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반한 ‘K-로봇쉐프’, 외식산업 판도 바꾼다[메가 FTA시대,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①]

박영주 기자 2023. 12.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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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롸버트-E' 한 시간에 치킨 50마리 튀겨
미국위생협회 인증받아…국내 조리로봇 유일
내년 1월 뉴욕에 250평 규모 직영 매장 오픈
[서울=뉴시스] 롸버트치킨의 '롸버트-E' 조리로봇(사진=로보아르테) *재판매 및 DB 금지

2004년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지난 20년간 국내 농업 생태계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물밀듯 쏟아지는 수입 농산물에 맞서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농업으로는 농업인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습니다. 농산물 수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다른 주력 산업에 비해 성장이 매우 더딘 상황입니다. 이러한 농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BT) 등 디지털 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농업과 그린바이오, 푸드테크 등 농업 전후방산업이 미래 농업의 청사진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농식품 전후방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부 지원 정책과 관련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을 총 5회에 걸쳐 연속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영주 기자 = "로봇의 퍼포먼스는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위험한 일, 하기 싫어하는 일을 로봇이 해줘야죠. 결국 사람의 일을 줄여주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게 로봇의 가치가 아닐까요?"

14일 방문한 서울 논현동 로보아르테 연구개발(R&D)센터 한쪽에는 유연한 움직임의 로봇팔이 설치돼 있다. 이름은 '롸버트-E', 업계에서 알아주는 튀김계의 고수다. 롸버트-E를 고용한 치킨 매장에서는 사람이 뜨거운 기름 솥 앞에 서 있을 필요가 없다.

주문이 접수되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반죽된 치킨이 담긴 바스켓을 자연스럽게 집어와 170도로 달궈진 튀김기에 넣는다. 치킨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흔들어 주고, 맛깔나게 튀겨지면 기름이 쏙 빠지도록 털어낸다.

롸버트-E가 튀김을 도맡다 보니 사람이 직접 기름 앞에 서 있어야 하는 수고로움이나 기름이 튀어 다칠 위험이 현저히 줄었다. 시간당 50마리의 치킨을 튀길 정도로 손도 야무지고, 한 치의 오차 없이 맛도 균일하다는 장점도 있다.

롸버트-E는 치킨뿐 아니라 너겟, 돈가스, 프렌치프라이 등 튀김 조리라면 뭐든 자신 있다. 0.5평의 작은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제 역할을 다 한다. 생산성이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해 큰 매장일수록 롸버트-E의 활용도는 더 커지는 구조다.

[서울=뉴시스] 롸버트치킨의 '롸버트-E' 조리로봇(사진=로보아르테)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로봇 쉐프를 개발한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는 '로봇의 신선함'이 아닌 오직 '생산성'으로 접근했다. 2018년 9월 회사 설립 후 완전 자동화에 도전했다가 잇따른 시행착오를 겪은 후 직접 개발한 첫 완성형 조리 로봇이 바로 롸버트-E다.

"2018년 창업을 할 때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조리 로봇이 거의 없었어요. 가격을 낮추고 생산성을 내는 쪽으로 개발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죠. 그때 국내에서도 최저임금이 계속 올라가고 있었고 특히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니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죠."

강 대표는 2020년 2월 로봇쉐프를 고용한 '롸버트치킨' 1호점을 오픈한 후 현재 국내 10개 가맹점을 뒀다. 강 대표의 도전은 국내에 국한하지 않았다. K-푸드테크(식품+기술) 무대를 세계로 돌려 싱가포르 1개 가맹점을 오픈했고, 미국 진출도 앞두고 있다. 안방 사장님에 머무는 게 아닌 K-푸드테크의 대표주자로서 K-로봇을 해외에 수출해 외형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정부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자유무역협정(FTA) 시장 개방으로 전통 방식의 농업이 더는 설 자리를 없게 되자 정부는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푸드테크 등 농업 전후방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생산 가능 인구 감소로 외식업계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리 로봇은 외식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미국 뉴욕의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14.20달러, 우리 돈 약 1만8500원이다. 캘리포니아는 15.5달러, 수도 워싱턴DC는 16.1달러 등으로 2만원을 웃돈다. 매년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오히려 일할 사람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국내 치킨 시장은 계속 과열되고 있고 국내 요식업계에서는 로봇 구매에 대한 부담이나 거부감이 있어요. 그에 반해 미국은 다양한 식당들이 있고, 한식당이나 치킨집이 아니어도 프랜차이즈가 많은 만큼 오히려 기회는 미국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 진출을 위해 까다롭다는 미국위생협회(NSF) 인증도 받았다. NSF 인증은 식품 관련 기기의 모든 부분을 대상으로 하며 엄격한 절차를 거쳐 발급된다. 위생이 철저한 미국에서 NSF 인증이 없는 기구를 주방에 설치했다가 적발되면 벌금 또는 징계를 받는다.

"미국 수출을 위해서는 NSF 인증이 필수여서 설계와 외형 등을 변경했어요. 기존 모델을 보완해 인증을 받기까지 1년 반이나 소요됐지만 국내에서 NSF 인증을 받은 조리 로봇은 '로보아르테'가 유일합니다."

[서울=뉴시스] 롸버트치킨의 '롸버트-E' 조리로봇(사진=로보아르테) *재판매 및 DB 금지


내년 1월에는 미국 뉴욕에 약 825㎡(250평) 규모의 직영 매장을 오픈한다. 이곳에서는 치킨뿐 아니라 다양한 한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실력을 인정 받은 롸버트-E 3대가 한 번에 치킨 18마리를 튀겨내고, 2층에는 60가지가 넘는 칵테일을 제조할 수 있는 로봇 바텐더가 손님을 맞는다.

내년 1월 직영점에 이어 내년 2월에는 뉴욕에 가맹점 한 곳도 오픈한다. 싱가포르에서도 가맹점 한 곳을 운영하고 있고 필리핀 매장도 2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해외시장에서도 K-조리로봇이 주목 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문을 여는 매장 관리는 서울 R&D 본부에서 할 수 있다. 조리로봇의 컨디션은 물론 주문 접수 시간, 조리 시간, 조리 시 기름의 온도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조리에 문제가 있거나 로봇에 오류가 발생하면 원격으로 제어해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다.

내년 3월에는 국내에서 신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롸버트-E가 중간 역할을 하는 전자동 튀김 로봇이다. 이렇게 되면 반죽부터 튀김, 양념까지 로봇이 도맡게 된다. 사람은 양념 된 치킨을 포장해 손님에게 전달하는 역할만 하면 되는 치킨 조리의 자동화가 구현된다.

"내년 목표는 수출기업으로 자리 잡는 거예요. 미국에서 조리 로봇을 제조하면 (인건비가 비싸서) 가격이 높아져요. 한국에서 만들어서 배 타고 나가도 미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더 싸거든요. 비용을 줄이되 잘 만들어서 미국에다 팔면 우리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강 대표의 내년 목표는 로봇 수출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에서 조리 로봇 문의 메일이 매일 5건 이상 들어온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가 뉴욕 직영 매장을 찾아 롸버트-E가 조리한 치킨을 맛본다면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롸버트-E와 일론 머스크의 만남이 성사될 K-푸드테크가 도약하는 그날을 고대해본다.

(제작지원 : 2023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서울=뉴시스] 싱가포르 롸버트치킨 가맹점(사진=로보아르테)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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