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에서 못 나오는 당신, 혹시 계절성 우울증?

CBS 오뜨밀 2023. 12. 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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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계절성 우울증'
무기력, 체중 증가, 수면 늘어도 피곤
일상생활 방해할 정도라면 의심해봐야
자연스러운 현상, 받아들일 필요 있어
햇볕 많이 쬐고 비타민D 섭취하면 도움
성과 압박 심한 한국사회, 연말 우울증↑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채선아> 월요병부터 각종 현대인의 질병 때문에 힘들어하는 환자분 있다면 진료실로 들어오실게요. 나만의 월요 주치의를 만나보는 시간, 여기는 <월요병원>입니다. 요즘 들어서 아침잠 깨기가 참 힘들다 그리고 이유 없이 무기력하다 하는 분들 계시죠. 매년 날씨가 쌀쌀해질 때쯤이면 이 질병이 생긴다고 하는데요.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진료 한번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지용> 네 안녕하세요.

◇ 채선아>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 김지용> 네. 저뿐만 아니라 아마 전국의 정신과 의사들이 지금 이 시기에 똑같이 느끼고 있을 건데요. 잘 지내다가 요즘에 진짜 안 좋아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왠지 모르겠는데 좀 무기력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전반적으로 너무 처진다. 그래서 여쭤봐요. 어떤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지 아니면 우리가 최근에 약을 줄였는지 이런 거 봐도 뭐 없고요. 그래서 차트를 쭉 리뷰하다 보면 작년 이맘때에도 이런 경우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날씨가 추워지고 찬바람 불어오기 시작하는 가을쯤부터 얘기를 하고요. 특히 요즘은 정말 하루 종일 어둡고 해가 짧잖아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더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십니다.

◇ 채선아> 그러면 이런 증상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거예요?

◆ 김지용> 사람마다 약간 다르기는 한데요.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해서 우리나라는 적도에서 꽤나 먼 북반구에 있잖아요. 적도에서 멀리 있는 나라들은 겨울, 해가 짧아지는 시기가 오면 사람의 뇌에 들어있는 생체 시계가 반응을 해서 실제로 무기력해집니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 채선아> 그냥 누구나 그런 거예요?

◆ 김지용> 그렇죠. 왜냐하면 동물들도 이 시기에는 활동을 많이 안 하고 겨울잠을 자기도 하고 식물들도 다 낙엽이 떨어지고 생장을 멈추잖아요. 어떻게 보면 사람에게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텐데 우리가 1년 내내 똑같이 살아가는 거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거죠.

◇ 채선아> 그렇죠. '내가 왜 이럴까?'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은 혹시 계절성 우울증은 아닌지 그 증상을 체크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무기력하고 활동이 줄어든다. 식욕이 늘면서 체중이 함께 는다. 잠을 전보다 많이 자는데도 쉽게 피곤해진다. 너무 공감이 되거든요. 겨울이라 날이 추워져서 잠을 많이 자는 거였군요.


◆ 김지용> 네. 많은 분들이 계절성 우울증 이러면 '나는 우울하지 않아. 그러니까 해당이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쉽게 피곤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식욕과 수면이 늘어나는 게 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고요.

그런데 계절성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저 역시도 요즘 너무 피곤하고 아침에 유독 일어나기 힘들어해서 제 가족들도 이 변화를 알아볼 정도예요.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까지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인 거죠. 그러다가 봄이 되면 또 자연스럽게 좋아지고요. 해가 일찍 뜨고 해가 오래 떠 있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들 액티브해지기 시작해요.

◇ 채선아> 그러면 여름엔 너무 푹푹 찌니까 다시 야외 활동을 줄이거든요. 그때도 이런 계절성 우울증이 올까요?

◆ 김지용> 이게 사람마다 좀 달라요. 예를 들어 어떤 분들은 여름이 되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거나 숨쉬기도 힘들고 너무 쉽게 짜증이 나고 무기력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유병률로는 가을, 겨울에 더 무기력해지는 분들이 더 많은 건 사실이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위도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런 연구가 꽤나 잘 돼 있는데요. 왜냐하면 땅이 너무 넓다 보니까 위도가 다르잖아요. 그래서 플로리다 같은 곳에서는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1%도 안 된다고 해요. 그런데 알래스카의 경우에는 계절성 우울증이 한 9% 정도 된다. 진단이 9%니까 실제로는 훨씬 더 많겠죠.

◇ 채선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계절성 우울증을 겪을 수 있는 건데 '내가 나약해서 그래' 이렇게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그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라고 느끼셨으면 좋겠고요. 이걸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 김지용> 일단은 햇볕을 좀 많이 쬐셔야 됩니다. 사람이 무기력해지면 더 안 나가고 늦게 일어나고 커튼 치고 그냥 어두컴컴한 데서 겨울잠 자듯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러면 계속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 채선아> 겨울에 추운데도 커튼을 쫙 펼칠까요?

◆ 김지용> 네. 좀 그래야 돼요. 특히 오전 시간에요. 알람 맞춰놓고 오전 시간에는 햇볕을 좀 쬐야 되고요. 그리고 춥더라도 가능한 한 따뜻한 시간에는 나가서 좀 걸으면서 햇볕을 쬐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햇볕과 우리 몸에서의 세로토닌 활성도는 직접적인 영향이 있어서요. 햇볕을 쬐야만 좀 좋아질 수 있고요.

그런데 나는 일상적으로 이걸 하기 힘들다. 낮 시간에 계속 사무실에 있는 분들은 같은 경우에는 광치료기를 구매해서 쓰는 경우도 있어요. 광치료기라고 해서 노트북이나 패드처럼 생겼는데요. 정말 밝은 빛이 확 나와요. 흔히 우리가 광원 1만 룩스 이상이면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센 빛을 이른 아침에 틀어놓고 그 앞에서 일상적인 활동을 하시면 됩니다. TV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식사를 하면 우리 뇌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고 받아들이면서 세로토닌 활성도가 올라갈 수 있어요.

◇ 채선아> 네. 만약 야외 활동이 어려우신 분들은 이런 방법도 있다고 알아두시면 되겠고요. 두 번째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김지용> 아무래도 이걸 좀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한데요. 그래도 우리가 좀 더 해볼 수 있는 걸 생각해 보자면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게 필요합니다.

◇ 채선아> 제가 먹고 있는 영양제 중에 비타민D가 포함돼 있는 종합 비타민제가 있거든요. 그것도 괜찮은 건가요?

◆ 김지용> 안 먹는 것보다는 낫고요. 그런데 겨울에 무기력이 확실히 더 심하다는 분들은 단독으로 있는 비타민D를 드시는 것도 좋고요. 요즘은 병원에서 건강 검진할 때 혈액 검사로 비타민D 수치를 보는 경우도 있거든요. 거기서 너무 많이 낮으면 주사로 보충하는 경우도 있어요. 왜냐하면 비타민D가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의 합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비타민D 역시 햇볕을 쫴야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인데 어쨌든 비타민D를 많이 복용하면 계절성 우울증을 조금은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채선아> 마지막 방법 하나 어떤 걸까요?

◆ 김지용>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됩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 저희 선조들은 겨울에 아마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을 거예요. 왜냐하면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밖을 많이 다닐 수도 없었으니까요. 아마 실내에서 활동량이 적은 시기를 보냈을 겁니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고요. 그런데 요즘 우리는 1년 내내 계속 똑같은 기능을 보여야 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살아가요. 1년 내내 똑같이 공부해야 되고 1년 내내 똑같이 출근해야 되고요.

◇ 채선아> 그렇죠. 1년 내내 6시 기상이라든지 미라클 모닝 1년 내내 해야 되고요.

◆ 김지용> 그게 의지가 강한 사람, 잘 사는 사람의 척도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있어요. 그래서 흔히들 말하는 행복 수치가 가장 높은 나라를 얘기하면 북유럽을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북유럽의 나라들도 어쩔 수 없이 계절성 우울증을 굉장히 많이 겪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은 어떻게 행복할 수 있냐? 이걸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해요. 특히나 계절성 우울증의 빈도가 적은 노르웨이의 한 지역을 한번 알아봤더니 그쪽 사람들은 그냥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거에 더 집중한다고 합니다.


◇ 채선아> 그 용어가 있던데 이게 되게 어려워요. '프리루프츠리브(friluftsliv)' 이거 뭐라고 읽어야 될지 굉장히 어려운 용어인데 뜻은 쉽네요.

◆ 김지용> 저도 대신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한데요.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이 시기에 잘 지낼 수 없는데 그래도 할 수 있는 거 하자고 해서 스키를 타거나 사람들과 티타임을 가지거나 조금 더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그 시간을 소중히 보내는 데 전념한다는 거죠.

어쩔 수 없이 많은 분들에게 계절성 우울증이 어느 정도 따라와요. 이건 우리가 첫 번째 화살을 맞은 거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두 번째 화살을 스스로에게 쏩니다.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나는 올해 또 아무것도 못했는데 연말까지 이렇게 무기력하게 보내는구나. 나는 역시 부족해. 난 안 될 사람이야. 나약해.' 이렇게 두 번째 화살을 스스로에게 쏘면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법이거든요. 그래서 그저 받아들이자.

◇ 채선아>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야외에서 활동하는 데 전념하고 일상에 전혀 지장 받을 필요가 없이 일상을 살아내라는 뜻인 것 같네요.

◆ 김지용> 그냥 우리에게 맡겨지는 변화는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그래도 이 와중에 할 수 있는 건 하면서 일상을 살자는 거죠.

◇ 채선아> 네 ** 님이 "계절도 있고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이룬 성과를 남들과 비교를 하면서 우울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라고 하시네요. ** 님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게 꽤 허무하더라고요"라고 보내주시네요.

◆ 김지용> 네. 이거 정말 많이 듣고요. 우리나라는 뭔가 정해놓은 것 같은 게 많아요. 서른이 되면 이쯤 해야 되고 마흔이 되면 이쯤 해야 되고 정해놓은 게 너무 많잖아요.

◇ 채선아> 집은 언제쯤 사야 되고 차는 뭐 정도 끌어야 하고 이런 것도 많고요. 결혼도 해야 되고 애도 낳아야 하고

◆ 김지용> 그래서 제 병원에서 전자차트에 뜨는 나이는 25세, 26세쯤인데 "서른도 거의 다 됐는데 이제 서른인데 나는 이룬 것도 없고 올해도 이렇게 갔다"라고 얘기하세요. 압박감을 엄청 받으시는 거죠. 그런데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지금이라도 우리가 챙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 채선아> 우리가 사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기분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우울해지는 걸 조금 더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지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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