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승리에도, 패배에도... ‘佛 친위대 샴페인’ 봉발레 브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자타 공인 프랑스 근대사 최고 영웅이다. 프랑스 대혁명 후 혜성처럼 등장해 전 유럽을 정복하고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랐다.
군사적 성취와 더불어 프랑스를 근대적 민족 국가로 만드는 데 공헌했다는 점에서 프랑스 국부(國父)라는 평가도 받는다.
으레 프랑스 역사 속 인물이 그렇듯 나폴레옹 역시 와인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남겼다.
“나는 샴페인 없이 살 수 없다.
이겼을 때는 축배를 들며 마신다.
졌을 때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마신다.”
Je ne peux vivre sans champagne,
en cas de victoire, je le mérite,
en cas de défaite, j’en ai besoin.
출처는 확인할 수 없지만, 프랑스에서는 이 문장이 나폴레옹의 샴페인 사랑을 묘사할 때 수시로 등장한다.
기록으로 확실하게 남아있는 증거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 모에 샹동 기록 보관소에는 1807년 나폴레옹이 직접 샴페인 지하 저장고를 방문했을 때를 기록한 그림이 있다.
나폴레옹이 직접 주문한 샴페인 발주 문서도 세 건이 남아있다. 첫번째 주문은 나폴레옹 서른 두번째 생일이었던 1801년 8월 15일 이뤄졌다.
두번째 주문은 1803년이었다. 그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황제로 등극한 시점이다.
마지막 세번째 주문은 역사적인 아우스터리츠 전투를 몇달 앞두고 들어왔다. 아우스터리츠 전투는 나폴레옹이 거둔 많은 승리 중에서 가장 빛나는 승리로 꼽힌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는 군사학 교본에서 이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사용한 전략을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하는 전술적 본보기’로 꼽는다. 그는 이렇게 전쟁사에 길이 새겨질 전투를 앞두고 마치 승리를 예견한 듯 샴페인을 미리 주문했다.
모에 샹동은 당시 위대한 황제였던 나폴레옹에 헌정하는 의미로 1799년부터 기본급 샴페인 이름을 ‘임페리얼(Imperial)’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임페리얼은 영어로 ‘장엄한’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대로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 이후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워털루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나폴레옹에게는 스스로를 위로할 샴페인조차 남지 않았다.
1814년에는 샴페인 생산지 샹파뉴가 프러시아군 손에 떨어졌다. 이들은 여러 샴페인 하우스를 돌면서 지하 저장소를 닥치는 대로 약탈했다. 러시아 귀족들은 이 때 프랑스 샴페인 맛에 눈을 떴다. 그 결과 러시아 제국 개혁기를 이끌었던 해방 군주 알렉산더 2세도 마치 나폴레옹처럼 1876년 황제 본인만을 위한 샴페인 ‘크리스탈’을 만들기 이른다.
이제 나폴레옹은 가고 없지만, 그를 지척에서 지키던 프랑스 근위대가 남긴 문화는 여전히 샴페인과 함께한다.
과거 근위대 소속으로 말을 타고 전투에 임했던 경기병들은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허리 춤에 차고 있던 기다란 검으로 샴페인병 목 부분을 베어 코르크를 땄다.
한 손으로 병 밑단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칼을 쥔 채, 칼날을 가볍게 밀어내듯이 병목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치면 된다. 압력이 너무 세거나 거품이 너무 많이 생기지 않도록 샴페인 병은 충분히 차갑게 해 시도한다.
‘사브라쥬(sabrage)’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지금도 축제나 파티, 기념일, 의전행사처럼 절도 있는 방식으로 흥을 돋울 필요가 있는 자리에 종종 쓰인다.
봉발레 브뤼는 2020년 대통령궁을 호위하는 공화국 근위대가 공식 샴페인을 선정을 두고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샴페인이다. 2012년 문을 연 신생 샴페인 하우스 봉발레에서 만든다.
보통 유명 샴페인 하우스는 역사가 수백년을 넘나든다. 이들 샴페인 하우스는 대부분 가족 경영 방식으로 운영한다. 가문 대대로 ‘샴페인 명문가’라는 지위가 따라온다.
반면 봉발레를 세운 서른 일곱살 젊은 와인 양조가 기욤 봉발레는 파리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경영학도 출신이다. 그는 졸업 후 본인 이름을 딴 샴페인 하우스를 차리겠다는 일념으로 유명 샴페인 하우스에서 와신상담 근무했다.
샴페인 양조법을 익힌 이후에는 은행 대출을 끌어다 봉발레를 차렸다. 프랑스 왕국 변두리였던 코르시카 섬에서 태어나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과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점이 닮았다.
그가 만든 샴페인 봉발레 브뤼는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 스파클링 와인 5만원 이상 10만원 미만 부문서 대상을 받았다. 수입사는 니혼슈코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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