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오로라’ 쇼는 더 강렬했다, 태양이 뜨거울수록
더 다채로워진 오로라 향연
남극과 북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는 1억5천만km 떨어져 있는 태양에서부터 날아오는 전하를 띤 입자(플라스마), 즉 태양풍의 일부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면서 공기분자와 부딪혀 빛을 내는 현상이다.
북반구에선 9월부터 다음해 4월, 남반구에선 3월부터 9월까지가 오로라 관측시기다. 보통 고도 80~300km 사이에서 발생하며 산소, 질소 등 부딪히는 공기분자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띤다.
여행사진 블로그 ‘캡처 디 아틀라스’(Capture the Atlas, https://capturetheatlas.com/)가 ‘2023년 올해의 오로라 사진’을 선정해 발표했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은 오로라 사진 컬렉션은 13개국 사진작가 25명이 11개국에서 촬영한 오로라 사진들로 구성돼 있다.
오로라는 태양 활동이 활발해질 때 더욱 장관을 이룬다. 관측할 수 있는 지역도 더 낮은 위도까지 확대된다. 그런 점에서 올해의 오로라는 다른 해에 비해 좀 특별하다. 11년을 주기로 극대기와 극소기를 반복하는 태양 활동이 극대기를 향해 치닫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태양활동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25번째인 이번 주기의 정점은 애초 예상했던 2025년 7월보다 훨씬 빠른 2024년 하반기에 올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한다.
그래서 오로라를 찾아다니는 여행가와 사진작가들에겐 지금이 오로라를 관찰하고 촬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주최쪽은 올해 출품된 오로라 사진에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컬렉션에 선정된 사진 중 몇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사진은 프랑스 사진작가 뱅상 보데즈가 촬영한 ‘북극의 춤’으로, 태양 활동이 고조됐을 때의 오로라를 잘 보여준다. 이 사진은 노르웨이 북부에서 연중 가장 강력한 태양 폭풍이 몰아칠 때 촬영한 것이다. 사진작가는 “이렇게 붉은 커튼과 광선이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듯한 장관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날 밤은 오로라가 너무 강해서 내 나라인 프랑스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둘째 사진은 미국 알래스카 수칵팍산에서 촬영한 오로라 ‘수칵팍의 폭풍’이다.
수칵팍산은 북극권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이다. 작가는 “이곳에 도착했을 때 밤하늘은 그동안 10년 넘게 오로라를 촬영하면서 본 것보다 더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오로라가 밤하늘에 수놓는 쇼를 한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은 채 쳐다보다가 상황이 좀 진정된 뒤 촬영했다고 한다.
오로라 옆 은하수, 그 사이에 선 인간
셋째 사진은 노르웨이 로포텐제도에서 촬영한 오로라 ‘무한대’다. 오로라와 은하수 사이에 있는 산 정상에 올라 있는 사람이 작가다. 작가는 이런 순간은 불과 몇초 또는 몇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넷째 사진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베이커스 오븐이라는 지역에서 촬영한 남극광 오로라다.
다섯째 사진은 영국 웨일스에서 촬영한 오로라다.
이 지역은 위도가 낮아 평소엔 오로라를 보기가 어려운 곳이다.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언덕 꼭대기의 ‘팩스턴 타워’ 뒤쪽 구름 너머 지평선에서 녹색과 분홍색 빛을 하늘 위로 쏘아대는 듯하다.
여섯째 사진은 독일 북부 바덴해상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오로라 ‘붉은 불꽃’이다. 9월25일 촬영했다.
작가는 “북극권에서 남쪽으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렇게 강렬한 오로라 쇼를 목격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로라 쇼는 오후 10시께 지평선에서부터 희미한 빛으로 시작돼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집에서 15분 거리까지 다가온 오로라
일곱째 사진은 노르웨이 북부 센야섬에서 촬영한 300도 파노라마 사진 ‘지는 태양’이다. 밤 11시에 해가 지는 9월의 밤 지평선에는 지는 해의 빛이 아직 남아 있다.
여덟째 사진은 영국 웨일스에서 촬영한 ‘오로라섬’이다. 작가는 자신의 집에서 차로 불과 15분 거리에서 이렇게 놀라운 오로라를 포착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홉째 사진은 아이슬란드 가트클레튀르 해안에서 촬영한 오로라다.
작가가 오로라를 찾아 이곳에 머문 7일 중 첫날 밤에 찍은 사진이다. 작가는 “새벽 2시30분에 일어났더니 차창에서 녹색 빛 오로라가 춤을 추는 걸 보고는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고 말했다.
마지막 사진은 뉴질랜드 더니든반도에서 촬영한 ‘오로라 불꽃’이다.
천체 사진용 특수 카메라를 사용해 오로라와 발광성운을 함께 담았다. 사진에서 오른쪽 위에 있는 것이 16만광년 거리에 있는 대마젤란은하다. 왼쪽의 붉은색 덩어리는 콜로이드성운, 아래쪽으로 뻗어나가는 것은 용골성운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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