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유니폼 입은 이정후, “아직 전성기 오지 않았다”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25)가 “팀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는 16일 홈구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이정후의 입단식을 열었다. 깔끔한 정장에 구단의 상징색인 주황색 넥타이를 맨 이정후는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으로부터 구단 유니폼과 모자를 건네받았다. 이정후는 미국에서도 KBO리그에서처럼 등번호 ‘51번’을 달고 뛴다.
이정후는 “역사도 깊고 전통 있는 팀에서 뛰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에서는 돔구장(고척)에서 뛰었는데, 천연잔디 구장에서 뛰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정후는 “적응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새 구장과 투수에 적응해야 하고, 이동하는 문제 등 모든 것에 적응해야 할 것 같다”며 “일단은 부딪혀 볼 생각이다. 목표를 정하는 것보다 적응을 우선으로 삼고 팀 승리를 위해 뛰겠다”고 전했다.
KBO리그 전설인 아버지 이종범의 별명 때문에 자연스럽게 ‘바람의 손자’라는 애칭을 얻게 된 이정후는 이미 미국에서도 바람의 손자(Grandson of the Wind)로 불리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라서 태어날 때부터 나는 손자가 돼 있었다”며 “한국에서 들을 때는 손이 오글거렸는데, 영어로 쓰니까 멋있는 것 같더라”고 했다. 아버지에게 무엇을 배웠느냐는 물음에는 “야구로 배운 것은 없다”고 웃음 지은 그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과 선수가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몸 상태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올 시즌 왼쪽 발목 힘줄을 감싸는 신전지대 봉합 수술을 받은 이정후는 “100% 회복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MLB 진출에 대비해 빠른 공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고자 스윙 자세를 바꿨던 시도에 대해서는 “잘하려면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스윙 변화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처음 겪어본 만큼 성숙해지고 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정후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했다. 그는 “나는 어리고,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 충분히 이곳에서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팀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고,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2017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로 넥센(현 키움)의 지명을 받고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정후는 7시즌 통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8을 기록했다. 지난해 타격 5관왕(타율, 안타, 출루율, 장타율, 타점)을 차지하고,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그는 자타공인 KBO 최고의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후는 이번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을 통해 빅리그 도전에 나섰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73억원)에 계약했다. 계약서에는 4년 뒤 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도 포함됐다. 현지에서는 당장 다음 시즌부터 이정후가 팀의 주전 중견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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