충족 의료이용률은 6.5%로 전국(5.5%)보다 1.0% 높고, 전년(5.2)대비 1.3% 높다.

▲ 강원도 및 전국 미충족 의료이용률.

이렇다보니 사망자도 증가한다.

치료가능 사망률로 비교해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강원과 가장 낮은 서울은 인구 10만 명당 8.8명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강원도의 인구수를 150만 명으로 가정할 경우, 치료가능 사망률을 낮추지 못해 연간 132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강원도 만성질환 환자의 진료건수와 도내 다빈도 상병 관련 진료비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강원도 환자 1인당 진료비는 전국 평균 1인당 진료비보다 컸다.

▲ 2021년 강원도 시군별 자체충족률.

◇ 강원 지역 의료접근성 낮아 원정 진료행…의료종사자 인력 수급 취약

강원도 내에서도 군 단위나 오지 지역의 경우, 주거지와 의료시설 등이 멀리 떨어져 있어 의료접근성이 낮다.

2021년도 강원도 18개 시군 환자가 거주 중인 지역에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인 ‘자체충족률’을 시군별로 보면 △강릉 64.4% △고성 40.5% △동해 81.5% △삼척 74.1% △ 속초 81.8% △양구 56.9% △양양 42.0% △영월 54.8% △원주 89.5% △인제 54.7% △정선 41.4% △철원 65.2% △춘천 90.5% △태백 78.4% △평창 49.4% △홍천 66.2% △ 화천 47.3% △ 횡성 55.0% 이다.

도내 자체충족률 상위 3곳은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이 있는 강릉, 춘천, 원주였다.

반면, 고성, 양구, 양양, 영월, 인제, 정선, 평창, 화천, 횡성 등 9개 시·군은 강원도 평균보다 낮은 자체충족률을 보였다. 특히 도내 자체충족률 하위 3곳인 양양, 정선, 고성 중 양양군과 고성군의 경우 입원 병상이 없어 입원 자체충족률이 0%로 기록됐다.

18개 시군 중 의료취약지는 무려 15곳, 응급의료취약지 15곳, 분만취약지는 14곳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방 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강원 지역의 원정 진료자 수는 34만여 명이다.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 2022년 강원도-전국 의료인력 현황. (의사, 약사 등)

이같이 의료접근성이 낮을 경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기 어렵고, 만성질환 발생이 높아지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취약지에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포함한 질병 초기 대처가 어려운 현실이다.

도립의료원의 상황도 열악하다. 원주 의료원의 병상 갯수는 286개, 강릉·삼척·속초·영월 등은 200개 미만이다.

이는 의료종사자 인력 수급 취약성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도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자격증을 취득한 의사의 절반 이상이 지역을 이탈, 강원도내 농어촌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공중보건의사가 감소하면서 의료공백은 점점 현실화 되고 있다.

강원 지역 공공 의료 기관 수는 18개, 의사인력은 529명이다. 이는 부산(9개·801명), 대구(825명) 대비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결국 응급실, 보건소, 보건지소 등 도내 공공의료기관 인력 수급에 연쇄적인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 춘천 강원대학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전담의료진 지원 및 비대면 디지털 의료 플랫폼 활용

우선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피과목에 전담의료진을 지원해 의사가 일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업무 강도가 크거나 보상과 보호가 따르지 않아 의료진에 인기가 없는 기피임상분야에 대한 시설, 장비 등을 마련해 전담의료진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업 비용을 지원하거나 수입 보장, 보너스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또 취약계층이나 시골 학생들에게 의대 교육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의대 신입생이나 해외의사 수입과 타지역 의사 유치 등으로 의료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그러면서 인력 확충을 위해 강원도립대 학과신설, 강원대 등지에 입학정원 확충 등 신설인원의 의료서비스 기여방안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원주, 강릉 권역은 도내에서 비교적 의료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역 내 도립의료원의 기능을 종합의료시설로 설정하기 보다, 지역특화 문제해결형 공공의료서비스로 방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삼척, 속초, 영월은 종합의료시설이 1개 혹은 부재한 것으로 조사된 바, 지역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지역 인구와 의료여건을 반영해 도립의료원 확대방안(기본 300병상 이상)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지역과 소득에 따른 ‘보험료 재산정 특례 발굴’이 필요하다.

현재 보험료는 지역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의 경우 인구 밀도가 낮아 의료비 부담이 높기 때문에 더 낮은 보험료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본인의 건강을 위해 예방적으로 몸 관리를 한 사람이게 더 낮은 보험료를 지불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강원도에 도입될 가능성이 가장 큰 대안은 ‘비대면 디지털 의료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다.

넓은 지형적 특징과 낮은 인구밀도로 의료 접근성이 열악한 도는 원격의료의 활성화를 통해 의료 공백을 매울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정밀 의료 등의 연계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하고 있다.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