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끝까지 ICBM 카드 만지작… 중·러 뒷짐에 '악순환' 반복
"중러 편들기에 부담 없어…내후년은 돼야 대화 시도할 듯"
(서울=뉴스1) 노민호 이창규 기자 = 북한이 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중국·러시아의 '뒷짐'에 북한을 제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제2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지금 12월에도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이번 주말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늦어도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개최 전엔 ICBM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작년 3월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며 '핵·ICBM 모라토리엄'을 깨고 계속해서 '핵·미사일 질주'를 이어왔다.
북한은 올 들어선 △2월18일 ICBM '화성-15형' △3월16일 ICBM '화성-17형' △4월13일 고체연료 기반 ICBM '화성-18형' △7월12일 ICBM '화성-18형' 등 이미 4차례에 걸쳐 ICBM 도발을 단행한 바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목표로 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계속해서 ICBM을 쏘아올릴 수 있는 것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묵인'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후 양측은 눈에 띄게 가까워지고 있다.
러시아는 "국제법 틀 안에서 러북관계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탄약을 공급했고 그 대가로 정찰위성 개발·운용 등을 위한 기술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중국 역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북한의 합리적 우려"을 얘기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행보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 책임론'과 '대북제재 무용론'을 함께 꺼내 들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중·러는 지난 2017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제2387호 채택 때 '거부권'(비토)을 행사하지 않았다. 당시 결의엔 '북한의 핵실험 또는 ICBM급 미사일 발사 때 대북 유류 수출을 추가로 제한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로 결정한다'는 이른바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책임을 미국 등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ICBM의 추가 시험발사에 나서도 안보리 차원의 공동대응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나아가 북한이 내년에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두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다탄두, 고체연료 ICBM 등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추가 시험발사가 필요하다"며 "북한은 중·러의 편 들기에 안보리가 열려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북한으로선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기 위해 내년에도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할 것"이라며 "북한은 내년 중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추가 핵실험이나 정찰위성 발사 등의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북한의 연말 도발은 이례적이다. 북한의 12월은 (통상) 총화기간이라고 해서 한 해를 마무리 하기 바쁜 시점"이라며 "그럼에도 ICBM 도발을 감행하려한다는 것은 북한 내부 사정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ICBM 발사를 통해서 군사적 성취를 보여야 주민을 통제하고 결속을 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계속해서 핵을 고도화하다가 이를 지렛대로 삼아 내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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