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숨만 쉬어도 적자인생, 별수 있나요”…알바 뛰는 사장님 역대최대
N잡 뛸 수밖에 없는 사정보니
고물가에 소비 위축되고
고정비용 급증이 주원인
자영업자 대출 119조 역대 최대
신용 낮고 고금리까지 부담 가중
◆ 부업 뛰는 자영업자 ◆
15일 매일경제 분석결과 올해 ‘투잡을 뛰는 사장님’이 17만명을 훌쩍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자영업 현실을 반영한다. 2019년까지 13만~14만명을 오가던 숫자가 코로나 3년을 지나며 올해 17만명까지 치솟은 것은 그만큼 밑바닥 살림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외식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반면 대출이자, 전기요금, 최저임금을 비롯한 각종 고정 비용은 급증한 것이 투잡 사장님이 늘어난 주요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지표로 활용되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대출 가운데 예금은행의 비법인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에 119조4120억원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중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자영업자들이 높은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장사가 되지 않아 폐업을 하려고 해도 금융기관이 대출 상환을 요청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투잡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나온다.
전기요금과 같은 고정비용도 부담이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기 수요가 가장 컸던 지난 8월 전기요금 분할납부를 신청한 소상공인의 경우 평균 전기요금은 일반용(갑) 기준으로 70만179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45.7% 폭등한 수치다.
주당 40시간 근무하는 기준으로 봤을 때 주휴수당까지 포함한 최저임금은 월 206만740원. 2019년 같은 기준으로 최저임금은 174만5150원이었는데 불과 4년만에 18.1%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은 급감했는데 인건비는 꾸준히 오르다 보니 고용원을 두지 않는 ‘나홀로 사장님’ 수준을 넘어 부업까지 해야 겨우 먹고살수 있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 마라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6)는 홀을 담당하는 알바를 한명 쓰다가 올해 초부터 혼자 요리부터 서빙까지 전담했다. 이 마저도 어려워져 최근 배달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그는 “마라탕은 주로 학생들이 많이 먹기 때문에 비교적 저녁 장사를 일찍 마무리할 수 있다”며 “배달 위주로 매출을 올리다 오후 9시면 문을 닫고 2~3시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뒤 퇴근한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이 ‘투잡’으로 선택하는 직종은 주로 ‘긱 이코노미’의 등장에 따른 시간제 일자리에 많다. ‘긱 이코노미’는 ‘임시로 하는 일’을 뜻하는 ‘긱(Gig)’과 이코노미를 합성한 용어로 필요에 따라 건별로 근무하는 업무 형태를 말한다.
인천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모씨(29)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집을 공유숙박 사이트에 올려 부수입을 챙기고 있다. 그는 “카페가 지나치게 많이 늘어 장기적으로 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하루를 몇시간으로 쪼개 카페와 집을 왔다갔다 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씨(57)는 “한달 동안 거래를 한건도 못할 때도 있어 공인중개사들에게 투잡은 필수가 되고 있다”면서 “어쨌든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재택 근무를 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로봇 무인점포 등이 일상에 자리잡으면서 하루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구조적인 어려움과 이에 적응하기 위한 무인점포 등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투잡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대출 이자을 포함한 비용은 지속적으로 늘면서 기존 사업장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많아졌다”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N잡’을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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