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2인에 물었다…올해 최대 사건은 [2023 총결산-가요]③
(서울=뉴스1) 황미현 김민지 고승아 안태현 기자 = 가요 전문가들은 올해 가장 핫했던 사건으로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을 꼽았다. 이를 계기로 가요계의 템퍼링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처럼 데뷔와 동시에 미국 빌보드 차트를 꿰찼던 피프티 피프티의 안타까운 분쟁은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화두가 됐다.
뉴스1은 2023년 연말을 맞아 대중가요 전문가를 대상으로 올 한 해 가요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에는 가요 기획사 관계자 총 3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올해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에 대한 질문에 한 사람당 한 사건을 꼽으며 그 이유를 밝혔다.
16일 설문조사 집계 결과, 가요계 전문가들은 올해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이 사건은 총 32표 중 17표로 과반 이상의 표를 받으며 1위로 꼽혔다.
이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은 7표로 2위, 방탄소년단의 입대는 3표로 3위에 각각 올랐다. 이밖에도 연예계 마약 이슈, 걸그룹 전성시대, 라이즈 승한의 활동 중단, 세븐틴의 앨범 판매량도 거론됐다.
◇ 데뷔와 동시에 미국 빌보드를 섭렵한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는 올해 2월 발매한 첫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의 '큐피드'(Cupid)로 데뷔 130일 만에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00위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케이팝 아이돌 사상 데뷔 최단일 '핫 100' 진입 기록이다. 이후 해당 차트에서 최고 순위 17위까지 올랐으며 25주 차트인하며 K팝 걸그룹 역대 최장 진입 기록을 세우는 성과를 올렸다.
데뷔와 동시에 역대급 기록을 쓴 피프티 피프티였지만, 이들을 가로막은 것은 갑작스러운 전속계약 분쟁. 지난 6월 피프티 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 측은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을 빼가려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해 충격을 안겼다. 같은 달 27일 어트랙트는 프로젝트의 관리 및 업무를 수행해온 더기버스가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업무방해 행위와 몰래 '큐피드'의 저작권을 사는 행위를 했다며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 외 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이후 법원은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판결보다 원고와 피고가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 조정에 회부했다. 이에 8월9일 서울중앙지법은 피프티 피프티와 어트랙트 간의 조정을 권유하는 조정 기일을 열었지만 성립 및 불성립에 대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고, 법원은 8월16일까지 양측이 사적으로 만나 오해를 풀라고 재차 권고했다. 그러나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조정 의사가 없다는 뜻을 법원에 알렸다.
그뒤 8월28일 서울중앙지법은 피프티 피프티가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네 명의 멤버들은 일단 어트랙트 소속으로 그대로 남게 됐다. 이후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 측은 법원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 즉시항고했다.
이 가운데 멤버 키나는 지난 10월 법률대리인을 변경하고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한 항고 취하서를 제출하며 어트랙트로 복귀했다. 하지만 새나 ,아란, 시오는 어트랙트와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웠고, 어트랙트 측은 지난 10월19일부로 키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또한 어트랙트 측은 키나를 중심으로 4인조의 피프티 피프티 2기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도 전했다.
현재 안성일 대표에 대해서는 업무 방해, 전자기록등손괴, 사기 및 횡령,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피프티 피프티 사건 이후 '템퍼링'(전속계약 만료 전 사전접촉) 문제도 대두됐다. 연습생 기간을 포함해 한 그룹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제작자와 기획자 노고를 뒤로한 채 가능성이 보이는 멤버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약속, 전속계약을 해지하게 하는 세력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최근 "기획업자와 연예인의 대등한 관계를 위해서는 현재의 산업 환경에 맞게 법과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정부와 국회, 관련 기관 및 단체가 함께 표준전속계약서 개정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뉴스1 설문에 참여한 한 대형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템퍼링의 문제점을 인지 시킨 계기가 됐다"며 피프티 피프티 전속계약 분쟁을 최대 사건으로 꼽은 이유를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K팝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 사건"이라며 "모든 엔터테인먼트와 아티스트들이 반면교사 삼을만한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한 기획사 대표는 "K팝을 제작하는 중소기업의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대중의 마음을 순식간에 식어버리게 만든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사 대표는 "더이상 희망이 없어질뻔한 상황에서 정의구현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의 믿음과 신뢰로 함께 이루어나가는 것인데, 욕심은 많고 신뢰는 없었기 때문에 생긴 사건이라 안타깝다"고 밝혔다.
△ 올해 가요계 최대 사건
피프티 피프티 전속계약 분쟁(17표)/ SM 인수전(7표)/ 방탄소년단 입대(3표)/ 연예계 마약 이슈(2표)/ 걸그룹 전성시대, 라이즈 승한 활동 중단, 세븐틴 앨범판매량(이상 1표)
△ 설문에 응한 대중음악 관계자 32명(가나다순)
고기호 총괄이사(인넥스트트렌드) 김상호 대외협력이사(JYP엔터테인먼트) 김숙경 이사(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김용습 본부장(FNC엔터테인먼트) 김지원 CRO(SM엔터테인먼트) 김진우 대표(RBW) 박무성 사장(위에화엔터테인먼트) 박장근 총괄 프로듀서(원헌드레드) 방윤태 대표(웨이크원) 방재혁 이사(KQ엔터테인먼트) 양문영 이사(YG엔터테인먼트) 양현옥 본부장(씨제스엔터테인먼트) 어시용 이사(티오피미디어) 연한준 이사(생각엔터테인먼트) 우청림 본부장(울림엔터테인먼트) 원근연 이사(마루기획) 위명희 대표(위엔터테인먼트) 이동형 대표(어비스컴퍼니) 이성용 이사(앳에어리어) 이용환 이사(더블랙레이블) 이인규 본부장(안테나) 이종현 대표(슈퍼벨컴퍼니) 이지현 본부장(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이해종 이사(DSP미디어) 임승채 부사장(WM엔터테인먼트) 전승휘 부사장(큐브엔터테인먼트) 전홍준 대표(어트랙트) 정진호 실장(하이브) 최성필 부사장(IST엔터테인먼트) 최수리 본부장(브랜뉴뮤직) 타이거JK 대표(필굿뮤직) 황상훈 이사(C9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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