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지막 커리어 수놓는 '관록의 왕자', 사이그너의 쇼타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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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프린스' 세미 사이그너(휴온스)는 앞서 MHN스포츠와 인터뷰 1편을 통해 한국에서의 리그 전반, 그리고 '약속의 3년'을 통해 꿈꾸는 청사진을 밝혔다.
'친한파 선수'로 한국 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그는, 인터뷰 내내 술술 나오는 한국어로 주위 관계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사이그너는 젊은 시절 한국 당구의 전설 중 전설로 불리는 고(故) 이상천과 친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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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고양, 권수연 기자) '튀르키예 프린스' 세미 사이그너(휴온스)는 앞서 MHN스포츠와 인터뷰 1편을 통해 한국에서의 리그 전반, 그리고 '약속의 3년'을 통해 꿈꾸는 청사진을 밝혔다.
연맹 시절에도 불가피했지만, 프로선수는 성적으로 이야기하는 직업이다. 23-24시즌 개막전(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데뷔하자마자 우승트로피를 들었던 사이그너는 2~7차 투어에서는 좀처럼 두 번째 결승을 밟지 못했다.
사이그너는 이 점에 대해 '루틴'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당시 첫 투어에서 우승했지만 그때는 PBA 합류 전 가졌던 루틴을 그대로 유지했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환경은 꽤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산에서 거주하기 시작하며 다니던 헬스장이 바뀌고, 6시간 차이의 시차 적응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보지 못하는 점은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올해 나이 62세, 이 예술당구의 대가는 계속해서 팬들을 행복하게 하는 족적을 남기고 싶어했다. 사이그너는 3쿠션과 예술구를 모두 섭렵하며 일명 '당구 셀러브리티'로 활약한 선수다. 그런 그에게 있어 '예술당구'의 의미를 물었다.
"저는 제 커리어에 있어 500번 이상의 쇼를 펼쳤습니다. 터키, 베트남, 미국, 일본 등을 다니면서요. 특히 한국에서는 한 100번 이상은 했을거에요. 이 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섭니다. 테니스같은 종목도 그렇지만 쇼, 전시회 등이 없이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죠. 당구가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는 테이블을 옮길 수 있다는 거에요. '우리를 후원해주세요'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구장을 옮기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죠"
'친한파 선수'로 한국 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그는, 인터뷰 내내 술술 나오는 한국어로 주위 관계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세미 사이그너입니다'부터 시작해 '스네일(달팽이) 마스크 좋다', '괜찮습니다', '빗겨치기, 옆돌리기, 되돌리기' 등의 말이 계속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그가 젊은 시절 한국의 특정 대학교를 나왔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사이그너는 해당 소문에 대해 단번에 "사실이 아니다(Big Lie)"라며 일축했다. 그를 가르친 한국어 과외 교사는 따로 있다.
물론 그에게 한국어를 전수한 사람은 교사 뿐만이 아니었다. 사이그너는 젊은 시절 한국 당구의 전설 중 전설로 불리는 고(故) 이상천과 친분이 있었다.
그는 "옛날에 이상천 선수와 함께 하며 한국어를 참 많이 배웠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며 "서울 워커힐에서 당시 첫 토너먼트를 치렀는데, 티비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상천에게 몇 마디 배워 한국어로 인사를 했더니 사람들이 한국말을 할 줄 아느냐고 좋아해서 그때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시즌에 고향으로 돌아가면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어 레슨을 더 받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쉴 때도 제대로 쉰다. 쉬는 날이 돌아오면 주로 운동, 쇼핑, 맛집 탐방이 이뤄진다. 같은 튀르키예 출신인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과 시간을 보낼 때도 많다. 개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다름아닌 가족들의 선물을 사는 일이다.
"특히 여성 지인, 가족들에게는 화장품을 많이 사다주고 그만큼 요청도 많이 들어와요. 한국 브랜드 옷은 정말 너무 좋은게 많습니다. 캐리어가 꽉 차서 더 들어갈 곳이 없을만큼 선물을 사가죠. 고향에 있는 여자 가족, 친구들은 특히 마스크팩이나 피부 케어하는 제품을 좋아해서 사진까지 찍어서 사달라는 요청이 와요"
실제로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그에게는 '크림을 구해달라'는 딸의 연락이 실시간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현재 PBA-LPBA의 세대교체를 일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그는 "잘하는 선수를 한 명만 고르기는 어렵다"며 "특히 여자 선수들의 당구 지능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젊은 세대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미래 세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저에게도 전성기가 있었듯, 그들에게도 전성기가 있다. 아주 밝은 미래 세대가 오고 있다"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끝으로 사이그너는 그의 활약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는 한국과 고향의 당구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금 팬분들이 제게 기대하는 레벨의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저에게 있어 좋은 밸런스를 찾도록 노력할거구요, 스스로도 제 경기력이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현재 PBA와 팀 소속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지만 저의 마지막 커리어에 젊은 선수들과 미래 당구를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에너지를 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남은 시즌은 팬분들이 기대하는 경기, 그리고 저 스스로 만족하는 경기를 치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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