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끈 놓지 않길"…미혼모들의 쉼터 '도담하우스'[현장]

김효경 인턴 기자 2023. 12.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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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소한 미혼모복지시설 '도담하우스'
이영애 간호사, 올해 '사회복지실천가대상' 수상
지난 9월 김건희 여사도 다녀가 "육아의 끈 놓지 않길"
[서울=뉴시스] 김효경 인턴기자 = 지난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도담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영애 간호사. 한부모복지시설에서 15년째 근무하며 간호사이자 사회복지사로서 근무하고 있다. hyogg3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효경 인턴 기자 = "도담하우스는 미혼모에게 꼭 필요한 보금자리입니다. 육아의 끈을 놓지 않도록 끝까지 도와줄 것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굽이진 골목 끝자락, 유독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는 곳이 있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함께하는 이곳은 '사단법인 깨달음과 나눔 도담하우스', 미혼모 자립을 위한 복지시설이다. 지난 13일 기자는 도담하우스를 찾았다.

2023년 12월 현재 도담하우스에는 총 6가구가 함께 하고 있었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이곳에 모였지만 이들의 목표는 동일하다. 바로 우리 아이의 건강과 행복이다.

2015년 개소해 지금까지 125명의 아이들이 거쳐간 도담하우스, 거쳐간 아이들이 많은 만큼 이곳에 오게 된 엄마들의 사연도 많다.

[서울=뉴시스] 김효경 인턴기자 = 공용으로 사용하는 놀이방을 소개하는 이영애 간호사. hyogg3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입소한 A씨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같이 산 부모는 심한 조울증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상태였다. 부모에 대한 결핍을 연인을 통해 채우던 A씨는 결국 원치 않은 임신까지 하게 됐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결국 한 아이를 품고 도담하우스에 입소했다.

현재는 퇴소한 B씨는 어렸을 적 친족에 의한 성폭력을 당했다. 가족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네가 꼬리쳐서 일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피의자는 결국 구속됐지만 B씨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에 집을 떠난 B씨도 아이를 품고 이곳에 입소했다.

"청소년 산모들이 길거리에서 헤매고 다니고, 밤낮없이 돌아다닐 때 가장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저희는 간판도 크게 있지 않아요. 입소자들이 마음 놓고 이곳에 살 수 있도록,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운영 방침입니다" 15년 째 한부모가족복시시설에서 근무하는 이영애 간호사는 시설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효경 인턴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골목에 자리한 사단법인 깨달음과나눔 도담하우스. 큰 간판을 달지 않고 일반 가정집처럼 꾸몄다. hyogg3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9월 27일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도담하우스에 방문, 미혼모와 복지시설 종사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김 여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출산을 결심한 여러분의 책임감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두려움 없이 자녀를 출산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입소자들은 센터에 최대 2년 동안 머물며 심리 상담, 육아, 직업 교육 등 자립을 위한 지원을 받는다.

입소자들이 외출하면 이후에는 센터 돌봄 교사가 아이를 맡아 케어한다. 직업 교육은 육아와 병행할 수 있도록 직업 상담 후 진행되며 현재 네일아트, 미용, 바리스타, 제빵 등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효경 인턴기자 = 도담하우스를 거쳐간 125명의 아이들. 대한민국을 대표하라는 마음을 태극기에 담았다고 한다. hyogg3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출산바우처는 100만원 상당, 이 간호사는 "이마저도 입소자들의 출산과 육아를 돕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코로나19로 병원 다인실의 선호도가 줄어들어 대부분이 1인실로 운영되는데, 하루 입원비가 최소 15만원을 웃돌기 때문. 여기에 출산에 필요한 수술과 진료, 무통 주사 금액까지 포함하면 빠듯한 실정이다.

시설에서 근무하며 웃지 못할 사연도 있었다는 이 간호사. 불안한 입소자들의 심리상태를 이용해 양육 지원금을 갈취하려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간호사는 "그때 우리 직원들이 힘을 모아 법의 도움을 받고, 서류도 떼고 다방면으로 노력했다"면서 "평범한 산모처럼 이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회상했다.

[서울=뉴시스] 김효경 인턴기자 = 기자가 방문한 13일은 입소자들이 단체 뮤지컬 관람에 나선 날이었다. 돌봄 교사와 놀다 지쳐 방에 잠든 아이 모습. hyogg3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간호사는 지난 8일 한국사회복지공제회에서 선정하는 '사회복지실천가대상'을 받았다.

"사회복지사는 제 전부입니다. 여기 모인 선생님 모두가 사명으로 임하고 계시고, 이곳에 있는 친구들이 다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싶습니다" 이 간호사는 상에 적힌 '실천가'라는 문구를 바라보며 이같이 생각했다고 전했다.

"제가 1988년부터 20년 동안 간호사로 일하다가 사회복지사로 15년을 근무하고 있는데, 이 실천가라는 상이 너무 뜻 깊고 값집니다. 입소자들의 상담을 진행할 때면 아직도 가슴이 뛰어요" 실천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이 간호사, 앞으로도 미혼모들의 자립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장 실무자로서 최선을 다 하고 싶어요. 여기서의 시간들이 저에겐 인생의 꽃과 같은 시기이고, 정년 때까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습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27일 서울 송파구 미혼모자가족 복지시설 도담하우스를 방문해 한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9.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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