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로 성별갈등 해소?…여성계 "男표심 공략한 정치적 발언"
여성계 "내년 총선 남성 표심 공략 위한 포퓰리즘 전략" 비판
"성별 갈등 원인과 책임 도외시한 정치적 발언" 비판도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남녀 성별갈등 해소를 위해 여성도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남성 육아휴직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여성계에서는 2030세대 남성 표심 공략을 위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전략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성별 갈등의 근본적 원인과 책임을 도외시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남녀 병역평등' 제안은 지난 11일 나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을 잡고 창당을 선언한 ‘새로운선택’은 기자회견을 열고 성별 갈등 해결책으로 '병역에서부터 가사까지 성평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남성 독박 징병, 여성 독박 가사가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며 병역 성평등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과 남성 육아휴직 전면화를 제안한다고 선언했다.
핵심은 여성 징병제나 모병제를 통한 여성 병역의무와 남성 육아휴직 전면화를 통해 남녀 갈등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성계에서는 성별 갈등의 본질을 도외시한 정치적 발언으로, 성별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키고 고착화시키는 제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여성을 향한 스토킹 범죄 및 살인, 성폭력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등 엄연히 젠더(성별) 차별과 젠더 폭력이 존재한다"며 "이런 문제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구조적 성차별을 도외시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안 위원은 이어 "남성 육아휴직 확대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이 확대되지 않아서 젠더 갈등이 촉발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별 갈등 해결책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 병역의무와 남성 육아휴직 확대를 젠더 갈등 해결책으로 이야기했는데, 이것은 오히려 성별 갈등 구도를 강화시키고 고착화시키는 정치적 언사"라고 했다.
김엘리 성공회대 외래교수도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병역 평등 문제는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이슈"라며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이어 "'여성만 아이를 독박 육아한다. 남성은 독박 군대를 간다'는 것을 대립점에 놓고, 이 갈등을 해결하려면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매우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논리다. 이것은 성평등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성별 갈등 해소를 위한 해결책이 아니고, 여론몰이를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병역 문제를 둘러싸고 젠더 갈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 왜곡"이라고도 했다.
이어 "남성들의 불만은 군복무를 한 희생에 대해 국가가 충분히 보상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그것은 국가가 해결할 문제다. 여성들이 군대를 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성 징병제나 모병제 이슈는 선거철이 되면 단골로 등장한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월 여성도 민방위 훈련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대선 경선에서 '모병제 전환'과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선거철 여성 병역 문제가 등장하는 것은 남성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 9월 병역의무 불이행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남성 5명이 제기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한 병역법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병역법 제3조 제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2010년과 2011년, 2014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신체적 능력을 보유하고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 개 나라 중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는 극히 한정돼 있다"며 "병역의무 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의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등 사정을 고려해 양성 징병제의 도입 또는 모병제로의 전환에 관한 입법 논의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헌재의 예상과 같이 저출산 여파로 입대 대상이 되는 젊은 남성이 부족해지면서 앞으로는 여성 징병제 또는 모병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여성 징집의 경우)아직은 시기 상조인 것 같다"며 "더구나 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에 여성을 징병한다는 것은 사회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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