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고립 원하지만, 방법을 모르겠어요”…고립·은둔청년 도울 방법은?

정해주 2023. 12.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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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불안했어요. 언제까지 내가 이러고 살까. 1, 2년 뒤에도 똑같이 이러고 있지 않을까"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되지?'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마음 놓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상담이든 뭐든 받고 싶지만, 어떻게 어느 곳에서 해야하는지 찾아보다가 포기해요"

- 2023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응답 中

밖으로 나오는 문을 닫고, 스스로 집에 갇힌 '고립·은둔 청년'들의 말입니다.

'2022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고립·은둔 청년'은 국내에 54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은 최근 19~39세 고립·은둔 청년 8,800여 명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조사를 진행해 '2023 고립·은둔 실태조사'를 내놨습니다.

고립·은둔 생활 중인 당사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본 건 처음입니다. 어렵게 입을 연 고립·은둔 청년의 80%는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다고 말했고, 절반 가량은 '방법을 몰라서' 실행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고립 탈피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현실로 이어지게 하려면, 어떤 지원과 도움이 필요할까요?

조사 결과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대인 관계' 어려움에 고립…타인 시선·접촉 두려워


실태 조사 결과, 대부분 청년들은 10대~20대를 거치며 고립되기 시작됐습니다.

계기는 직업 관련 어려움(24.1%), 대인 관계(23.5%)와 가족 관계(12.4%) 등 때문이었습니다.

관계 문제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10대는 폭력이나 괴롭힘을 당한 경험(15.4%) 때문에 고립 생활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면에 대한 두려움과 좌절 등이 표현됐습니다. 응답자의 62%는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했고, 47.8%는 대인 접촉 자체를, 44.2%는 지인을 만나는 것조차 두렵다고 응답했습니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일을 하더라도 대부분 청년들이 물류센터 등 사람과 접촉이 적은 직업을 택했습니다.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집에도 찾아오고 했는데 너무 싫었어요. 내 모습이 싫으니깐 과거에 날 알았던 사람한테 보여주기도 싫고..." - 최영재 (고립·은둔 극복 청년)

"편의점에 가야할 때도 항상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다니죠"- 실태조사 응답 中

"휴대폰에 걸려오는 전화가 무섭고 내가 타인에게 전화 거는 것조차 무섭습니다"- 실태조사 응답 中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일을 하더라도 대부분 청년들이 물류센터나 편의점 등 대인과 접촉하지 않는 직업을 택했습니다.

■2명 중 1명 신체·정신 건강 문제…75% "자살 고민"

고립·은둔 생활이 이어질수록 청년들의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2명 중 1명 꼴로 신체와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했습니다. 이들의 삶의 질은 3.7점으로 기록됐는데, 청년 평균이 6.7점인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실제로 응답자 중 75%가 자살을 생각해봤고, 27%는 실제 시도까지 해봤다고 답했습니다.

"...실패하면 그냥 포기해 버린다. 이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말해도 어차피 내가 쓰레기가 된다. 그냥 혼자 감추고 있다가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나도 조만간 그럴듯 하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 없으니 이거라도 적는다." - 실태조사 응답 中

"좋지 않은 형편에도 자식 사람 좀 만들겠다고 계속 데리고 가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 못난 말하며 이제 치료도 끊었다...나는 그냥 사회에서 버림받은 존재인 것 같다. 내가 무능하니까. 그냥 필요가 없으니까. 죽고 싶어도 불효하는 것 같아 죽지도 못하겠다" - 실태조사 응답 中

■ 80% "탈고립 하고 싶다"…'지원 정보 부족' 걸림돌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들의 '의지'는 조사 결과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고립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했고, 67.2%는 민간기관에 지원 프로그램을 문의하거나, 취미를 갖으려고 노력하는 등 적극적으로 고립 탈피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탈고립'을 하는 시도하는 과정 등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청년들은 4,700여 명에 육박했습니다.

이들은 '지원 정보를 몰라서(28.5%)', '비용이 부담되어서(11.9%)', '지원 기관이 없어서(10.5%)' 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청년들은 그러면서 '경제적 지원(88.7%)'과 '취업 및 일경험 지원(82.2%), 일상생활 회복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해 온 전문가는 단순히 정신 건강문제로만 접근하거나 일자리를 연결해줘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서, 사회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고립된 청년을 발굴해서 사회로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이 세심하게 받쳐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본도 정신 질환의 문제로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접근했다 실패했어요.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촘촘하게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사회적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고립·은둔 청년 지원)

■비대면 방식으로 고립·은둔 청년 '조기 발굴'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립·은둔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한 지원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발굴부터 지원 관리, 예방까지 여러 단계로 접근합니다.

먼저 고립·은둔 위기에 처한 청년들을 찾아내는 건 온라인에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청년들의 주된 활동 공간이 '온라인'이라는 점에 착안해 비대면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활성화합니다.

보건복지부 소관 사이트에 배너 등을 연계해 온라인 자가진단을 활성화합니다. 그렇게되면 누구나 언제든지 위기 정도를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보건복지부 129 콜센터로 전화한 뒤, '청년' 카테고리를 선택해 도움을 요청하면 청년 지원 센터로 연계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합니다.

대학생 자원봉사단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모니터링 하며 위기 청년을 발굴하기도 합니다.

■'청년미래센터'서 맞춤 지원…기존 심리·돌봄 지원도 확대


이렇게 발굴된 청년들은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가칭)'로 연결됩니다.

전담 사례관리사가 청년들을 만나 심리 상담과 일상생활 회복활동, 가족·대인 관계회복, 일 경험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런 청년미래센터는 내년 4개 광역시도에 설치될 예정이며, 2년 간 시범 운영된 뒤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청년들은 기존에 있던 청년마음건강서비스를 통해 상담을 받을 수도, 또 일상돌봄 서비를 이용해 돌봄·가사·식사 등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학생부터 취업준비생, 직장인까지 '청년기 전생애' 지원


학생부터 취업준비생, 직장인까지 상담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납니다.

정부는 학내 통합지원팀을 구성해 교내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 등을 조기 발굴하고 지원해나갈 계획입니다. 학교 밖에도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도 내년부터 고립·은둔 전담인력 36명을 배치합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는'청년성장프로젝트를' 내년까지 10개 지자체에 신설해 회사 적응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고, 취업을 한 뒤에는 조직 내 성장방법과 소통 협업 등을 배울 수 있는 '온보딩 프로그램'도 실시합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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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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