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잘 생겼나요?" 이정후 '드디어 SF 입성', 여유 넘치는 천재타자의 품격 빛났다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이정후가 16일 샌프란시스코 입단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가 취재진을 향해 "잘생겼냐?"고 묻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저 잘 생겼나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팀의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이정후(25)는 현장의 취재진과 관계자들을 향해 말했다. 그만큼 여유가 넘쳤고 빅리그에서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이정후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라클파크에서 입단식에 참가해 입단 소감을 밝혔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장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함께 자리를 찾았고 현지 취재진들의 수많은 질문들에 여유있게 답변했다.

KBO리그에서 7시즌 동안 뛰며 신인상과 시즌 최우수선수(MVP), 골든글러브 5회 수상, 통산 타율 0.340으로 이 부문 역대 1위에 오른 천재 타자는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공언했다.

시즌 후 이정후의 거취에 관련한 기사가 현지에서 쏟아져 나왔고 많은 팀들 중 15일 샌프란시스코가 그의 새로운 팀으로 확정됐다.

오라클파크를 방문한 이정후(가운데)와 이종범(오른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오라클파크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이정후(가운데)와 이종범(왼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는 홈페이지를 통해 "샌프란시스코가 외야수 이정후와 6년 1억 1300만 달러(1484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포스팅시스템으로 빅리그에 노크한 아시아 야수 중에서 최초로 1억 달러의 벽을 넘은 선수가 됐다. 종전엔 요시다 마사타카의 5년 9000만 달러가 최고 금액이었다.

이날 이정후의 입단식이 열렸다.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주황빛 넥타이를 메고 나선 이정후는 시종일관 미소와 함께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의 아버지인 이종범 코치 또한 함께 했다.

이정후는 영어로 "헬로 자이언츠, 나는 이정후다. 바람의 손자다. 한국에서 왔다. 구단주 가족에게 감사하고 특히나 스캇 보라스에 감사하다"며 "이기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 레츠고 자이언츠"라고 말해 현장의 박수를 자아냈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를 비롯해 현장을 찾은 한국 언론, 이종범 코치 등 그의 가족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잠시 후 자이언츠의 홈 유니폼과 모자를 쓴 이정후는 자이디 사장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현장의 취재진들을 위해 "핸섬?"이라고 묻는 여유를 보였다. 이종범 코치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자랑스러운 순간을 기록했다.

입단식에서 미소를 짓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어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정후는 "어릴 적부터 MLB를 본 팬으로서 샌프란시스코는 역사도 깊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도 많은 팀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도 우승을 많이 했고 역사가 깊은 구단에서 뛰게 돼서 영광"이라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평소 MLB를 열심히 챙겨보는 것으로 알려진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질문에도 거침 없이 말을 이어갔다. 샌프란시스코 선수에 대한 질문에 그는 "너무 유명한 선수들이 많지만 윌리 메이스가 생각이 난다"며 "가장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0, 2012, 2014년에 우승을 이끈 중심에 있었던 버스터 포지"라고 답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만난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엔 "오전에 운동을 하면서 오스틴과 잠깐 대화를 나눴다"며 "어렸을 때는 유격수였기 때문에 브랜든 크로포드를 좋아했다"고도 전했다.

이어 "한국에선 돔구장에서 뛰었는데 천연잔디 구장에서 뛰게 돼 좋다"며 "가장 유명한 스플래시 히트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아버지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이정후의 이적설이 제기될 때부터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점이 빠지지 않았는데 이정후는 "아버지가 현역 시절의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었고 나는 태어나 보니 자연스럽게 바람의 손자가 됐다. 한국에서는 바람의 손자라는 말이 오글거렸는데 영어로 보니 멋지더라"며 "아버지는 (현역 때) 정말 빠르셨다. 지금은 내가 이가??? 수 있겠지만 같은 나이에 뛰라고 하면 못 이길 것 같다"고 답했다.

오라클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아버지에게 무엇을 배웠냐는 질문에는 "야구적으로 배운 것은 없다"고 웃으며 "아버지께는 인성과 좋은 사람으로 클 수 있는 것들, 선수로서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이정후는 여전히 낯선 존재다. 빅리그 경험이 없는 그에게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정후 또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적응과 증명을 꼽았다.

이정후는 "새로운 투수들과 환경, 야구장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게 숙제다. 한국에선 항상 버스로 이동했지만 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하는 것과 시차에 적응을 해야 한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딪혀 봐야 할 것 같다. 목표를 잡는 것도 좋지만, 우선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응을 최우선으로 삼겠다. 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팀 승리를 위해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받은 발목 수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정후는 "100% 회복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재활 기간 동안 도와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전했다.

이정후의 입단 소식을 알린 샌프란시스코.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의 WBC 성적과 함께 입단을 환영한 샌프란시스코.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타격폼 변화에 대한 질문엔 "잘하기 위해선 변화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이런 시간을 통해 내 메커니즘과 스윙에 좋은 것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이 안 좋은 시간만은 아니었다. 겨우내 준비를 잘했다"며 "내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미안함은 있지만 그 시간들을 처음 겪으면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내게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정후의 가치를 끌어올린 높은 컨택트율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이정후는 "(컨택트를) 신경쓰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공을 잘 맞히는 것이었다"며 "단순히 맞히는 것 뿐 아니라 풀스윙을 하면서 맞히려고 했다. 삼진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그라운드로 공을 넣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생각하며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낯설기만 한 샌프란시스코, MLB 팬들에게 스스로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우선 나는 어리다. 어리기 때문에 내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팀에 항상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팀의 승리를 위해서 뭐든지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것을 쏟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다. 내년 오프닝데이 때부터 보여드리면 팬 분들이 평가를 해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많은 돈을 받고 샌프란시스코에 입성한 만큼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누구보다 당당하고 여유 있게 행동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현장에선 박수와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이정후의 자신감을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KBO리그 통산 성적을 소개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합성사진을 올리며 그의 입단을 환영한 샌프란시스코.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