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도민에 화가까지..통일미술의 세계
◀ 김필국 앵커 ▶
실향민과 탈북민처럼 고향이 북한인 분들이 그리는 통일의 세계는 어떤 걸까요?
최근 이런 분들의 통일미술 전시가 특별한 장소에서 열렸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또 다른 장소에선 통일의 염원을 담은 전문 작가들의 작품도 선을 보이고 있다는데요.
그 통일미술의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살얼음이 얇게 낀 임진강 너머 북한 땅, 개성 송악산까지 한 눈에 들어오던 오두산 통일전망대.
'통일의 시선'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기획전시가 펼쳐지고 있었는데요.
[안수연/갤러리박영 대표] "올해가 정전 70주년인데 그 기회에 미술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그리고 마음의 염원이라는게 모이고 모이면 그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이상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언젠간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서.."
우선 입구에선 크고 작은 나비들이 날개짓을 하며 통일을 향한 길을 떠나고 있었고요.
안에선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탄두통 위에서 여러 소품들이 평화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해봤습니다.
무궁화와 태극기, 군복 무늬의 보자기는 한민족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묶고 있었고, 코믹한 모습의 남남북녀 커플은 오두산에서 북녘을 바라보며 눈물의 데이트를 즐깁니다.
[김원근/입체미술 작가] "가급적이면 좀 자연스럽고 남과 북의 갈등을 어떻게 하면 예술적이고 위트 있게 유머스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풀어나갈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태극기와 인공기를 섞어 AI, 인공지능을 이용해 남북의 현실을 하나의 이미지로 구현해본 작품.
또 전방지역의 자연을 오랫동안 관찰하며 느꼈던 소회를 화폭에 담은 그림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소영/회화 작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많이 잊고 살고 있지만 많은 분들의 희생같은 것들을 자연은 모두 품고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우리도 잊지 않고 역사를 기억하고 또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 선(善)을 향한 방향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렇게 한반도 통일의 염원이 담긴 전문작가들의 미술작품을 보셨는데요, 또다른 특별한 장소에선 실향민, 탈북민처럼 북한에 뿌리를 둔 분들의 통일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곳으로 한번 찾아가보겠습니다."
분단 이후 갈 수 없게 된 이북5도와 강원, 경기도의 미수복 지역을 관할하는 대한민국 정부기관, 이북5도위원회.
이북 지역,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과 그 후손들, 그리고 탈북민들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그리고, 또 써내려간 미술 공모전이 해마다 이뤄져 왔고, 지금까지의 주요 수상작들이 청사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는데요.
올해엔 100여 개의 출품작 중 30개의 수상작들이 최근 선정돼 청사 로비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 훈/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 "(이북도민 통일미술대전은) 저희들 2세들이나 3세들, 물론 1세 어르신들도 계시지만 그런 어떤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부분들을 저희가 계승-발전시키는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화려한 빛깔을 뽐내며 피어난 국화들.
온갖 역경에 굴하지 않고 아름답게 만개한 국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통일의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한국화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고요.
[안현주/실향민 가족] "이걸 야화로 이름을 정했는데 밤에도 이렇게 화려하게 지지 않고 끊임없이 피고 있다는 걸..끊이지 않고 이렇게 피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거겠죠? 얘네들도"
길게 잎을 늘어뜨린 파초 사이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민 국화를 통해 이산의 아픔을 구현해본 문인화.
엄정하고 단정한 한글 고체의 특성을 살려 통일의 간절함을 표현한 서예작품, 고기잡이배로 가득한 항구의 풍경을 담은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상작들이 선정됐습니다.
[오치정/'이북도민 통일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빼어난 색채 감각과 조형적인 요소로 애향과 그리움을 가득 담은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수가 돌아가신 실향민의 2세들 작품이 주를 이룬 가운데, 11살 때 함경도에서 피난 내려왔다는 고령의 실향민 1세대 작품도 당당히 수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서종근/함경남도 실향민] "우리 이북 분들이 글씨나 그림을 잘 그려요, 소질 있습니다. 특히 함경남도 분들은 서예 글씨에 아주 조예가 깊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도 좀 닮아가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는데, 계속 쓸 겁니다!"
탈북민들 작품도 적지 않게 포함됐는데요.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유려한 붓글씨로 표현하거나, 이산가족의 아픔, 그리고, 통일에 대한 희망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남 별/탈북민] "사실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진 않지만 아는 분들도 북한 분이 많으셔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시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통일이 빨리 와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 통일미술의 세계.
그 다채로움만큼이나 풍성하고 깊은 울림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53721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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