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딸 주애 잦은 등장…“4대 세습 준비?”
[앵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요 행보에 동행하며 남다른 주목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입니다.
최근 통일부가 김주애의 4대 세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는데요.
김주애의 공식 석상 등장이 잦아지자 후계자 내정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4대 세습 준비는 진행 중인 것으로 봤습니다.
북한 공식 발표 전까진 누가 진짜 후계자인지 확언할 순 없지만 북한 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이 어린 딸을 왜 이렇게 빨리 공개했는지는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겁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해군 명예 위병대를 사열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딸 주애가 그 뒤를 따릅니다.
지난 8월 27일, 해군절을 기념해 해군사령부를 방문한 건데요.
당시 주애가 군 원수인 박정천과 강순남 국방상을 뒤에 세운 채 걷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 매체도 주애를 소개하며 존재를 부각했습니다.
[조선중앙TV/8월 29일 : "김정은 동지께서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 해군사령부에 도착하시자 해군 장병들은 감격과 환희에 넘쳐 열광의 환호를 올리고 또 올렸습니다."]
또 군인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주석단에 앉아 김 위원장의 연설문으로 추정되는 종이를 넘기고, 작전지휘소 방문 때는 꼿꼿한 자세로 해군 사령관의 작전계획을 듣기도 했습니다.
의전 담당으로 알려진 현송월 역시 김 위원장 보다 주애를 먼저 챙기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여기에 지난달 30일, 북한 항공절을 맞아 공군사령부를 방문 했을 때는 김 위원장보다 앞쪽에 서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김주애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김주애를 후계자로 보는데 신중한 입장이던 통일부도‘후계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내놨습니다.
주애의 행보가 군사 관련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북한 고위 간부들이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김주애 후계자 내정설’을 주장하는 목소리엔 더욱 힘이 실렸는데요.
[정성장/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 "북한의 박정천 군정 지도부장이 5성 장군인데 열병식 때 김주애 옆에 앉아서 김주애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북한은 마오쩌둥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러니까 김주애를 후계자로 키우려면 다른 무엇보다 군대를 확실하게 장악하는 게 필요하죠."]
그러나 ‘후게자 내정설’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여전히 많습니다.
북한의 선대 지도자들만 보더라도 후계자에 대한 검증과 내정, 공표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해 온 만큼 김주애에 대한 정보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겁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후계자라는 걸 검증, 판단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사적 검증 작업이 필요하거든요. 일종의 패턴, 과거 후계 구도의 연관성이나 여러 가지를 봐서 그런 지표에 맞는 상황이냐라는 걸 종합적으로 봐야 하거든요. 그런데 정보가 현격히 없는 상태에서 계속 ‘후계자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논쟁을 진전시킬 수 없는 이야기거든요."]
또 후계 내정 여부보다는 북한이 왜 지금 김주애를 등판시켰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솔직히 후계자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단 북한이 공식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는 게 상당히 중요한 거 같고요. 4대 세습 의지와 관련된 주민들의 반응이나 동향을 체크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김주애를 통해 세습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내부 반응을 살펴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통치력과 장악력을 점검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북한의 보위부가 모든 사람 속에 정보원을 두는 상황이란 거죠. 전국적인 범위에서 김주애에 대한 논의가 현재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이런 걸 북한이 충분히 알 수 있고 반응이 괜찮으면 그럼 자기가 통치하는 부분이 크게 나쁘지 않았다 하는 것을 역으로 증명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실제 매체에 등장하는 김주애의 모습과 호칭, 의전은 갈수록 격상되고 있는데요.
[조선중앙TV/2022년 11월 19일 : "역사적인 중요 전략무기 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첫 등장 당시 ‘사랑하는 자제’였던 호칭은 ‘존귀’,‘존경’등으로 격상됐고.
어머니 리설주와 앉았던 귀빈석에서 아버지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특별석에 앉는 모습까지 공개됐습니다.
[조선중앙TV/9월 9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와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리병철 원수, 박정천 원수와 군부의 지휘관들이 주석단 특별석에 자리 잡았습니다."]
김주애의 위상을 높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걸로 보여집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현재 김정은의 통치 방식이 지지받고 있다는 성과를 얻었을 것으로 보이고요. “그럼 내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해서 통치하면 되겠구나”라고 해서 대내적으론 자신의 통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기점이 될 것이고요."]
한편으론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지쳐있는 주민들을 결집 시키려 김주애를 활용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대량살상무기 앞에서 어린 딸을 품에 안은 김 위원장의 모습을 통해 자애로운 어버이상을 전하고, 자녀 세대에도 핵 무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겁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주애는 아이콘이거든요. 김정은의 수령제를 완성하는 일종의 역할인 거죠. 하나의 퍼즐 조각과 같은 조각을 맞춰주는 한 역할인 거거든요. 사회주의 대가정 이런 걸 확장해 가면서 북한 체제에서 수령제가 갖고 있는 속성들을 김주애가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는 거예요."]
매번 불거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도 김주애 조기 등판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2019년 140kg까지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눈에 띄게 살이 빠진 모습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북한 주민이 인터뷰를 통해 최고지도자의 달라진 외형을 언급할 정도였는데요.
[평양시민/2021년 6월 25일 :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수척해진 모습 볼 때 우리 인민들은 제일 가슴이 아팠다는 거. 모든 사람들이 다 말합니다.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고."]
하지만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몸집은 또다시 비대해졌고, 지난해부턴 뒤통수에 파스나 의료용 패치 등을 붙인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올 초부터는 쌀알 모양의 피부 트러블이 지속적으로 관찰되면서 김 위원장의 왼쪽 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후계 내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 "김정은도 자신의 아버지처럼 언제 갑자기 뇌졸중이 올지 모르는 거고. 그런데 만약 그때 가서 서둘러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발표한다고 하면 외부 세계에서는 북한이 또 금방 무너질 거라는 얘기를 하겠죠. 김주애로 갈 것이라는 걸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김정은이 어린 나이부터 김주애를 노출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어린 김주애의 깜짝 등장, 북한 입장에선 지금까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주애가 후계자가 아니더라도 4대 세습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등장 가치’는 충분했다는 겁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과거에 비교해 보면 김정일 때죠. 1990년대 말쯤에는 여동생인 김경희를 후계자로 북한에서 학습시켰던 적이 있습니다. 과거 역사적 사례를 비교해 본다면 지금 만일 숨겨진 아들이 있으면 그 아들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걔가 준비될 동안 그 공백을 메울 친구들이 필요하고요. 그럼, 지금 김주애가 그 역할을 담당, 수행한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김주애’라는 이름도, 후계자 내정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등장 1년 만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김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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