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속 늘어지는 공사기간… 분양가 상승 요인?

정영희 기자 2023. 12. 1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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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건' 외치는 MZ… 건설현장 인력난(3)] 원자잿값 폭등·중대재해 리스크 이어 공사비 뇌관

[편집자주]"몸은 힘들어도 돈은 많이 번다"도 옛말이 됐다. 건설업계는 최근 젊은 근로자의 이탈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설업 근로자 209만2000명 중 60세 이상은 21.2%(44만3000명)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30대 이하 근로자 비율은 21%로 10년 전(25.5%)보다 4% 이상 빠져나갔다. 현장 직원의 경우 업무 강도가 높고 근무 시간이 긴 탓에 20·30세대에는 3D 직종으로 분류되며 기피 대상이 됐다. 올 한 해 업계를 강타한 철근 누락 등 부실 공사의 원인으로 인력 부족 문제도 거론됐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기업들도 젊은 세대의 이직을 막기 위해 고연봉과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을 1년에 두 번 진행한 곳도 등장했다.

지난 9월1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상복합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청년이 없다" MZ 사라진 건설현장 50·60이 채웠다
(2) "내국인 일자리 빼앗는다" 인력난 사태에도 노조 외국인 반대
(3) 인력난 속 늘어지는 공사기간… 분양가 상승 요인?
최근 건설업계를 강타한 인력난이 매출과 영업이익 등 각 회사 실적에도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할 인력이 모자라 업무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공사비가 늘거나 품질이 떨어지고 안전사고 확률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임금이나 성과급을 올려주는 방안으로 이 같은 현상에 대응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할 사람 없는데 다가오는 공기… 현장은 '발 동동'


올 6월 정부는 인력난이 극심한 '빈일자리' 직종에 건설업을 추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에 종사 중인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78만명으로 전월 대비 3000명 줄었다. 실업자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건설업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10만7000명으로 전체 산업군 중 한 달 만에 가장 큰 증가 폭(1600명)을 보였다. 1년 전 같은 기간(9만명)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건설근로자 종합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은 53.1세, 평균 진입 연령은 37.0세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건설기술인 통계상 지난해 말 기준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등의 건설기술인 102만5619명 가운데 30세 이하는 20.8%(21만2924명)로 2012년(45%) 대비 반토막났다. 강성주 대한전문건설협회 노동정책팀장은 "이러한 인력난이 지속되면 내년에는 17만3500명의 건설업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협회가 231개 종합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건설현장의 기술인력 부족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건설현장에서 기술인력 채용이 어려웠다고 응답한 회사는 94%에 달했다. 인력난이 건설사업의 공사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기업은 61%였다.

일부 현장은 기술인력이 부족한 상태로 운영되거나 채용기준을 낮춰 인력을 고용하기도 했다. 응답 기업의 36%는 품질 저하나 안전사고 우려가 커졌다고 답했다. 기술인력 부족이 공사 기간(공기) 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답변한 기업도 32%로 드러났다.

일할 사람이 모자란 상황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다 보니 현장은 급해질 수밖에 없다. 공사 일정을 맞추거나 미뤄진 날짜를 당기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해 진행하는 돌관공사를 선택, 휴일이나 야간에도 인력과 장비를 추가 투입함으로써 공사비가 늘어나는 일도 있다.

입주 지연 사태도 벌어졌다. 지난 4월 서울 양천구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은 조합과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100억원 규모의 공사비 인상 협상을 이루지 못해 입주가 40일 이상 지연됐다. 지난달 충북 진천에 위치한 '풍림아이원트리니움'은 예정일보다 8개월 이상 미뤄진 입주에 100여명이 군청 앞에 시위를 벌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끝 모르고 오르는 분양가… 인력 부족도 한몫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 비용 증가로 분양가가 폭등한 가운데 인력 부족 문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801만원으로 전년 동기(1521만원) 대비 약 280만원(18.4%) 상승했다. 2007년(23.3%)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다. '국민 평수'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기준 평균 9500만원 이상 올랐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의 지식과 경험은 인력을 기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유능한 신규 기술인력의 유입 실패는 건설산업 경험 지식의 승계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고용부는 사망 사고 미발생 기록을 세운 주요 건설업체에 대해 인센티브로 예방감독 제외를 약속했으나 산업환경 개선을 위한 중장기적 관점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 내 다수 인력은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됐지만 공사비 정상화 등 건설산업 근무여건 향상을 위한 정책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력난 대안 '모듈러 공법' 문턱 높은 이유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자재·공법 등이 활발히 개발되는 가운데 모듈러 건축이 떠오르는 추세다. 모듈러 주택은 주요 부재와 부품의 70~80% 이상을 표준화·규격화한 뒤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으로 운반, 조립·설치하는 방식이다. 공기를 20~30%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숙련된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면 모듈러 공법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모듈러 협력 상세 업무협약을 체결해 모듈러 주택과 시설을 설립·운영키로 했다. GS건설도 2020년 영국과 폴란드의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 '자이 가이스트'를 설립했다. DL이앤씨는 모듈러 유닛 제작과 설치, 마감 등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모듈러 주택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부터 아파트 골조공사에 모듈러 기술을 도입했고, 구조와 외장 관련 특허 19건을 출원했다.

다만 아직 대량 생산이 어려운 탓에 일반 주택을 지을 때보다 가격이 20~30% 이상 비싸다. 상용화되려면 철근콘크리트(RC) 공법 위주의 현행 건축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듈러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문공사 내부에 모듈러 업무영역 근거를 마련하고 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며 발주와 계약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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