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 사서 여행가자" 해외 유학생 용돈벌이로 쓰인 '이것' [보온병]

유은실 2023. 12. 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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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유학생 김모씨.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약 1년6개월간의 현지조사 결과,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사기 브로커 3명과 여행자보험 허위청구자 33명 등 총 36명이 적발됐다.

브로커는 필리핀 현지 병원 의사에게 돈을 주고 구입한 허위진단서를 교민이나 관광객에게 제공하거나 진단서 위조 후 20만~30만원의 대가를 받고 판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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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보험 가입한 유학생 현지 브로커와 공모
필리핀 경찰청 협조로 덜미···보험금 전액 환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필리핀 마닐라 유학생 김모씨. 그는 친한 친구 제의로 한 브로커를 만났다. 유학 당시 가입한 보험만 있으면 공짜로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해진 것이다. 방법을 간단했다. 브로커라는 사람에게 허위진단서를 사서 보험사에 제출만 하면 수백만원의 보험금이 나왔다.

유행처럼 번진 여행자보험사기

3개월, 6개월 단기 유학생이 많은 필리핀. 필리핀 유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돈 용돈 벌이 수단은 ‘여행자보험’이었다.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나 치료경위는 진위여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병원이나 스포츠 마사지업소와 짜고 진단서를 조작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것이다.

국내 병원이 아닌 만큼 실제 사실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은 데다 여행자보험이 단기보험이라는 속성상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워, 보험사들은 청구금액이 배상 한도만 넘지 않으면 대부분 보험금을 지급해줬다. 이렇게 받은 보험금은 현지 여행경비로 쓰였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보험사들로선 마땅한 대응책이 없었다. 그러다 한국 경찰이 2015년 필리핀 경찰청의 협조를 받아 병원 방문 및 관련자 면담이 가능해지면서 자료 확보에 성공하게 됐다. 필리핀 경찰청은 경찰관 3명과 차량 등을 지원했고, 필리핀 소재 문제 병원 15곳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약 1년6개월간의 현지조사 결과,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사기 브로커 3명과 여행자보험 허위청구자 33명 등 총 36명이 적발됐다. 보험금은 전액 환수됐다.

입원실 없는 병원서 ‘입원확인서’ 발급

브로커는 필리핀 현지 병원 의사에게 돈을 주고 구입한 허위진단서를 교민이나 관광객에게 제공하거나 진단서 위조 후 20만~30만원의 대가를 받고 판매하기도 했다. 필리핀 병원은 국내 한방병원의사가 면허증으로 현지에 개원한 의원급병원이었다. 간이침대만 설치해 입원실이 없는 병원이었지만, 의사는 ‘입원확인서’를 발급해줬다.

브로커에게 받은 진단서가 여행자보험 가입자에게 넘어가는 즉시 보험사기가 성립됐다. 허위청구자들은 처음부터 브로커, 의사와 공모한 경우 보험금을 보험가입자 70%, 의사 20%, 브로커 10% 등 야무지게 분배하기도 했다.

이는 필리핀만의 문제는 아니였다. 중국 베이징, 미국 보스톤·버지니아 등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 필리핀 문제 병원과 같은 형태의 보험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에선 2016년 이후 대형 손해보험사가 해외 보험과 관련한 보험사기로 총 2000여 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은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유학생 등 여행자보험 사기 혐의자 20여 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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