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없던 추억도 만들어드립니다[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크리스마스가 한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 OTT엔 자극적인 장르물이 많지만, 이런 연휴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유쾌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에 눈길이 끌리기도 합니다. 이때,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주를 이뤘던 미국 가족 영화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엮여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패밀리 맨>(2000)은 제목부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느낌이지요. 니컬러스 케이지가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투자 전문가 잭 캠벨로 나옵니다. 크리스마스이브, 사람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이 시간에도 그는 일을 하다 뒤늦게 회사를 나섭니다. 우연히 들른 식료품 가게에서 캐쉬라는 사내를 만납니다. 복권에 당첨됐다는 말을 믿어주지 않는 가게 주인에게 화가 난 캐쉬를 잭이 달래며, 캐쉬에게 복권을 사버립니다. 캐쉬는 잭에게 ‘당신이 선택했다’는 의문의 말을 던지고 사라집니다.
잭은 다음날, 13년 전 헤어졌던 사랑하는 연인의 남편으로 깨어납니다. 월스트리트는 저 멀리에 둔, 낡은 집에 아이들과 강아지도 있는 삶이네요. 성공했지만 홀로 외로운 삶에서 비록 화려하진 않아도 가족과 함께하는 삶으로의 변신, 엄정화가 주연했던 한국 영화 <미쓰 와이프>(2015)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선 커리어 우먼이었던 엄정화가 교통사고 이후, 넉넉하진 않지만 자상한 남편과 아이 둘이 있는 집의 주부가 되는 설정이었죠. 별 것 없는 스토리 같지만, 잭이 가족과 함께하며 깨닫는 일상의 행복이 잔잔한 감동이 됩니다. 아이가 잭의 얼굴을 만지는 찰나의 순간 같은 것들입니다.
<솔드 아웃>(1996) 역시 능력 있는 사업가가 주인공입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하워드는 일이 너무 바빠 아들 제이미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크리스마스는 그런 아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 하워드는 제이미가 갖고 싶다던 터보맨 로봇을 사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까먹었습니다. 늦게라도 백화점과 장난감 가게를 찾아다니지만, 이미 ‘솔드 아웃’, 즉 다 팔려버렸습니다. 하워드 같은 아버지가 또 있었으니 우체부 마이런 라라비입니다. 두 사람은 터보맨을 사기 위해 서로 경쟁합니다. 덩치 큰 남성 둘이 장난감을 찾으려고 계략을 펼치는 모습이 코믹함을 자아냅니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2005)는 딸이 해외로 봉사활동을 떠나자 크리스마스를 건너뛰기로 한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도 없겠다 루더 크랭크와 그의 아내 노라는 트리 꾸미기 등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그런데 동네를 크리스마스 마을로 꾸미고 싶었던 이웃들이 반대 하네요. 이웃의 항의야 콧방귀 끼며 넘겼지만, 딸이 부모님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온다는 연락을 받자 상황이 달라집니다. 갑자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야 하는 상황, 부부는 이웃들의 도움까지 받아 가며 건너뛰려던 크리스마스를 사수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맞는 미국 중산층 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이 배경이 되는 영화들입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기억되는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 여유로웠던 미국의 모습이 녹아있지 않나 싶습니다. 심도 있는 사상을 말하는 영화들도 아니고 조금은 판타지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라는 오래된 질문이 녹아있는 영화들이기도 합니다. <패밀리 맨>은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에서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넷플릭스에서 <솔드 아웃>은 웨이브에서 개별 구매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 전화 한 번?’ 지수 ★★★★ 영화를 본 뒤 핸드폰을 들게 될지도
‘없던 추억’ 지수 ★★★ 미국에 가 본 적 없어도 생기는, 90년대 미국에 대한 향수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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