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위력 보여준 암 정밀유도탄 ‘엔허투’[약전약후]

황진중 기자 2023. 12.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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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2 양성 유방암 적응증서 폐암으로 적응증 확대
고형암·대장암까지 적응증 늘릴 전망…‘ADC 대표주자’
2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한국다이이찌산쿄 제공)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분야 인수합병(M&A), 기술이전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치료접근법(모달리티)은 항체약물접합체(ADC)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올해 3월 ADC 전문 기업 시젠을 430억달러(약 55조원)에 인수했다. 론자는 6월 시나픽스를 1억6000만유로(약 2240억원), 애브비는 이달 4일 이뮤노젠을 101억달러(약 13조원)에 각각 인수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에 따르면 비임상, 임상 단계에 있는 글로벌 ADC 파이프라인은 올해 1월 기준 922건에서 10월 1500건으로 62.6% 급증했다. 이 중 비임상 연구는 551건, 임상 연구는 192건으로 70%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ADC 기술이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8건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전체 ADC 기술이전 건수를 웃도는 수치다. 글로벌 ADC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70억달러(약 9조630억원)에서 오는 2028년 300억달러(약 38조9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빅파마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ADC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성공이 꼽힌다.

엔허투는 2세대 ADC 치료제다. ADC는 암세포에 특이적인 항체에 세포독성이 강한 화학화합물 페이로드를 링커를 통해 붙인 의약품이다. 기존 치료제에 비해 암세포를 더 잘 찾아서 제거하는 정밀유도탄으로 볼 수 있다.

엔허투를 구성하고 있는 트라스투주맙은 HER2 단백질에 특이적인 항체다. 유방암 등 암세포 표면에는 HER2 단백질이 다수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합물인 데룩스테칸은 엔허투 구조에서 페이로드를 담당하고 있다. 트라스투주맙은 로슈가 개발한 항체 치료제로 특허가 만료됐다. 데룩스테칸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화합물이다.

엔허투는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항HER2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시험(DESTINY-Breast03)에서 긍정적인 효능이 확인됐다.

지난해 업데이트한 중간분석결과에 따르면 엔허투 임상의 1차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엔허투군 28.8개월을 나타냈다. 1세대 ADC 약물인 로슈 ‘케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군 6.8개월 대비 22.0개월이나 길다. 주요 2차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은 엔허투군이 케싸일라군 대비 사망위험을 36% 감소시켰다.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에 참여해 '엔허투' 임상 3상 발표를 들은 제약바이오 관계자들이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ASCO 제공)/뉴스1 ⓒ News1

지난해 미국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또 다른 엔허투 임상 3상(DESTINY-Breast04)이 발표됐다.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HER2 저발현 HR 양성 혹은 음성 전이성유방암 환자에서 표준요법인 항암화학요법 대비 엔허투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오픈라벨 다기관 연구다.

연구결과 엔허투군의 mPFS는 9.9개월, 화학요법군은 4.8개월을 나타냈다.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표준요법 대비 50% 감소시켰다. 당시 발표현장에서는 기립박수가 나왔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는 유방암에 만족하지 않고 위암과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 유럽에서 적응증 확대에 성공했다.

엔허투는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허셉틴’(트라스투주맙) 기반요법을 진행한 전력이 있는 성인 진행성 HER2 양성 위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단독요법으로 승인을 받았다. 허가는 임상 2상(DESTINY-Gastric02) 등을 통해 이뤄졌다.

엔허투는 지난 10월 EU 집행위로부터 HER2 양성, 면역요법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백금 기반 화학요법을 받은 이후 전신 치료가 필요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한 단독요법으로 승인받았다. 임상 2상(DESTINY-Lung02)에 기반을 두고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에서 엔허투는 지난해 9월 HER2 양성 유방암과 위암 적응증을 대상으로 승인됐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엔허투 보험급여 적용은 숙제로 남아있다. 엔허투 비급여 치료 비용은 연간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5만명이 엔허투 건강보험 승인 촉구에 관한 청원에 동의를 했지만 급여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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