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교사, '학부모 민원' 얼마나 시달렸길래…"심장 꽉 조여"

"심장에 돌덩이 있는 듯 일어나지 못해" 괴로움 호소
'콩밥 먹이겠다' '교단 못 서게 하겠다'…학부모 폭언
근무시간 외 문자만 1500여건…하루에 6시간씩 통화
가해 학부모, A씨 사망에도 유족 측에 사과하지 않아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 7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의한 긴급 추진 과제 제언 및 법안 신속 입법 촉구 서울시교육청-교직3단체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교사 교권과 관련, 몇달 전 사망한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아버지가 오열하며 조희연 교육감과 교직 단체장들에게 진상 규명을 부탁하고 있다. 2023.07.2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성소의 기자 = 올해 초 사망한 상명대부속초 소속 기간제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협박과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임 교사였던 A씨는 학부모로부터 '콩밥을 먹이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는 등의 폭언을 들었고, 개인 휴대전화로 1500여건에 달하는 민원·항의 문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정신과 진료 기록에는 "학교에 너무 화가 나고, 학기 초부터 심장이 꽉 조인다. 심장에 돌덩이가 있는 듯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겠다. 스스로 너무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고, 너무 죽고 싶었다"고 토로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콩밥 먹이겠다'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학부모 폭언

시교육청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명대학교사범대학부속초등학교(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 사망 사건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담임으로 있던 학급에서 발생한 학생들 간 갈등을 중재하던 과정에서 학부모로부터 협박·폭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6월 2일 A씨가 맡은 2학년 교실에서 학생들 간 실랑이가 벌어졌고 A씨는 사건 경위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 당시 상황을 재연한 동영상을 해당 학생 학부모들에게 전송했다.

사건 전부터 사소한 사항에 대해 학부모들로부터 끊임없이 확인·민원을 받다 보니 A씨는 자발적으로 동영상 촬영을 했다고 한다.

A씨 입장에선 학부모들의 오해를 풀기 위한 차원에서 촬영한 것이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동영상을 전해 받고 A씨에게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했다.

A씨의 촬영분이 특정 학생을 두둔하는 '편파적' 영상이고, A씨가 사건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학부모는 A씨에게 '콩밥을 먹이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의 폭언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공교육 멈춤의 날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추모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교대는 고인의 모교다. 2023.09.04. kmn@newsis.com

A씨는 주변인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해야 되나'는 표현을 쓸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한다.

근무시간 외 받은 문자만 1500여건…하루에 6시간씩 통화

아울러 A씨는 주말과 퇴근 후에도 학부모들에게 수시로 민원·문의 연락을 받았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가 근무시간 외에 받은 문자만 1500여건에 달한다.

학교의 공지사항을 알리는 '이(e)알리미' 어플리케이션이 있음에도 학부모들은 A씨 개인 휴대전화로 수차례 연락했다고 한다. 사립초인 상명대부속초는 당시 담임 교사들의 휴대전화를 학부모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괴로움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해 6월9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이날 유족 측이 공개한 진료 기록지를 보면 A씨는 당시 학부모들의 빗발치는 전화에 매우 힘들어했고, A씨 본인을 탓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던 무력함을 토로했다.

또 하루에 6시간씩 학부모들과 통화를 해야 했고, 한 학부모로부터 "선생님이 가해 학생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우울과 무기력에 시달리다 일주일 휴가를 냈다. 이후 학교로 복귀했지만 버틸 수 없어 8월까지만 근무하기로 결정, 지난해 6월13일 병가를 냈다.

유족 측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식사나 수면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고,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우울증의 한 형태인 '우울에피소드'를 진단 받았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4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 분수광장에서 열린 고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대구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현장 교사들의 요구를 즉각 반영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3.09.04. lmy@newsis.com

"스스로 너무 비인간적으로 느껴져…죽고 싶었다"

학교를 관둔 A씨는 9월26일 치료를 위해 찾은 다른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사건 후유증을 호소했다.

진료 기록지를 보면 A씨는 "학교에 너무 화가 나고, 학기 초부터 심장이 꽉 조인다. 어느 날 심장에 돌덩이가 있는 듯 아침에 못 일어난다"고 했고 "스스로 너무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고 다음날 너무 죽고 싶고, 학교에 가려니까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진료 기록지에는 초임 교사였던 A씨가 다른 교사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진술도 적혀있었다.

A씨는 "인계해 줄 땐 애들이 순하다고 들었는데, 알고보니 1학년 때에도 ADHD 아이가 일으킨 폭력사건들이 있었다"며 "알려주지 않은 선생님들에 대해 서운했다"고 전했다.

A씨는 올해 1월 초까지 우울증 등 치료를 받다가 16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에게 폭언·협박성 발언을 학부모는 사과 의사를 표하진 않았으며 시교육청 조사도 거부했다.

유족 측은 A씨가 학교 측 방관과 지원 시스템 부재 속에서 업무상 질병을 얻어 사망하게 됐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서를 접수하기로 했다.

또 A씨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 대해 형사 고발 여부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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