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H지수 단기 반등 어려워…ELS 문제, 실물 상환이 대안"

김재현 전문위원 2023. 12. 16. 0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ELS 잔혹사', H지수 뜯어보기 ②전문가가 본 내년 전망과 과제
[편집자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전체 판매액(20조원 추정)의 상당수가 60대 고령층에 불완전 판매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1분기 만기 도래 상품만 4조원에 달한다. 대체 홍콩H지수는 무엇인가? 내년에 깜짝 반등할 가능성은 없을까?

김형도 전 밸류파트너스 선임 디렉터 /사진=본인 제공
"H투자자 손실을 줄이려면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만기를 1년 연장하거나 실물로 상환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
한국 및 홍콩 현지에서 10년 넘게 중국과 홍콩 증시 관련 펀드를 출시하고 운용해 온 김형도(47) 전 밸류파트너스 선임 디렉터는 H지수의 내년 상반기 반등 가능성이 낮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디렉터는 한국투자신탁운용(8년), 중국남방동영자산운용(7년)에서 ETF 펀드운용과 상품개발을 담당한 베테랑이다. 2022년 초 홍콩 밸류파트너스 ETF 사업담당 선임 디렉터로 옮겼으며 지금은 이직을 앞두고 있다.
알리바바·텐센트 편입한 게 H지수에 '독'
김 디렉터는 H지수가 "2021년 이후 중국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대형 기술주 및 P칩의 주가 폭락으로 최악의 지수성과를 기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P칩(private enterprises)은 말 그대로 홍콩에 상장한 중국 민영기업을 뜻한다. 김 디렉터가 제공한 '2021년 2월 이후 지수 성과 비교'를 보면 2021년 2월 이후 2023년 12월 8일까지 기술주 위주의 항셍테크지수는 66.1% 폭락했고 H지수는 54.2%, 항셍지수는 47.5% 하락했다.

이 같은 H지수의 폭락은 H지수 리밸런싱 과정에서 대형 기술주를 꼭지에서 편입한 영향이 크다. 김 디렉터는 "2018년 이전 H지수는 중국 구경제를 대표하는 H주(홍콩 상장 중국 국영기업)로 구성돼 IT 비중이 0%였던 반면 금융주 비중은 70%에 달했으나, 지수 개편으로 P칩(IT·소비재)이 대거 포함되면서 대형기술주 비중이 3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원래 H지수는 H주, 즉 공상은행·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대형 국유기업으로 구성됐는데 리밸런싱 과정에서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민영 IT기업이 고점에 편입됐고 이들이 2021년 이후 폭락하면서 지수 침체가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김 디렉터는 "(주가가 급등했던) 알리바바·텐센트가 포함이 안돼 있으니까 지수가 많이 안 올라서 포함시켰는데, 또 알리바바·텐센트가 더 많이 떨어지니까 하락폭이 커지는 효과가 났다"고 덧붙였다.

파생상품 거래 많은 홍콩증시의 특징도 하락폭 키워
김 디렉터는 홍콩증시의 구조적 특징도 H지수의 하락폭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홍콩증시는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고 차입매도, 파생상품을 활용한 헤지 거래가 자유롭다. 김 디렉터는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의 중국 주식에 대한 헤지(차입매도) 거래 수요로 홍콩·중국 본토 동시상장 기업의 H주가 본토 A주 대비 저평가돼 거래되는 현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 A주와 홍콩 H주를 모두 발행한 중국기업이 있다고 치자. 이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중국 본토 A주는 차입매도를 할 수 없으니 외국인투자자가 대신 홍콩에 상장된 H주를 차입매도하고, 이 과정에서 H주가 A주 대비 저평가되는 정도가 커질 수 있다.

실제 AH프리미엄 지수는 지난 1월말 약 130%에서 현재 150%로 상승했다. A주와 H주를 모두 발행한 중국 기업들의 A주가 H주보다 평균 50% 비싸다는 의미다. 올해 H주가 A주를 20% 정도 언더퍼폼(수익률 하회)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8월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발행잔액은 20조5000억원. H지수 ELS 발행규모가 이렇게 큰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김 디렉터는 "헤지 거래의 편리함과 H주의 높은 지수변동성으로 증권사의 ELS 발행이 특정시기, 즉 2015년 5월과 2021년 2월 같은 지수 고점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ELS가 손실발생 기준선인 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경우 발행 증권사는 만기 상환에 대비해, 해당 지수 하락 시 반대매매(매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초지수인 H지수가 하락할수록 매도압력이 커진다.

김 디렉터는 "2024년 상반기까지는 녹인이 집중된 구간에서 기계적인 매도 물량에 의한 일시적인 시장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4년 상반기에 집중된 H주 ELS의 만기 충격이 적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장기적으론 상승, 단기 상승은 '물음표'
김 디렉터는 H지수의 전망에 대해 단기 비관적 입장을 내보였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중국 대표 기술주인 텐센트, 알리바바의 주가 향방에 달려있으나 현재 기술주 성과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답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이후 해당 기업들의 구조조정, 비용감소, 사업정상화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최근 발표되는 중국 경제지표가 경기둔화,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증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최근 중국 정부의 스탠스가 규제에서 부양으로 선회하고 있는 건 긍정적"이라며 "장기적(1~2년 이상)으로 본다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H지수는 2015년 5월~2016년 2월까지 50% 하락했다가 2년 동안 저점 대비 80%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반등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디렉터는 H지수가 "2024년 상반기 지수의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상반기 증권사 헤지 매도 물량 출회 시 일시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녹인 매도 물량 출회로 H지수가 또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디렉터는 "내년 상반기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출회될 때가 바닥일 수 있다"고 봤다.

끝으로 김 디렉터는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H주 ELS에 대한 일시적 시장 충격 최소화 방안과 상품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에 집중된 ELS 매도물량의 만기를 1년 이상 연장하거나 만기시 해당기초지수의 원금(손실확정)이 아니라 기초자산 실물(ETF 등)로 상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는 ELS 같은 구조화 상품을 팔 때 녹인 구간에 진입해 손실이 나면 기초자산 실물을 주는 경우가 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