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온 전기차 보조금 못 줘"···'프랑스판 IRA' 대응 카드는? [biz-플러스]
美이어 '자국 이기주의' 노선 강화
국내 수출 기아 니로·쏘울 EV 제외
유럽 전기차 비중 높아 파장 촉각
기아는 슬로바키아 공장 라인 전환
韓정부 현지당국에 이의제기도
프랑스 정부가 예고한 대로 자국에서 먼 나라에서 생산된 전기차(EV)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자국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프랑스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조치라지만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로 니로·쏘울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기아(000270)는 슬로바키아 생산공장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해 ‘프랑스판 IRA’에 대응할 방침이다.
프랑스 경제부는 14일(현지 시간) 자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편 후속 조치로 보조금 지원 대상인 22개 브랜드 78종 리스트를 공개했다. 이는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65% 정도다.
국내 브랜드 가운데서는 체코 공장에서 생산 중인 현대차(005380) 코나 일렉트렉이 포함됐지만 국내에서 수출하는 기아 니로와 쏘울은 명단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두 차종은 16일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프랑스 정부는 올 5월 전기차 생산과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즉 환경 점수를 따져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정책을 바꿨다. 철강과 알루미늄, 기타 원자재, 배터리, 조립, 운송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탄소 배출량을 합산해 점수를 산정하고 최소 60점 이상인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해상운송 탄소 배출 계수를 포함시켜 유럽에서 먼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는 게 근본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리스트에는 중국산 전기차들도 대거 제외됐다. 프랑스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인 다치아 스프링이 빠졌다. 이 모델은 루마니아 자동차 업체의 모델이지만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MG 차종과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테슬라 모델3도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다.
문제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같은 아시아권인 한국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기아는 니로·쏘울 EV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당장 보조금 중단에 따른 판매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프랑스에서 두 차종은 연간 약 5000대씩 보조금을 받아왔다. 더욱이 보호주의 성격이 강한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이 다른 국가로 퍼질 경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12만 6085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10월 한 달간 팔린 전기차는 1만 2182대였으며 니로 EV의 판매 비중이 30.18%(3677대)로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쏘울 EV는 106대가 팔렸다.
기아는 유럽 현지의 기존 내연기관 공장 일부를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프랑스판 IRA에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8월부터 코나 EV를 체코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이번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 것처럼 신형 전기차의 유럽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프랑스 당국의 발표 직후 사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수출 전기차가 다시 현지 보조급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프랑스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재평가를 요구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국 간 고위급 협의를 통해 이의 제기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IRA와 달리 프랑스의 이번 조치가 끼칠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애초 중소형 전기차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차량 가격이 4만 7000유로(약 5600만원) 미만에 중량이 2.4톤 미만인 경우 최대 5000유로(약 710만 원)∼7000유로(저소득층 대상 약 995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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