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기' 미술시장, 관람객 증가에 '방긋' [2023 총결산-미술]
미술진흥법 제정, 미비점 보완해야 '지적'…해외 진출 韓미술, 박서보 별세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올해 미술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으면서 초호황기를 보낸 지난해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미술품 경매 시장은 얼어붙고 아트페어는 매출 공개를 꺼린 점 등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저변은 더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주요 미술관에서 열린 '핫'한 전시에는 구름 인파가 몰렸다. 관람 연령층은 낮아졌는데 이들의 구매력이 한국 미술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역할로 이어져야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 미술 생태계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우리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술진흥법은 발의 2년여만에 제정됐다.
◇ '냉각기' 맞은 미술품 거래 시장
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대비 30~40%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2023년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케이·마이아트 등 국내 메이저 경매 3사의 상반기 낙찰 총액은 613억71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47% 하락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2023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총 거래액은 약 811억원으로 지난 5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약 490억원) 다음으로 적은 거래액이다.
상반기의 흐름은 3분기 다소 반등했으나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연구센터에 따르면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3분기 낙찰총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6%, 약 14% 줄었다. 한 옥션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확실히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4분기 조금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호황을 누리며 역대급 매출액을 기록했던 아트페어는 올해 매출액 공개를 꺼리며 어려워진 시장의 단면을 드러냈다.
◇ '핫'한 전시엔 어김없는 '구름 인파'
미술품 거래 시장은 위축됐지만 좋은 작품을 보려는 일반인들의 관심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1월31일 개막해 7월16일까지 이어진 리움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에는 약 2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리움 개관 이후 가장 많은 관람객 수다. 무료 전시였지만 예약제로 운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관람객 유치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 8월20일 폐막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전시는 4개월여 동안 33만1126명을 끌어모았다. 지난 2019년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의 37만여명에 버금가는 숫자다. 호퍼전은 올해 가장 많은 관람객 수를 동원한 전시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대표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는 지난해보다 관람객 수가 소폭 증가한 약 7만명, 약 8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좋은 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면서도 "특히 젊은층의 유입이 많은 점에 기대가 크다. 이들이 향후 구매력이 있는 연령대가 됐을 때 미술시장의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텐데, 더욱 다양한 작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일반 갤러리들도 좋은 전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미술품 n차 거래되면 작가도 이득…미술진흥법 제정
여야는 지난 6월30일 미술진흥법을 통과시켰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7월 대표 발의한 지 2년여 만이다.
'추급권'(Resale right)으로 불리는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이 법안의 핵심이다. 이 권리는 미술품이 첫 판매된 후 재판매될 때 해당 미술품의 작가에게 재판매 금액의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다.
미술 작가들은 음악이나 영상, 출판 등과 달리 작품을 처음 판매하고 나면 그 작품에서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울러 미술품 가격은 작가의 평생에 걸친 창작 노력과 활동에 따른 명성에 영향을 받는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이런 특수성을 고려한 창작자 권리 보장 제도로, 작가 사후 30년까지 인정하며 그 요율은 작가 및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갤러리 등 업계는 거래 위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 공포가 4년 후이기 때문에 이 기간 법안의 부족한 점이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법 제정으로 화랑업과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미술품 대여·판매업, 미술품 감정업, 미술 전시업 등 미술의 유통 및 감정과 관련한 다양한 업종이 제도권 내로 편입된다. 이는 법 공포 후 3년 후 시행된다.
◇ 한국 미술 '해외로 해외로'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미술한류'를 가속화했다.
'한국 실험미술 1960-1970'이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을 거쳐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에서 내년 1월 마무리된다.
한국 채색화를 집중 조명하는 '생의 찬미'는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 지난 10월 시작해 내년 2월 종료한다.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세계적인 사진전문기관 투손 크리에이티브 사진센터(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에서는 '기록과 경이: 한국현대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가를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한국현대사진 8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로, CCP 개관 이래 48년 만에 처음으로 전시장에 한글이 게시돼 현지 언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한국 단생화의 거장 이우환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은 현재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함부르크 반호프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4월28일까지 열릴 예정인 이 전시는 이우환의 지난 50여년의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50여점이 전시된다.
이불 작가는 내년 9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사드를 장식한다. 매년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으로 파사드를 장식하는 이 미술관이 한국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이우환 화백과 함께 한국 단색화를 이끈 박서보 화백이 지난 10월 92세의 일기로 별세한 소식이 올해 미술계 주요 뉴스에 꼽혔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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