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바로 잡는 검찰…직권재심 통해 피해자 구제
제주 4·3, 납북귀환어부도 명예회복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늦었지만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잡아준 대한민국 정부와 검찰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
1980년 5·18 당시 전남대 1학년생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광주교통공사 조익문 사장이 광주지검에 감사편지를 보냈다. 검찰의 5·18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권리구제 절차에 따라 40여년 만에 '기소유예' 처분이 '죄가 안됨' 처분으로 변경된 것이다.
검찰이 과거사 직권재심을 통해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잘못된 과거사와 적법하지 않은 검찰의 조치로 인해 평생의 꼬리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해 주는 일이다.
"검찰에 대한 약간의 편견도 많이 교정됐다"
직권재심은 이미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면, 검찰이 특별법에 따라 직권으로 다시 재판해 달라고 청구하는 제도다.
대검은 지난해 5월25일 전국 검찰청에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유죄판결·기소유예 처분 대상자에 대한 명예회복 절차를 적극 추진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5·18 특별법'에 따라 재심청구가 가능하지만, 신속한 명예회복을 위해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특히 이원석 검찰총장은 직접 '피해자 명예훼손에 적극 나서라'고 강조하며 별도의 명예회복 절차가 없는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서도 검찰이 직권으로 처분을 변경할 것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광주 출신으로 유년 시절 직접 5·18민주화운동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감사편지를 보낸 광주교통공사 조익문 사장은 5·18 당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법정 최후진술서를 유인물로 만들어 배포했다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1980년 12월 구속됐으며, 이후 군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는 최근 정부에서 5·18 관련 사건의 기소유예 처분을 바로잡아준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 따른 신청을 했고, 지난달 27일 '헌정질서 파괴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서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인정돼 '죄가 안됨' 처분으로 변경됐다.
그는 감사편지에서 "진정성 있게 경청해 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신 조현일 검사님과 김성원 수사관님에게 고마운 마음"이라며 "검찰에 대한 저의 약간의 편견도 많이 교정됐다"고 밝혔다.
5·18 외 제주 4·3사건, 납북귀환어부 사건에도 직권재심 추진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은 지난 3월 직권재심 공판에서 이 같은 무죄 선고를 구하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장은 제주지검장 재직 당시인 2021년 11월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합동수행단은 4·3사건법상 특별재심으로 군법회의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청구 업무를 전담한다.
이를 통해 군법회의 수형인 1270명에 대한 직권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1180명에 대한 재심개시를 결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이 총장은 총장 취임 후 4·3사건의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해서도 직권재심 청구를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일반재판 수형인의 경우 50명 중 40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납북귀환어부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동·서해상에서 어로작업을 하다 북한 경지벙에 의해 납북돼 북한에 체류하다 귀환한 선원들이다. 이들은 북한군에 납치됐다가 돌아온 것임에도, 되려 반공법 위반 등으로 억울하게 처벌받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납북귀환어부 150명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고, 이 총장은 관할 검찰청별로 직권재심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미 재심청구된 49명을 제외한 100명이 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현재까지 총 78명에 대해 직권재심 청구를 제기했다.
검찰은 납북귀환어부의 재심 사건 재판에서도 "과거 50여년 전 검찰이 적법절차 준수와 기본권 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현재 검찰의 일원으로서 피고인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의견을 말씀드린다.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 바란다"는 의견을 진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ha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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