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민시 "몸 내던진 '스위트홈2', 두려움 사라졌죠"

조은애 기자 2023. 12.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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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민시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스위트홈' 세계관 속 은유(고민시)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변화 폭이 가장 넓어지는 캐릭터 중 하나다. 시즌1에서 마냥 철없는 여고생이었던 그는 시즌2에선 강인해진 모습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다른 이들을 돕기도 한다. 1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고민시는 "까칠하지만 내적으론 훨씬 성장한 인물"이라며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은유는 오빠를 찾아 다니면서 험난한 여정을 이어온 인물이에요. 그래서 머리도 잘랐고 몸에 상처도 많이 생겼어요. 예전엔 표현이 서툰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누군가한테 초코바를 내밀면서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됐죠. 오빠를 찾는 과정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다보니 배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성장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린홈을 탈출하면서 헤어진 오빠 은혁(이도현)의 마지막을 보지 못한 은유는 그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심지어 위기 상황에 놓일 때마다 누군가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 같은데 그 실체를 알 수 없어 더 애를 태운다. 결국 은유는 오빠를 찾겠다는 일념 아래 토슈즈 대신 군화를 신고 괴물이 가득한 거리로 나선다.

"전체적으로 날카로워지면서 대사량이 확 줄어서 은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다가오는 사람을 다 차단해버리는 인물이라는 걸 계속 기억하면서 연기했죠. 개인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어요. 스타디움이라는 커다란 공간 안에도 직업, 종교, 서열은 다 존재해요. 스토리상 시즌2는 이야기 위주로 흘러간 것 같아요. 그럼에도 감독님은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 하신 것 같아요. 첫 장면에 나오는 숨바꼭질 괴물을 보면 괴물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잖아요. '괴물이라고 악하기만 할까?' 싶었어요. 오히려 사람들은 군인들이 쏜 총에 죽고 있다면 인간이 괴물보다 악할 때도 있지 않나, 그렇다면 선과 악의 기준은 뭘까 심오하게 보게 되더라고요. '인간이 가장 마지막에 살아남았을 때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은유는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스타디움 실세 지반장(김신록)의 남편을 죽였다며 사람들이 자신을 피하는데도 오빠를 찾겠다는 목표에만 몰두하고 위험한 상황에 뛰어든다. 은유의 액션 분량이 많아지면서 고민시는 액션스쿨에서 고강도의 훈련을 받으며 몸을 단련했다.

"촬영 3~4개월 전부터 운동하면서 활, 장검, 방망이 등 여러 무기를 써봤어요. 그중에서도 은유가 가장 쉽게, 손처럼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단도였어요. 그래서 늘 손에 매듭을 감아 단도를 쥐고 다니는 걸 익혔죠. 그 다음엔 달리는 장면이 많아서 무술팀과 함께 액션스쿨 일대를 목에서 피 맛이 날 때까지 뛰어다니곤 했어요. 체력을 끌어올리려고요. 생각보다 부상은 많이 없었어요. 모두 빨리 퇴근하는 게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웃음) 막 몸을 내던져서 촬영한 기억이 나요."

아파트 그린홈을 벗어나 세계관을 확장한 '스위트홈2'는 스타디움과 밤섬 특수재난기지 등 새로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혼돈을 그린다. 제작진은 부서진 야구 스타디움, 도로, 싱크홀 등 대규모 세트를 배경으로 추격, 폭발 등 다채로운 액션 장면들을 구현했다. 고민시는 "시멘트 공장 액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세트가 굉장히 넓고 사실적이어서 연기하면서도 재밌었어요. 초록색 타이즈를 입은 분들이 괴물 역할을 맡아주셨고요. 콩가루를 많이 날려서 먼지처럼 보이게 연출했어요. 액션은 처음이라 새로웠어요. 사실 촬영할 때는 '이 작품을 하면서 나한테 남는 건 어떤 걸까'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 많은 게 남았다는 걸 느꼈어요. 그전까지 스스로 담력도 세고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생각보다 나약한 사람이더라고요. '스위트홈'을 촬영하면서 몸을 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특히 은유와 찬영(진영)의 에피소드는 '스위트홈2'의 중심 축 중 하나다. 찬영은 첫 만남부터 돌발 행동을 저지르는 은유가 걱정스러워 그의 곁을 맴돈다. 극한 상황 속 멜로와 우정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둘의 미묘한 케미는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은유도 찬영이에게 손을 내밀긴 하지만 남녀로서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료애, 전우애 같은 느낌일 거예요. 사실 처음 진영 오빠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놀랐어요. 전작들에서 봤던 이미지 때문에 신선했거든요. 실제로 보니 제가 지금까지 봤던 배우 중에 가장 착한 사람이었어요. 힘들어서 동공이 풀려도 '민시야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거야' 하는 분이에요.(웃음) 찬영이는 대본상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였지만 진영 오빠가 연기하는 찬영이를 보자마자 정말 많은 사랑을 받겠다고 느꼈어요. 오빠가 연기한 덕에 더 빛났죠."

시즌1 출연 당시만 해도 '루키'로 불렸던 고민시는 최근 몇 년 새 한국 영화계의 중심에 선 대세로 입지를 굳혔다. 올 여름엔 영화 '밀수' 속 다방 마담 옥분 역으로 크게 주목받았고, 지난달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데뷔 전 오로지 연기를 향한 열망 하나로 직접 3분짜리 단편 영화 '평행소설'을 쓰고 연출했던 때를 떠올리면 스스로도 뿌듯할 만한 성장이다.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받은 순간은 비현실적이었어요. 다른 세계로 훅 빨려 들어간 느낌이랄까요. '소감 준비 안 했는데 큰일 났다'는 생각뿐이었어요.(웃음) 정말 감사했고 김혜수 선배님이 청룡영화상 MC로서 막을 내리는 날이라서 더 감개무량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이렇게 빨리 뭔가 이룰 줄은 몰랐어요.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게 여전히 행복하고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살아있다고 느껴요. 이 열정이 앞으로 40대, 50대까지 이어질 거란 확신이 있고요, 그래서 30대가 더 기대되기도 해요. 지금껏 후회 없이 잘해온 것처럼 계속 달려가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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