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인터뷰 ①] 다사다난했던 시즌 보낸 황문기 “포지션 변경이 ‘터닝 포인트’, 정말 죽기 살기로 뛰었다”

강동훈 2023. 12.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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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강동훈 기자 = 강원FC 미드필더 황문기(27)는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보냈다. 개막 후 교체로만 간간이 출전했던 그는 지난 6월 중순 새롭게 강원의 지휘봉을 잡은 윤정환(50) 감독 밑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을 뛰며 다시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황문기는 부상 악재 속에 모처럼 잡은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 첫 선발 풀타임으로 뛰었던 경기 막바지에 발목 부상으로 고개를 떨궜다.

황문기는 이후 한 달여간 재활을 마치고 복귀했지만, 다시 벤치로 밀려나면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출전하더라도 경기 감각이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교체로 짧은 시간 나선 게 대부분이었다. 강원은 그사이에 강등권으로 떨어지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던 터라 그로서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런 황문기는 파이널 라운드로 진입하기 직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본래 중앙 미드필더 혹은 윙어로 뛰었던 그는 윤정환 감독의 추천에 따라 사이드백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이는 그의 축구 인생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사이드백 전환 후 다시 기회를 받기 시작하더니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주전으로 입지를 굳혔다.

황문기는 특히 승강 플레이오프(PO) 1·2차전 모두 선발로 출전해 강원이 잔류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승강 PO 2차전에선 공격포인트까지 올리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그는 후반 31분 오버래핑을 시도한 후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리면서 가브리엘(23)의 역전 결승골을 도왔다. 결국 강원이 잔류하자 황문기는 눈물을 쏟아냈다.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되돌아본 황문기는 “잔류하면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기쁘다”며 “사이드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축구 인생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 만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더 독한 마음으로 준비했던 것 같다. 정말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강조했다.



이하 황문기 인터뷰 일문일답.

올 시즌 치른 소감은.

“팀적으로는 올 시즌 계속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는데, 잔류하면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기쁘다. 개인적으로는 중간에 사이드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축구 인생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됐던 시즌인 것 같다.”

꾸준하게 기회를 받으면서 경기력도 올라오고 자신감도 얻으려던 찰나 시즌이 끝나서 아쉬울 것 같다.

“아쉬움도 있는데, 잔류 운명이 걸린 PO 1·2차전 모두 선발로 나서면서 마지막까지 부담감이 더 컸다. 21년도에도 승강 PO를 경험했는데, 당시엔 교체 멤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경기 모두 선발로 뛰었다. 이 두 경기로 모든 사람들이 웃고 울 수도 있는 만큼 정말 심적으로 부담감도 컸고 힘들었다. 그 부담감은 정말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 진짜로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21년도와 올해 승강 PO를 비교하면 언제가 더 힘들었는지.

“21년도 때도 힘들긴 힘들었는데, 올해가 더 심적으로는 부담감이 컸다. 근데 승강 PO는 매번 경험할 때마다 정말 힘들고 긴장이 많이 된다.”

공교롭게도 승강 PO 때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면서 잔류에 도움이 됐다.

“21년도 때는 솔직히 경기를 먼저 나갔던 선수들이 다 잘 해줬고, 저는 숟가락만 얹은 격이었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 승강 PO 2차전 때도 전반전에 너무 못했다. 전반전에 두 차례 크로스를 올렸는데 너무 이상하게 갔다. 후반전에 잘 올려보자 생각했고 또 코치님도 크로스만 잘 신경 써서 플레이하라고 하셨다. 사실 가브리엘의 골을 도왔을 때도 저는 크로스가 잘못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브리엘이 퀄리티있게 잘 받아서 넣은 것 같다.”

크로스를 받아 골을 넣어준 가브리엘에게 고마울 것 같은데.

“말은 이렇게 하는데, 사실 가브리엘을 만나면 밥 한번 사라고 그때 한번 말했었다. 가브리엘이 외모만 보면 묵묵할 것 같은데 되게 장난도 많이 치고 재밌다.”



승강 PO 2차전이 끝나고 나서 눈물을 계속 흘리던데.

“경기가 끝나고 나서 저도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계속 눈물이 났다. 주위 선수들은 왜 기쁜 날 울고 있냐면서 장난치는데, 저도 안 울고 싶은데도 눈물이 계속 흘러서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잔류하면서 제가 원했던 결말이 나와서 눈물이 많이 쏟아진 것 같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 창피하다. 인스타그램에도 울고 있는 사진이랑 영상이 계속 올라온다. 창피하지만, 한편으로는 재밌는 추억을 남긴 것 같다.”

이번 시즌 중반에 경기에 못 나오는 시간이 길었다.

“윤정환 감독님이 부임하고 두 번째 경기였던 FA컵 8강 포항스틸러스전 때 풀타임을 뛰었다. 그때 경기 끝날 때쯤에 발목이 밟혔다. 참을 수 있는 부상인 줄 알고 참았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병원에서 가서 진단을 받았는데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 이후로 재활하면서 한 달 정도 쉬었다.”

복귀하고 나서도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하다가 사이드백으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주전 자리를 꿰찼다.

“부상에서 복귀하기 일주일 전에 팀이 울산현대를 2-0으로 꺾었다. 팀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일인데, 사실 개인적으론 되게 초조했다. 다시 돌아가면 뛸 자리가 있을까 생각도 많이 했었다. 어떻게든 멘탈을 잘 잡으려고 노력했고 옆에서 와이프가 항상 잘될 거라고 응원해줘서 잘 이겨냈다. 다만 복귀한 후 컨디션이나 경기력이 잘 많이 올라오지 않아서 다시 벤치로 밀려났는데, 그 이후로 사이드백으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기회를 받았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 만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더 독한 마음으로 준비했던 것 같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포지션을 바꾸고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만큼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다.

“항상 경기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출전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1분을 뛰더라고 항상 그라운드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뛴다. 다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저한테 기회를 주시면서 기대를 거신 만큼 그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 특히 제가 잘못하면 그 책임을 오롯이 감독님과 코치님이 가져가시기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뛰었다. 첫 번째 경기였던 FC서울전에서 너무 못해서 너무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다음 경기부턴 죽기 살기로 뛰었다.”

2편에 계속됩니다.

사진 = 강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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