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H지수 단기 반등 어려워…ELS 문제, 실물 상환이 대안"
[편집자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전체 판매액(20조원 추정)의 상당수가 60대 고령층에 불완전 판매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1분기 만기 도래 상품만 4조원에 달한다. 대체 홍콩H지수는 무엇인가? 내년에 깜짝 반등할 가능성은 없을까?
이 같은 H지수의 폭락은 H지수 리밸런싱 과정에서 대형 기술주를 꼭지에서 편입한 영향이 크다. 김 디렉터는 "2018년 이전 H지수는 중국 구경제를 대표하는 H주(홍콩 상장 중국 국영기업)로 구성돼 IT 비중이 0%였던 반면 금융주 비중은 70%에 달했으나, 지수 개편으로 P칩(IT·소비재)이 대거 포함되면서 대형기술주 비중이 3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원래 H지수는 H주, 즉 공상은행·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대형 국유기업으로 구성됐는데 리밸런싱 과정에서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민영 IT기업이 고점에 편입됐고 이들이 2021년 이후 폭락하면서 지수 침체가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김 디렉터는 "(주가가 급등했던) 알리바바·텐센트가 포함이 안돼 있으니까 지수가 많이 안 올라서 포함시켰는데, 또 알리바바·텐센트가 더 많이 떨어지니까 하락폭이 커지는 효과가 났다"고 덧붙였다.
중국 본토 A주와 홍콩 H주를 모두 발행한 중국기업이 있다고 치자. 이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중국 본토 A주는 차입매도를 할 수 없으니 외국인투자자가 대신 홍콩에 상장된 H주를 차입매도하고, 이 과정에서 H주가 A주 대비 저평가되는 정도가 커질 수 있다.
실제 AH프리미엄 지수는 지난 1월말 약 130%에서 현재 150%로 상승했다. A주와 H주를 모두 발행한 중국 기업들의 A주가 H주보다 평균 50% 비싸다는 의미다. 올해 H주가 A주를 20% 정도 언더퍼폼(수익률 하회)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8월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발행잔액은 20조5000억원. H지수 ELS 발행규모가 이렇게 큰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김 디렉터는 "헤지 거래의 편리함과 H주의 높은 지수변동성으로 증권사의 ELS 발행이 특정시기, 즉 2015년 5월과 2021년 2월 같은 지수 고점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ELS가 손실발생 기준선인 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경우 발행 증권사는 만기 상환에 대비해, 해당 지수 하락 시 반대매매(매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초지수인 H지수가 하락할수록 매도압력이 커진다.
김 디렉터는 "2024년 상반기까지는 녹인이 집중된 구간에서 기계적인 매도 물량에 의한 일시적인 시장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4년 상반기에 집중된 H주 ELS의 만기 충격이 적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최근 발표되는 중국 경제지표가 경기둔화,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증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최근 중국 정부의 스탠스가 규제에서 부양으로 선회하고 있는 건 긍정적"이라며 "장기적(1~2년 이상)으로 본다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H지수는 2015년 5월~2016년 2월까지 50% 하락했다가 2년 동안 저점 대비 80%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반등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디렉터는 H지수가 "2024년 상반기 지수의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상반기 증권사 헤지 매도 물량 출회 시 일시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녹인 매도 물량 출회로 H지수가 또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디렉터는 "내년 상반기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출회될 때가 바닥일 수 있다"고 봤다.
끝으로 김 디렉터는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H주 ELS에 대한 일시적 시장 충격 최소화 방안과 상품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에 집중된 ELS 매도물량의 만기를 1년 이상 연장하거나 만기시 해당기초지수의 원금(손실확정)이 아니라 기초자산 실물(ETF 등)로 상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는 ELS 같은 구조화 상품을 팔 때 녹인 구간에 진입해 손실이 나면 기초자산 실물을 주는 경우가 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나체 사진, 너 맞지?" 황의조 형수, 피해 여성 협박…외국인 행세해 - 머니투데이
- 또래 성폭행, 생중계까지…"난 이용당했다" 주범 몰린 10대 항변 - 머니투데이
- '450억 강남 건물' 수상한 증여…네 아들 아닌 양녀에, 왜? - 머니투데이
- 살찌고 수염 기른 신화 에릭…"아픈가?" 우려에 "건강하다" 부인 - 머니투데이
- "초4 때 가출한 母, 아프자 20살 된 딸에 거금 요구" 서장훈 '분노' - 머니투데이
- '미성년자 성폭행' 고영욱, 이상민 저격…"인간으로 도리 안해"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일본보다 비싼데 굳이"…제주 외면하는 사람들, 상가도 '텅텅'[르포] - 머니투데이
- "남녀공학 전환, 남일 아니다"…동덕여대 갈등에 여대들 힘 보탰다[르포] - 머니투데이
- "마약했다" 아나운서 출신 김나정 급히 지운 글…누리꾼이 고발 - 머니투데이
- "계속 카운팅해서 나와"…'200억 건물주' 유재석, 저작권 수입도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