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유통] 쿠팡의 흑자…라면 수출 신기록
칭다오 오줌 맥주 논란으로 중국 맥주 인기↓…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 출범
큐텐, 이커머스 영토확장 어디까지…올해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추가 인수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2023년 유통업계에서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고물가 속 소비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 가운데서 1년 내내 정부의 물가 인상 억제 대책의 주요 대상 업종으로 떠올라 '빵 서기관'이나 '라면 사무관', '우유 사무관' 등의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매출 신기록과 함께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체질을 완전히 바꿨음을 만방에 알리는 성과를 보여줬다. 한국 라면 수출액 역시 60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사건·사고도 있었다. 지난 10월에는 국내 인기 주류였던 칭따오 맥주 제조공장의 방뇨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국내 소비자의 중국 맥주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게 됐다.
11월에는 지난해부터 의지를 밝힌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국내 27개 자회사를 아우르며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을 달성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지각 변동이 일었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지난해 티몬에 이어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까지 인수하면서다. 11번가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내년에도 큐텐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인수 추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 고공성장하는 쿠팡…첫 연간 흑자 기대감
올해도 쿠팡의 고공 성장이 계속됐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흑자 1037억원을 달성한 이후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 왔다.
매출 역시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7조원대에 진입했는데 올해 3분기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인 8조1028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에 올해 쿠팡이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올해 쿠팡의 활성고객(한 번이라도 쿠팡에서 제품을 구입한 고객)수는 처음으로 2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2.5명 중 1명이 쿠팡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쿠팡의 성장에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쿠팡이 처음으로 이마트 분기 매출을 넘어섰다. 쿠팡의 1분기 매출은 7조3990억원, 이마트 매출은 7조1354억원이었다. 쿠팡의 이마트 매출 역전은 1분기에서 3분기까지 계속 이어졌다.
쿠팡의 성장 속도에 유통 업계는 빠른 배송을 강화하고, 멤버십 혜택 강화를 통해 충성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 K-라면 수출액, 역대 최대
올해로 탄생 60주년을 맞은 한국 라면 수출액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에서 생산돼 외국으로 수출된 것을 집계한 것으로, 미국 등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되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해외 판매액이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였던 7억6541만 달러를 10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원·달러 환율 1300원을 적용하면 1조208억원이다.
라면 수출은 9년 연속 증가세다. 그런데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 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한 이후 세계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류 문화 확산으로 K-팝과 K-뷰티에 이어 K-푸드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지며 라면에 대한 인지도는 더욱 높아졌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외국에서 한국 라면은 간편한 식사 대용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라면 수출액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1억7445만달러로 1위였고, 이어 미국(1억700만달러), 일본(4866만달러), 네덜란드(4864만달러), 말레이시아(3967만달러), 필리핀(309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라면 3사의 영업실적도 개선 추세다. 농심은 지난 3분기 매출 8559억원, 영업이익 5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104%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미국·중국 등 국외 법인에서 약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양식품 역시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5%, 영업이익은 124.9%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약 72%는 국외 시장에서 발생해 해외 불닭볶음면 인기 효과를 톡톡이 보고 있다. 오뚜기도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0.6% 늘어난 9087억원, 영업이익은 87.8% 늘어난 830억원을 기록했다.
3. 칭다오 오줌 맥주 논란
지난 10월 19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깜짝 놀랄만한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산둥성 핑두시 칭다오 3공장에서 헬멧을 쓰고 작업복을 입은 한 남성이 맥주 원료인 맥아 보관 장소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영상으로 칭다오 맥주의 주가가 급락해 10월 23일과 24일 이틀간 회사의 시가총액은 3000억원가량 줄었다.
칭다오 맥주의 국내 수입사 비어케이에도 불똥이 튀었다. 비어케이는 논란이 일자 "칭다오 맥주 본사에 확인한 결과 칭다오 맥주는 내수용과 수출용을 분리해 별도의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으며, (영상 속) 제3공장은 내수용 맥주만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가 칭다오에 건네던 손길은 현저히 줄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칭다오 맥주의 국내 수입사 비어케이는 지난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칭다오 맥주는 2019년 '노재팬' 분위기 속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고, 올해 상반기 수입 맥주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국 맥주 수입량도 감소하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 맥주 수입량은 2281t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42.6% 줄었고, 수입액은 192만7000달러로 37.7% 감소했다.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지만 방뇨 논란이 더욱 불을 지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일본 맥주는 수혜를 입었다. 같은 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7243t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302.7%나 증가했다. 수입액은 613만9000달러로 377.4% 늘었다.
4. 현대백화점그룹, 지주회사 출범
지난달 8일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출범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완성하는 동시에,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달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비전 2030' 달성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유통 △패션 △식품 △리빙·인테리어 등 현대백화점그룹 내 27개 자회사(국내 기준)를 아우르게 됐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로서 유통·패션·식품·리빙 등 기존 사업을 미래 성장형 산업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투자 및 리스크 관리, 경영 효율화, 신사업 방향성 제시 등의 역할을 맡는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현대지에프홀딩스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각각 지주회사 지분 38%, 28%를 보유해 최대 주주로 자리했다. 단일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기존의 각각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대표이사직을 계속 유지한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 분할해 두 개의 지주사 체제를 운영하려고 했지만, 현대백화점 인적 분할 안건은 부결되면서 단일 지주사 체제를 완성시켰다.
5. 큐텐의 영토확장…티메파크에 이어 11번가까지 넘봤지만
올해는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의 국내 시장 영토 확장 속도가 더욱 거셌던 한 해였다.
큐텐은 지난해 9월 티몬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4월 인터파크커머스, 5월 위메프를 인수했다. 큐텐은 이 회사들을 인수한 후 자사의 강점인 해외직구 서비스를 강화했다.
지난 10월에는 11번가 인수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큐텐은 11번가의 모기업인 SK스퀘어와 막판 협상을 진행하던 중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다. 큐텐이 11번가 인수에 성공했을 경우 업계 점유율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큐텐은 지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세운 회사로 2010년 싱가포르에서 한국 제품을 판매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유사한 오픈마켓 형태의 플랫폼을 연달아 사들이는 것을 두고 구 대표의 의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중국 플랫폼도 뛰어들고 있고, 여러모로 상황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 속 비슷한 플랫폼들을 모으는 게 무슨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티메파크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한 성과도 미약한 수준이다.
업계는 큐텐이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한다. 큐텐의 물류 전문 자회사 큐익스프레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데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큐익스프레스는 국내·해외 풀필먼트와 배송, 화물 포워딩과 해외판매 컨설팅까지 하고 있다. 큐텐은 지난해 기준 전세계 17개국에 28개 지사와 주요 경제거점에 풀필먼트 시설을 두고 글로벌 물류 사업을 운영 중이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글로벌 5위 규모인 동시에 눈부신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어 회사 가치를 어필하는 데 있어 유리할 수 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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