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진출하면 구조조정...향토소주 잔혹사, 선양이 끊을까

지영호 기자 2023. 12.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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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도권의 팝업스토어 ‘플롭 선양’을 찾은 방문객들이 크라운캡으로 만들어진 보트를 타고 았다./사진=맥키스컴퍼니

대전 충남권 지역 소주 회사인 맥키스컴퍼니가 옛 사명인 '선양'을 앞세운 소주 제품으로 수도권 공략에 나서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 성과를 거두고 있어 지역소주의 수도권 잔혹사를 끊어낼 지 관심이다.

배 띄운 팝업에 MZ 열광...팬층 확보 기대감

1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맥키스컴퍼니는 지난 3월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한정 출시한 선양의 마케팅을 강화 중이다. MZ 사이에 화제가 됐던 '플롭 선양'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수동에 위치한 이 팝업스토어에 3주간 1만7800명이 몰렸다.

입구에 보트를 타고 입장해 굿즈를 구입하고 선양 소주와 어묵을 같이 맛보는 포차 구성은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 소비자의 구미를 제대로 자극했다는 평가다. 선양의 상징인 고래를 캐릭터화 한 것도 향토 소주회사의 색깔을 지우는 도구로 활용됐다.

맥키스컴퍼니의 수도권 진출은 지난 9월 선양의 모델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을 발탁하고 TV광고를 전국에 송출하면서 본격화됐다. 신동엽, 차은우 등 남성 모델을 내세웠던 맥키스컴퍼니가 여성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Z를 겨냥한 기용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선양 모델로 발탁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
'한정판 열풍' 충청권 향토소주 수도권 진출 발판
선양은 출시 때부터 주목받았다. 헬시플레저 트랜드에 맞춰 360ml 기준 298kcal라는 국내 최저 칼로리를 구현한 제로슈거 제품으로, 희석식 소주로는 처음으로 알코올 도수 15도(14.9%)를 깬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소주의 저도주 열풍 역시 MZ가 주도하고 있다.

맥키스컴퍼니의 수도권 진출은 한정판으로 출시한 선양의 초반 열풍 효과다. 대전 충청권 중심으로 판매했는데 출시 2개월 만에 초도물량 100만병이 판매됐고 수도권에서도 문의가 쇄도하면서다. 생산물량을 늘리고 수도권 일부 편의점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 상황을 살폈다. 수요가 계속되자 지난 9월 홈플러스 입점하며 전국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맥키스컴퍼니는 1973년 충청도 일대 33개 소주회사가 연합한 금관주조 주식회사가 모태다. 이듬해부터 현재 사명을 쓰기 시작한 2013년까지 선양주조라는 이름을 썼다.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신제품에 옛 사명을 붙인 이례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맥키스컴퍼니의 판매제품은 선양을 비롯해 일반소주인 '이제우린', '린21', 프리미엄 증류주 '사락' 등이 있다.

영남 '무학', 호남 '보해'...수도권 쓴잔

그동안 지방을 근거지로 한 소주회사의 수도권 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영업망을 갖춘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옛 롯데주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경남 기반의 무학과 광주·전남 기반의 보해양조다. 무학은 '좋은데이'를 앞세워 2014년 서울수도권영업본부를 신설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수도권 공략의 전진기지로 충주공장을 신설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지지부진한 사이 'C1'을 앞세운 대선주조에 안방을 내줘야 했다. 영업적자가 쌓이는 등 어려움을 겪다 급기야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수모를 겪었다.

비슷한 시기 보해양조도 수도권에 진출했다 쓴잔을 들이켰다. 기대했던 탄산주 열풍이 금방 식으면서 수도권 진출 동력이 된 '부라더' 인기가 고꾸라졌고 대표소주 '잎새주'가 힘을 쓰지 못한데다 '아홉시반' 등 후속작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고 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내몰려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맥키스컴퍼니는 수도권 진출 과정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성적이 나타나거나 의미있는 수치들을 아직 공개하기 이르다는게 선양의 답변이다.

향토소주가 수도권 진출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경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해서다. 시도별 1개 업체가 지역 내 50% 소비하도록 하는 '자도주 의무제도'가 1996년 자유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이 나면서 향토소주의 지역내 위상은 날로 약화하는 추세다. 맥키스컴퍼니도 2020년부터 3년 연속 매출 400억원대 후반에 정체돼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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