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음료' 처럼 무게감 줄인 고전…뮤지컬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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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은 왜 이리 무겁고 난리야. 망토도 갑갑하기만 해."
왕을 살해한 뒤 왕좌에 오른 맥베스 부부는 대관식이 끝나자마자 머리에 놓인 왕관을 벗어 던진다.
'맥베스'는 왕이 된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살인을 거듭하며 몰락하는 이야기를 담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다만 맥베스와 맥버니가 왕을 향한 음모를 꾸미는 장면에서 밝고 빠른 분위기의 음악이 등장한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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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감정 강조하고 속도감 있게 연출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왕관은 왜 이리 무겁고 난리야. 망토도 갑갑하기만 해."
왕을 살해한 뒤 왕좌에 오른 맥베스 부부는 대관식이 끝나자마자 머리에 놓인 왕관을 벗어 던진다. 직전까지 근엄한 말투로 대신들과 이야기하던 두 사람은 왕관의 무게에 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며 호들갑을 피운다.
지난 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맥베스'는 탄산음료에서 설탕을 뺀 '제로 음료'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지닌 무게감은 음악으로 덜어냈고, 시적인 대사는 감정이 묻어나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대체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주로 연극이나 오페라로 제작되었던 '맥베스'가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맥베스'는 왕이 된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살인을 거듭하며 몰락하는 이야기를 담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작품은 원작의 큰 줄거리를 따라가면서도 세부적인 이야기와 연출에서 대중성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무대 암전과 막 전환을 줄이고 100분간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볍게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속도감이 두드러지는 대목은 맥베스(한일경·성태준 분)가 죽은 이들의 환영을 보는 연회 장면이었다. 맥베스와 배우들이 춤을 추는 가운데 푸른 빛의 조명을 비춰 맥베스를 둘러싼 사람들이 환영으로 보이도록 연출했다. 조명을 켜면 환영이 보이고 조명을 끄자 곧바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은 몰입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조윤지 연출은 지난 5일 열린 프레스콜(언론 대상 시연)에서 "맥베스의 살인을 의미 있고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셰익스피어 작품의 무게감을 덜고 지루하지 않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녀의 예언과 같은 원작의 비현실적 요소를 걷어내고 작품을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한 드라마로 연출한 점도 눈에 띈다. 원작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던 레이디 맥베스는 맥버니(이아름솔·유미 분)라는 이름을 얻고 이야기 전면에 나선다.
살인을 부추기다가도 죗값을 치를 생각에 두려워하는 인간적인 면모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맥버니를 연기한 이아름솔은 맥베스를 유혹하는 매력적인 인물을 보여주는가 하면, 잔뜩 겁에 질려 내면이 무너진 인간의 모습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들려주기도 했다.
무게감을 뺀 만큼 원작에 등장하는 깊이 있는 감정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일상적인 어투의 노래가 끝나자 하오체를 활용한 대사가 곧바로 등장하는 대목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살인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심장을 찢는다'와 같은 표현을 쓴 점도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음악으로는 엄숙한 분위기의 대관식 찬가부터 팝과 왈츠, 행진곡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차용했다. 맥베스와 맥버니를 제외한 조연은 주인공의 노래에 합창을 추가하며 표현의 깊이를 더했다.
다만 맥베스와 맥버니가 왕을 향한 음모를 꾸미는 장면에서 밝고 빠른 분위기의 음악이 등장한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마음속 원한과 설움을 고백하는 가사와 두 사람에게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듯한 멜로디의 음악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다.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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