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송송 COP28, 우선 세 군데만 살펴봤습니다[설명할경향]
지난 13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가 막을 내렸습니다.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에 처음으로 전 세계가 합의했습니다. 앞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세계는 ‘석탄 감축’에만 합의했습니다. 2년 만에 화석연료로 그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역사적’ 합의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합의문은 산유국을 포함한 198개국 대표부의 ‘만장일치’ 의결의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진전입니다.
세계가 움직이는 ‘속도’는 여전히 느리기만 합니다. 이번 합의로 ‘1.5도 목표(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기온 1.5도 상승)’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적습니다. 1.5도 목표를 50% 확률로 달성하기 위해 남은 ‘탄소 예산’이 5~6년 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1.5도 목표를 지키려면 인류는 2035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합니다.
이번 COP28 합의문에도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둔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저감조치를 하지 않은 석탄 감축과 청정 기술로 원자력,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을 언급한 점, 화석연료인 가스를 암시하는 ‘전환 연료’의 필요성을 인정한 점 등이 있어요. 하나씩 뜯어 보겠습니다.
‘저감 조치’를 하지 않은 석탄 감축과 CCUS
합의문을 보면 세계는 “저감 조치가 없는 석탄 화력 발전의 감축 노력을 가속하는” 것을 각국에 요청했어요. 여기서 문제가 되는 단어는 두 개입니다. ‘저감 조치가 없는(Unabated)’과 ‘감축(Phase down)’이에요.
상대적으로 쉬운 ‘감축’부터 알아볼까요. COP28에서도 화석연료 ‘감축’이냐 ‘퇴출(Phase out)’이냐가 주요 안건 중 하나였습니다. 사용량을 줄일 것이냐, 아예 쓰지 않을 것이냐를 놓고 세계가 논의한 거죠. 발전원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석탄 발전을 ‘퇴출’하기 위해 노력을 가속하자고 하지 못한 점은 한계입니다.
회석연료 업계에서는 ‘퇴출’이냐 아니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저감 조치’는 이와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저감 조치’는 지구에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 업계에 오히려 ‘호흡기’ 역할을 할지도 모릅니다. 대표적 저감 수단으로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이 있습니다.
합의문 문구를 종합하면, 감축하자는 석탄 발전은 ‘저감 조치를 하지 않은’ 석탄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저감 장치 달아서 석탄을 계속 쓰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얼마나 저감을 해야, 저감으로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기준도 없습니다. 배출 탄소를 1%만 줄여도 ‘저감’일까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종합보고서를 보면 이 ‘저감 조치’에 관한 언급이 있어요. 보고서는 ‘탄소 중립 에너지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전체 화석 연료 사용의 상당한 감소, 최소한의 저감 조치 없는 화석연료 사용, 잔여 화석연료 시스템에 대해서는 CCS 활용”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감 조치’의 예시로는 “90%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50~80%의 메탄을 포집하는 경우”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발전소에서 이 정도의 탄소 포집을 성공한 곳은 드뭅니다.
합의문이 ‘가속해야 할 제로·저 배출 기술’의 예시로 CCUS를 언급한 점도 문제입니다. 미국 기반 국제환경법센터(CIEL)가 지난달 낸 ‘해상 CCS의 위험’ 보고서를 보면 2023년 중반 정도까지 세계에서 50개 이상의 새 CCS 프로젝트가 발표됐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모두 건설되고, 운영된다고 해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5%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이 중 12개는 신규 화석연료 프로젝트와 함께 제안돼, 화석 연료의 배출량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화석 연료 생산·사용 확대를 은폐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 등에서도 1.5도 목표를 달성하는 경로에서 CCS를 적용한 화석연료의 계속 사용은 매우 제한적이고, CCS의 대규모 증가에 의존하면 위험하다고 봅니다.
‘무·저탄소’라는 원자력, 확대?
COP28 합의문은 ‘가속’해야 할 기술로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도 말하고 있어요. 한국 정부는 ‘2050년까지 원전 용량 3배 증가’ 협정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증대, 에너지 효율 2배 향상’ 협정에 모두 서명했습니다.
물론, 세계의 재생에너지 증대, 원전 증대에 대한 온도 차는 분명합니다. 합의문은 “2030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3배, 세계 평균 에너지 효율 개선률을 2배” 올릴 것을 각국에 요청했지만, 원전 증대 목표는 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합의문은 한국 정부가 ‘원전 확대’를 외치는 근거가 될 수 있어요. 실질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8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인 ‘줄’에 실린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이 기후에 나쁜 이유’ 연구는 새 원전을 짓는 계획은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짓는 동안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늘리지 않아 기후위기 해결의 ‘방해물’이라고 주장했어요.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IEA의 ‘세계 에너지 전망 2023’을 봐도 세계 원자력 발전은 2050년까지 현재의 1.5배(주로 중국과 개발도상국 위주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원자력의 ‘미래’였던 소형모듈원전(SMR)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습니다. 에너지 전환 포럼이 지난달 26일 낸 보도자료를 보면 “사실상 유일한 SMR 개발 사업이었던 미국 ‘뉴스케일 파워’의 유타주 지방 전력협회와의 무탄소 발전 사업이 무산됐다”라며 “뉴스케일의 전신인 오리건주립대 연구팀이 미국 에너지부으로부터 20년 넘게 독점적으로 지원 혜택을 받아온 결과물이기에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어요. 이어 “무섭게 변화하는 세계 에너지전환 추세 앞에 국내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기술 개발 투자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라고도 말했어요.
‘전환 연료’의 필요성?
COP28 합의문에는 “전환 연료가 에너지 전환 중 에너지 안보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한다”는 문구도 들어갔어요. ‘전환 연료’는 화석 연료 중 하나인 ‘천연가스’를 암시해요. 화석연료 사용을 정당화한다고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 관련 국제 연구 단체인 ‘제로탄소분석’이 지난 3월 낸 ‘천연가스의 급속한 단계적 감축을 위한 증거 기반’ 보고서는 “지난 5년간 증가한 탄소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라며 “가스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누출과 옮기는 과정에서의 배출 때문에 기후에는 석탄과 유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하고 있어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에 남는 시간은 훨씬 짧지만, 온실효과는 80배 이상 강해요. 보고서는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계 가스 생산·소비는 2030년까지 30%, 2050년까지 65% 감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후솔루션이 국제연구단체 기후분석(Climate Analytics)과 함께 지난 3월 낸 ‘가스 발전의 종말: 2035년까지의 에너지 전환’ 보고서를 보면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 한국에서도 늦어도 2034년까지 발전 부문에서 가스를 퇴출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규 가스 발전소도 건설돼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에 비해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한국 예상 수요의 3배가 넘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분석합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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