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ELS 손실 위기…홍콩H지수가 뭔데? 회생 가능성은?
[편집자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전체 판매액(20조원 추정)의 상당수가 60대 고령층에 불완전 판매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1분기 만기 도래 상품만 4조원에 달한다. 대체 홍콩H지수는 무엇인가? 내년에 깜짝 반등할 가능성은 없을까?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 이 중 은행 판매분은 15조8000억원에 달하는데, 은행 판매분 중 절반이 넘는 8조3000억원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H지수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50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를 뜻한다. H지수의 기준 시점은 2000년 1월 3일로서 당일의 주가지수를 2000으로 하고 있다. 역대 최고치는 2007년 11월 1일 기록한 2만609.1이다.
H지수 급락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중순에도 H지수는 1만5000선에서 갑자기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2016년 2월 7500선까지 폭락하면서 녹인 구간에 진입해 ELS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된 적이 있다. 다행히 H지수가 2016년 2월 바닥을 찍은 후 2018년 1만2000선까지 장기 상승하면서 별 탈 없이 상황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은 달라 보인다.
미·중 갈등, 중국 경기 둔화가 홍콩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데다 2018년 진행된 H지수 리밸런싱의 영향이 크다. 2018년 이후 홍콩 항셍지수회사는 기존 H주(홍콩 상장 중국 국영기업)로만 구성됐던 H지수에 P칩(홍콩 상장 중국 민영기업)을 편입시켰다.
H주는 건설은행, 공상은행,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대형 국유기업이 대부분이며 P칩(private enterprises)은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민영 IT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홍콩 현지에서 10년 넘게 중국과 홍콩 증시 관련 펀드를 출시하고 운용해 온 김형도(47) 전 밸류파트너스 선임 디렉터는 "H지수 구성종목이 변경되면서 텐센트 등 대형 기술주를 꼭지에서 편입했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는 오랫동안 1위를 유지했으나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3위로 밀렸다. 11일 알리바바 주가는 약 68홍콩달러로 2020년 10월 기록한 최고치인 309.4홍콩달러 대비 78% 폭락했다. 비중 1위 종목 주가가 이렇게 폭락하니 H지수도 버틸 수가 없다.
H지수 업종 비중을 봐도 IT 비중이 36.9%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은 금융(24.4%) 소비재(13.8%) 에너지(7.6%) 통신(5.9%)순이다. 건설은행, 공상은행, 평안보험 등 대형 금융주 비중이 24.4%에 불과해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주가 반등하지 않으면 지수 상승이 어렵다.
하지만 중국 대형 IT기업은 2021년초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가 대폭 강화된 후 수익성이 악화됐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중국 IT기업의 반등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중국 부동산업체에 대한 지원에 나서면서 부동산 부실이 금융으로 전이되거나, 금융업계의 수익성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H지수가 반등하긴 어렵겠지만, 내년 H지수가 '전저후고(前低後高)'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중국 투자은행(IB) CCB인터내셔널은 지난 4일 발표한 '2024년 홍콩증시 투자전망: 회복을 위한 숨고르기'에서 "만약 올해 말 항셍지수가 1만9781.41을 하회하면 홍콩증시는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하락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CCB인터내셔널은 "내년 홍콩 증시는 'W'자형으로 움직이면서 전저후고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항셍지수는 1만6500~2만500, H지수는 5500~7000 구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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